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로 현지 제조업계의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는 현상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국내 업체에 일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 그룹 계열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변속기 회사인 아이신의 구마모토 공장 가동이 멈춰 서면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아이신은 도요타뿐 아니라 한국 업체들과도 거래가 많은 회사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는 최근 불티나게 팔리는 쌍용자동차의 티볼리와 티볼리에어에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있는데 핵심 부품인 변속기의 재고가 소진되면 일부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쌍용차가 지난해 출시한 코란도C에도 아이신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쌍용차 측은 "우리 회사에 공급되는 아이신 변속기는 나고야에 공장이 있어서 이번 지진으로 인한 공장 중단으로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면서 "상황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이 최근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캡티바'에도 아이신의 자동변속기가 처음으로 장착됐다.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에도 아이신의 변속기가 들어간다.
이들 업체는 일본 지진으로 아이신 공장 가동이 멈춰 서자 부품 재고량을 확인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자체 계열사 변속기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현재는 아이신과 관계가 없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변속기는 파워트레인의 핵심 부품으로 개발 단계에서부터 어느 회사의 변속기를 쓸 것인지 염두에 두고 개발하기 때문에 다른 제품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안전 재고량이 충분히 확보돼 있지 않으면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일본 지진으로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23일까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면서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요타의 경우 이번 지진으로 올해 4∼6월(1분기) 영업이익이 300억 엔(약 3천174억원)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지진 발생 지역 인근에 공장을 둔 소니, 파나소닉 등 전자·반도체 업체들의 피해가 잇따르면서 국내 전자업계도 상황 파악에 분주하다.
소니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용 이미지센서를 생산하는 구마모토 생산 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인근 나가사키(長崎) 생산 라인의 조업도 일부 멈췄다.
소니는 이미지센서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점유율이 40%를 넘는다. 애플, 삼성전자[005930], LG전자 등을 주요 수급처로 갖고 있다.
조업이 전면 중단된 구마모토 생산라인은 전체 소니 캐파의 약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업이 중단된 나가사키 생산라인은 전체 캐파의 62%를 차지하는 대규모 생산라인이다.
국내 업체들은 일단 소니 외에도 다양한 이미지센서 공급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지센서를 생산하는 소니 공장이 일본 내 다른 곳에도 여러 개 있고 구마모토 공장의 생산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소니 외 다른 부품업체가 많아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들과 달리 소니의 전략적 거래처인 애플은 하반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지센서 부품 업체의 경우 소니의 공장 가동 중단이 한 달 이상 이어진다면 업계 판도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삼성전자 LSI사업부는 이미지센서 분야 점유율 2위로 소니를 뒤쫓고 있다. 삼성전자가 소니와의 격차를 줄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일본 지진으로 피해를 본 일본 제조업들이 대부분 내수용 또는 대체 가능하다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나 반도체 시장에 대한 일본 업체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이번 지진의 영향도 단기적으로는 그다지 크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면서 "애플의 경우 소니 이미지센서 제품의 비중이 커도 60%를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며 애플 입장에서는 다른 업체의 제품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쓰비시의 경우도 대부분 일본 내수를 겨냥한 제품들로 수출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후쿠시마 등에 비해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곳에서까지 큰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에 일본 업체와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수입선을 돌리는 곳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제조업체는 두 달 가량의 재고를 확보해두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큰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중기적으로는 이번에 지진으로 흔들린 공장의 여러 전자 시스템 등을 다시 세팅해야 하므로 가동에 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