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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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576]
유명무실 ‘조세포탈죄’?

국세청 기자실

염  규  현
MBC 경제부 기자


■ 조세 포탈은 있어도 조세 포탈죄는 아니다?

신세계 그룹 2000억 원대. 두산 그룹 100억 원대. 지난해 세무조사로 국세청에 천문학적인 세금을 추징당한 것으로 보도된 기업들입니다. 서민들은 평생 만져보기도 힘든 돈이죠.


그런데 국세청이 공개한 조세포탈범 명단에는 이런 굵직한 기업들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지난해 5억 원 이상을 포탈해 명단이 공개된 조세포탈범 28명의 면면을 보면 고물상이나 개인 사업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앞서 언급한 기업들은 조세 포탈죄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조세 포탈죄’의 ‘포탈’의 사전적 의미는 ‘세금을 피한다’는 뜻입니다.

일반 시민들이 볼 땐 세금을 피하다 적발돼 세금을 더 내긴 했는데 세금을 피한 죄는 묻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조세 포탈로 보이는 데도 조세 포탈죄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 법원이 ‘조세 포탈’에 관한 해석을 매우 엄격하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엄격한 조세범 처벌 규정…“있으나 마나”?

현행법상 조세 포탈죄는 세금을 안 내기 위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저지른 경우, 고발하고 처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의 판례를 살펴보면 징수가 ‘현저하게 불가능한’ 수준이 아닐 경우 무죄를 선고하고 있습니다.

 

세금 신고를 안 했거나 심지어 허위로 신고한 경우라도 이 기준에 따라 무죄입니다.


그렇다면 징수가 ‘현저하게 불가능한’ 것은 어떤 수준일까요?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징수가 불가능하더라도 현저하지만 않으면, 역으로 현저한 문제가 있어도 징수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면 적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국세청은 이런 엄격한 법원의 해석 때문에 조세범 고발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어차피 고발해봤자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지난 2014년 국세청이 벌인 세무조사는 모두 1만7천여 건, 이 가운데 조세 포탈로 검찰에 고발한 건수는 320여 건으로 전체의 1.9%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조세범 처벌법이 이름값을 못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특히, 사회적 책임이 높은 기업의 경우에도 세법 규정을 몰랐다, 잘못 해석했다는 식의 항변을 하면 조세 포탈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국세청의 입장입니다. ‘현저하게 징수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그나마 고발한 1.9%마저도 검찰이 자체 판단으로 기소를 안 하는 경우가 있는데다, 기소되더라도 초범이면 액수가 얼마이든 간에 재판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국세청에서도 일단 고발하고 나면 검찰 쪽에 공이 넘어갔다고 여기기 때문에 실제 기소가 얼마나 되고 있는지, 유죄 판결이나 실형은 얼마나 받고 있는지 후속 진행 상황은 파악하지 않고 있습니다.

 

■ 미국 국세청, 조사에서 수사, 기소까지.

물론, 모든 조세범을 형사 처벌해 전과자로 모는 게 능사는 아닐 겁니다.


실제로 국세청도 조세범에 대한 형사 고발권이 남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권한이 남용될 경우 세무 조사국 직원들이 고발 권한을 이용해 추징액을 거래할 우려가 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세무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두려워 그냥 이대로 놔두는 게 대안일 수 있을까요?


미국 국세청 IRS의 경우, 정기 세무조사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탈루한 사실이 적발되면, 세무 조사팀은 바로 범죄 조사팀에 수사 권한을 넘기고 전담팀이 원점에서 수사를 다시 시작합니다.


조세 징수와 조세범 수사를 분리해 놓은 겁니다.

 

또, 세무 당국이 독립적으로 기소 권한을 갖고 직접 재판까지 주도하면서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추적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사법 기관 역할까지 맡고 있는 것이죠.


지난 2013년 미국 국세청 범죄조사국이 기소한 조세 포탈범은 3천8백여 명, 이 중 93%가 유죄 판결을 받았고, 80%인 2천8백여 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 ‘유명 무실 조세포탈죄’…오명 씻으려면?

‘있으나마나 한 조세포탈죄’라는 비판을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죄명을 ‘극악무도한 조세 포탈죄’로 바꾸는 겁니다.


그럼 극악무도한 탈세범들만 처벌을 받기 때문에 지금의 관행이 어느 정도 수긍이 될 겁니다

.
그게 아니면 지금이라도 국세청과 사법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도록 조세범을 처벌하고 추적하는 개혁에 나서야 할 겁니다.


분명한 것은 그 개혁의 출발점은 국세청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현행법상 조세범 고발은 오로지 국세청장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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