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문제가 해를 넘기며 새해 '보육대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자 최경환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시도 교육청과 지방의회에 전방위로 예산 편성을 압박하고 나섰다.
최 부총리는 기존 대법원 제소에서 추가로 검찰 고발과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을 언급하는 등 모든 법적·행정적·재정적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며 압박 강도를 한층 높였다.
최 부총리는 5일 담화문에서 "교육감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재량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률상 의무"라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재차 촉구했다.
그는 "지방교육재정 여건을 들여다보면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전액 편성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돈 문제가 아니라 '시도 교육감의 의지 부족'에 있다고 주장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시도교육감들이 조속히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조기 추경과 이용·전용 등을 요청하겠다"며 "이런 노력에도 시도교육감이 예산편성을 계속 거부하면 그 때문에 발생하는 모든 혼란은 시도교육감의 책임"이라고 못박았다.
담화 내용은 기존의 정부 입장과 비슷하지만 감사 청구와 검찰 고발 등의 새로운 내용이 담겨 지난달 24일 이영 교육부 차관이 브리핑에서 언급했던 것보다 한층 수위가 올라갔다.
당시 이 차관은 예산편성이 안된 교육청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설득 작업을 하고 해당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도록 하며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법원 제소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해 정부가 4조원을 교부했는데도 편성을 하지 않는 것은 그 돈을 유용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 제대로 교부금을 집행했는지를 감사 청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고발에 대해서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법률상 의무사항'인 만큼 이를 지키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문제가 대화와 협의로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대법원 제소나 검찰 고발 등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카드들을 실제 꺼내 들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이날 담화문 발표 자리에 배석한 이영 차관은 끝내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교육청의 예산집행정지를 신청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집행정지를 하게 되면 누리과정 예산뿐 아니라 교육청 예산 전체가 대상이 되는 만큼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차관은 대법원 제소도 "일단 우리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협의하는) 부분을 조금 더 하고 그 다음에 (대법원 제소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전액 미편성된 서울과 전남, 광주 중 전남과 광주가 교육부의 요구대로 지방의회에 재의요구를 했고 이에 따라 시도의회 재의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따라서 당장 교육부가 대법원 제소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적 다툼으로 가더라도 결론이 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런 정황들을 볼 때 최 부총리의 이날 담화는 보육 현장의 혼란과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 교육청과 시도의회의 태도 변화를 다시 한 번 촉구하는 성격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교육청들 역시 누리예산은 국고 지원이 마땅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이 대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않는 한 누리과정 예산 문제 해결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