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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009]
영화 ‘FOOD Inc.’를 보고 나서…

강승완 세무사


■ 헛헛한 하루, 부품화되는 분업화 시대

 군대에 있을 때 트럭을 타고 식재료를 실어다가 취사반에 배분해주는 일을 했다. 모든 고기, 생선은 냉동상태로 네모 반듯한 박스에 포장되어 건빵, 맛스타와 분간이 어려운 정도였다. 생물인 식재료였지만 공장에서 나온 제품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TV만 틀면 요리사(고급지게는 셰프)가 나온다. 거의 모든 채널에서 요리와 관련이 없어도 나올 정도다. 왜 모두 먹는 이야기뿐일까? 그 외엔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없는 걸까. 자극적인 드라마, 연예인 열애소식,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의 사망소식, 맛집, 먹는 얘기로 아무 스토리 없는 나의 헛헛한 하루를 꾸역꾸역 채우고 있는 건 아닌지.
어떤 문제가 먼저일까? 먹는 얘기만 하게 된 원인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까?
우선 관심분야의 협소함에서 시작하자. 우리가 일생동안 벌어먹고 사는 일에만 오로지 정력을 사용하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자기 삶 ­ 그것도 먹고 사는 일 ­외에는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럼 왜 그렇게 됐을까? 끝없이 지속가능한 발전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자원이 고갈되어가고, 환경을 오염시키며 이제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세계화를 통해(리카도의 비교우위론 같은 경제성만을 고려한)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의 인력을 그들의 삶의 터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도시로 유입시켰다. 자신의 고향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다가 도시의 가난한 노동자로 전락했다. 그 자리를 기계가 대체했다. 사람들은 점점 할 줄 아는 일이 줄어들었다. 분업화를 통해 그 일 외에는 쓸모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마치 부품처럼 대체가 용이해졌다.

 

■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 가축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소떼. 영화 ‘FOOD, INC.’의 한 장면.

기업들은 대량생산에 따른 대량소비자를 필요로 하게 됐다.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닌 생산자를 위한 소비자가 돼야 했다. 소비자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고장 나지도 않은 물건을 다시 사게끔 해야했다. 그래서 마케팅이 발전하게 됐다. 제품 소비자 뿐 아니라 식품도 대량으로 소비해 줘야했다. 사람들은 점점 비대해졌다. 물건이야 버리고 사면되지만, 식품은 온몸으로 소비를 해야하기에 몸에 흔적이 남는다.
사람들을 소비하고, 먹게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줘야할 필요가 있다.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큰 희망은 간혹 주되, 하루하루의 작은 희망과 재미는 느끼지 못하게 하고 그 자리를 소비로 채울 수 있게 해야했다.다소 비약적일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돈 벌고 마트가고 TV를 보는 것외에는 할 게 없어졌다.
이제 먹는 얘기를 다시 해보자.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법, 맛집 찾기, 음식얘기 듣기에만 머무르지 않았으면 한다. 그 음식이 우리에게 이로운지, 그 재료가 정당한지에 대한 얘기로 연결되면 좋을 것같다. 우리가 과연 과일, 채소, 고기 등 자연의 산물을 먹고 있는지 아니면 형태는 그러하되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먹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형마트에 가서 질서정연하게 진열된 엄청난 양의 식재료를 보면 무서울 때가 있다. 이런 마트가 우리나라에 셀 수없이 많고, 전 세계적으로 보면 더 엄청날 텐데 실로 인간들이 엄청 먹어치운다는 생각에 섬뜩할 때가 있다.

 

■ 올바른 식품문화, 소비자가 만든다
   소비자 수요에 따라 생산환경 바뀔 수 있어…

우리가 먹는 식재료를 다룬 영화인 ‘FOOD, INC.’의 포스터다. 젖소에 바코드가 입혀져있다. 살아있는 생물이지만, 실상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에 숨이 붙어있을 뿐이라는 의미로 보면 될것같다. 마트에 진열된 수만가지 식재료의 포장은 대부분 전통적인 농가의 여유로움과 평온함을 연상케하는 친환경적인 디자인을 입혀놓았다. 
이미 여러번 매체를 통해 본적 있는 양계장의 실태는 볼 때마다 참담함을 금치못한다. 정말 먹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한가득 채워졌다가도 어느새 훅 꺼져버린다. 사람 입에 들어갈 식재료가 다뤄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차라리 배부르게 해주는 약이 있다면 그 약을 먹는게 나을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국의 엄청난 옥수수밭을 상공에서 촬영한 장면이 있는데 끝이 보지이지 않았다. 기저귀에도 옥수수가 쓰이는줄은 몰랐다. 옥수수는 단순 식재료가 아닌 산업전반에 걸쳐 매우 유용한 값싼 작물임을 알게됐다. 옥수수는 동물사료일뿐 아니라 양어장에서까지 사용된다고 한다. 초식동물에게 옥수수를 사료로 주게 되면 박테리아가 생긴다고 한다. 영화에는 햄버거를 먹고 죽은 어린아이의 엄마가 나온다. 소가 옥수수사료를 먹고, 배설물이 가득한 좁은 공간에 수많은 다른 소와 뒤엉키고 도축되는 과정에서 박테리아가 생겨, 이러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고 건강하던 아이가 몇일만에 사망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를 키우는 시스템을 바꾸기 보다는 햄버거 패티로 쓰일 고기를 가공하는 시스템을 바꿨다. 공장의 소득으로 박테리아를 죽이기로 한 것이다.무엇보다 비용이 덜 드는 쪽을 선택한것 같다.
한편, 영화에는 식품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풀을 먹이는 소를 키우고, 직접 도축을 하는 농장도 나왔다. 아주 먼거리에서도 구매자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FDA가 이 농장에서 하는 도축을 문제삼기도 했다고 한다. 한적한 시골에 있는 이 농장에서는 그냥 공기중에서 도축을 하는데 살균시설이 없다는 이유라고 했다. 농장주는 규모를 키울 생각이 없다고 했다. 결코 잠재우기 쉽지 않은 욕심, 욕망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비즈니스 형태도 바뀐다. 한 농부는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에 따라 자신들이 움직인다고 했다. 소비자가 친환경, 유기농 제품에 기꺼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그에 따른 생산물이 유통될것이라고 했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것 같다. 생산이 먼저인지, 수요가 먼저인지 생각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싼 값을 중시할때도 비싸지만 좋은 생산물을 내놓는 생산자가 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런 메시지를 남긴다.
You can vote to change this system.
Three times a day.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674호(2016.4.15.)

 [조회: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