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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1874]
내가 하는 일은 아웃소싱 가능한 직업일까?

김익현 언론학 박사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지난 2014년 3월 17일 6시33분. 로스엔젤레스 지역 최대 일간지인 LA타임스가 지진 발생 관련 속보를 내보냈다. 캘리포니아 주에 진도 4.4에 이르는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보도는 미국 연방지질국(ISGS)이 지진 발생 사실을 감지한 지 8분 만에 나왔다. 유례 없이 빠른 보도였다.

 

하지만 당시 보도는 빠른 처리 때문에 화제가 된 건 아니었다. 지진 발생 최초 속보를 로봇 기자가 썼다는 점이 더 관심을 모았다. LA타임스의 퀘이크봇이 알고리즘을 통해 지진 관련 속보를 성공적으로 처리했던 것이다. 특히 로봇 기자는 기사를 쓴 뒤 담당 데스크에게 “중요한 속보가 발생했으니 빨리 데스킹을 봐 달라”는 경보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져 큰 화제가 됐다.

 

그로부터 4개월 뒤인 지난 해 7월엔 미국 최대 통신사 AP가 깜짝 발표를 했다. “앞으로 기업들의 분기 실적 기사를 전부 로봇 기사가 담당하기로 했다”는 발표였다. 당시 AP가 로봇 기자를 도입한 명분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기사 건수 확대였다. AP는 당시 “로봇 알고리즘을 이용할 경우 실적 관련 기사가 지금보다 1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그 동안 매 분기 기업 실적 관련 기사를 300건 정도 처리했는데, 로봇에게 맡길 경우엔 4천400건 정도로 늘릴 수 있을 것이란 게 당시 AP의 예상이었다.

 

당시 AP가 제시한 두 번째 이유가 더 관심을 모았다. 단순 실적 처리 기사를 로봇에게 넘긴 뒤 ‘사람 기자’들은 좀 더 통찰력 있는 분석기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였다. 이를테면 실적 수치가 의미하는 것이라든가, 트렌드 기사를 쓰는 데 주력하겠다는 얘기였다. 로봇 저널리즘이 도입된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은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오보가 쏟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쓸데 없는 걱정이었다. 로봇 저널리즘은 의외로 정확한 편이다. 미국 대학농구 같은 일부 스포츠 종목에선 로봇 기자를 시험적으로 활용해 큰 성과를 거뒀다. AP통신 역시 로봇 기자 도입 이후 기업 분기 실적 관련 보도량이 10배 가량 증가했다면서 크게 만족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애플이 지난 해 4분기 아이폰 7천500만대 가량을 판매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AP의 보도 역시 로봇 기자가 쓴 것이었다. 국내 많은 기자들은 AP 로봇 기자 기사를 인용해서 썼던 셈이었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AP는 점차 다른 분야에도 로봇 기자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7월 일반인 600명, 현업 기자 16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절반 가량이 로봇 기사와 사람이 쓴 기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일반인 뿐 아니라 기자들조차 제대로 판별하지 못했다. 

 

물론 로봇 기자는 ‘스타워즈’ 같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움직이는 로봇은 아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알고리즘에 따라 각종 자료를 처리하는 것이다.

 

AP 역시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Automated Insight)란  전문업체의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
당연히 궁금증이 제기된다. 기사 작성 같은 ‘고도의 정신 노동’을 어떻게 로봇 손에 맡길 수 있겠냐는 질문이다. 물론 ‘고도의 생산 활동’은 로봇이 대신할 수는 없다. 한국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가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분석하는  작업을 로봇에게 맡길 수는 없다.

하지만 알고리즘으로 처리할 수 있는 단순 작업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로봇 기자의 활약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건 바로 그 부분이다. 예를 들어보자. 대부분의 기자들은 처음 언론사에 입사하면 ‘기사 쓰는 방법’을 훈련한다. 이 때 그들은 ‘기사 양식’이란 걸 처음 접하게 된다. 이를 테면, 맨 앞에 리드문이 나오고, 그 다음에 날짜와 주체 등을 명기하는 ‘특유의 글쓰기 방식’을 익힌다. 이 글쓰기 방식은, 컴퓨터로 치면 일종의 알고리즘이다. 신입 기자들은 이렇게 배운 알고리즘에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끼워 맞춰서 기사 쓰는 훈련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서히 기사 쓰기에 익숙해진다.

 

기자들의 생활을 모르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그건 신입 기자 얘기지. 좀 더 숙련된 기자들은 창의적인 기사를 쓸 것 아니냐?”는 질문.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현재 기자들이 쓰는 기사들 중 상당 부분은 초창기 수습 교육 때 배운 알고리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기업 실적 기사나 스포츠 결과 보도 기사를 찬찬히 한번 읽어보라. 더 여유가 있다면, 같은 키워드로 검색한 뒤 여러 매체가 쓴 기사를 한번 비교해보라. 기업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한 기사들은 의외로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로봇 기자들이 대체하는 건 바로 그 부분이다.

 

AP가 로봇 기자를 도입할 당시 <애틀랜틱>이란 미국 잡지가 흥미로운 분석을 했다. 그 동안 AP 기자들은 실적 기사를 쓸 땐 로봇 같은 방식으로 일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AP 기사를 바탕으로 각 언론사들이 쓴 기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제목부터 본문 내용까지 비슷비슷하더라는 것이다. 그 부분을 전부 로봇이 대신하게 됐다는 얘기였다.

 

한 때 인기를 끌었던 토머스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란 책을 떠올려보자. 프리드먼은 그 책에서 "자신의 일을 아웃소싱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평한 세계에서 한 사람의 경제적 자유는 다른 이의 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이 던진 화두는 로봇 저널리즘이 던진 메시지를 되씹어보는 데도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해준다. 이를테면 "내가 하는 일은 아웃소싱 가능한 직업일까?"란 질문이다. 10년 쯤 전이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외쳤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업무 중 상당 부분은 아웃소싱 가능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그런 측면에서 ‘로봇’은 꼭 기자만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정해진 알고리즘에 끼워 맞추는 단순 반복 업무는 상당 부분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기업 회계업무나 세무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한 때 주산을 잘 놓는 다는 것만으로도 대접받던 때가 있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요즘은 무한 경쟁 시대라고 한다. 평평해진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좋든 싫든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만 한다. 이런 시대를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선 프리드먼의 표현대로 ‘아웃소싱 할 수 없는 일’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일을 아웃소싱해가려는 첫 경쟁자는 사람이 아닌 로봇인지도 모른다. 세무대리도 세무사가 아니라 로봇이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665호(201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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