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국내에서 개발한 혁신신약에 일종의 이중가격제인 '환급형 위험분담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수출가격과 연동되는 국내약값이 낮게 형성되면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내 한 제약사는 국내 약값이 너무 낮아 현지에서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수출 계약이 파기됐다.
제약업계의 요구가 지속되면서 환자단체, 업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이중가격제, 환자 부담금 증가분에 대한 실질적 환급 문제는 물론 위험분담제 도입 취지까지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은 17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옥에서 "국내 신약을 해외에 수출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너무 낮게 책정되는 국내 가격"이라며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내 신약을 대상으로 환급형 위험분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급형 위험분담제란 정부가 산정하는 기준가격과는 별개로 제약사가 원하는 수출가격을 보험에 등재한 뒤 차액을 제약사가 건강보험공단에 환급하는 제도다. 현재는 고가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에 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를테면 기준가격이 700원인 신약의 경우 수출가격을 감안해 보험가격을 1천원으로 올린 뒤 300원의 차액을 제약사가 공단에 돌려주는 식이다. 환자는 700원짜리 약을 1천원에 구매한 셈이 되므로 공단을 통해 차액을 정산받게 된다. 제약사는 해외시장에서 1천원의 표시가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장우순 한국제약협회 보험정책실장은 "표시가격 변동으로 환자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느냐는 불안감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제약사가 가격 증가분을 건보에 환급하고, 이를 공단이 다시 환자에 돌려주기 때문에 거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소비자인 환자단체는 신중한 입장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급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환자의 비용 부담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결국 해외 환자들이 비용을 더 부담하게 되는 셈 아니느냐"며 "원칙적으로 위험분담제는 휘귀질환치료제나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치료제를 환자가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제도이지 표시약가를 높이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제약사들의 이 같은 행위가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을 한국에 들여올 때 해당 국가에서 거래되는 높은 가격을 내세워 시장을 압박하는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위험분담제가 오히려 손해라는 시선도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표시가격이 올라가면 부가세나 의약품 도매상에게 떼어줘야 할 마진도 올라가기 때문에 국내 시장만 봐서는 큰 혜택이 없다"면서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는 약에 적용해야만 도입 의도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