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종합소득세(이하 종소세) 신고·납부의 달이다. 세무대리인들이 1년 중 가장 바쁜 달이기도 한 5월은 국세청 직원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달 중 하나로 꼽힌다. 종합소득세 신고와 더불어 매년 확대되고 있는 근로·자녀장려금 신청도 받아야 한다.
5월이 되면 일선 세무서는 전자 신고 창구를 개설하고 방문 납세자들의 종소세 신고를 대신 해주곤 한다. 특히 신고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방문 납세자는 늘어나기 마련, 하루에 천명 이상의 납세자를 상대해야 하는 세무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야말로 5월의 세무서는 ‘북새통’을 이룬다.
국세청은 매년 이 같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해왔다. 올해 역시 안내 자료를 통해 집에서 해결하는 세금 신고를 적극 유도 하고 있으며 부득이하게 세무서를 방문해야 하는 영세납세자들에겐 붐비지 않는 일자까지 따로 지정해 해주며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부가가치세과와 소득세과를 통합, 개인납세과를 신설한 것도 신고에 대한 인력의 유동성을 담보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개인납세자들에 대한 원스톱 세금 서비스가 주된 원인이지만 늘어난 인력으로 신고에 대한 업무과중을 조금이나마 줄여보자는 취지도 숨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일선 세무서의 전자 신고 창구 풍경은 불 보듯 뻔하다. 번호표를 뽑고 대기석에서 1시간 넘게 기다리는 납세자들, 물밀 듯 밀려오는 납세자들로 인해 분주한 대학생 알바 안내요원들, 쉴 틈 없이 신고를 대신해주는 세무서 직원들, 이 과정에서 불만을 품고 언성을 높이는 일부 납세자들, 자원봉사 형식으로 신고를 대신해주는 일부 세무사들까지. 5월의 세무서는 늘 그래왔다.
납세자들이 신고 때마다 세무서를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무대리인을 통해 세금을 신고할 형편은 되지 않고 자신이 집에서 세금신고를 직접 하자니 혹여나 잘못될까봐 불안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홈택스가 아무리 편리해졌다고 하지만 컴퓨터 사용을 전혀 못하는 이들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대기시간을 감수하더라도 세무서를 방문하면 이 같은 고민은 말끔히 해결되는 것이다.
국세청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세무서는 사실 납세자들의 신고를 대신해주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무서를 방문하는 이들을 매몰차게 돌려보낼 수도 없는 일. 신규로 지어지는 청사에 전자신고창구가 따로 마련되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국세청은 이 같은 형태로 세금신고를 계속 대신해줄 태세다. 세금 징수기관이 아닌 납세 서비스 기관으로 변모하고자 노력하는 국세청의 입장에선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올해 개청 50주년을 맞은 국세청은 지난 3월 통계로 보는 국세청 50년 자료를 통해 2014년 종합소득세 전자신고율이 92.5%에 달한다고 밝혔다. 2003년 43.5%였던 전자신고율이 10여년 만에 50%p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 81.2%, 2006년 80.1%, 2007년 80.7%, 2008년 80.0% 등 꾸준히 80% 이상의 높은 수준의 종소세 전자신고율을 유지해 왔다. 지난 2009년 다른 국가의 소득세 전자신고율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전자세정의 우수성은 더욱 부각된다. 미국 65%, 프랑스 27%, 영국은 73%에 그쳤다.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전자신고율만 놓고 봤을 땐 경악을 금치 못할 수치다. 그 때문인지 최근 일본 등 세정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의 발전된 전자세정을 한 수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의 종소세 전자신고율은 국세청이 스스로 끌어올린 경향이 강하다. 정확히 말하면 일선 세무서 직원들이 신고를 대신해 준 결과다. 세무서를 방문하지 않고 순수하게 집이나 세무대리인을 통해 전자 세금 신고를 한 인원으로 통계를 내면 과연 전자신고율은 얼마나 될까. 이는 종소세 뿐 아니라 부가가치세도 마찬가지다.
3년 전 한 국세청 직원이 말했다. 한 세대가 지나 납세자 대부분이 컴퓨터를 다루는 그 날이 오면 방문 납세자는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선진 전자세정의 진면목이 발휘될 것이라고. 어찌됐든 방문 납세자를 줄이기 위한 국세청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고, 납세자들의 의식도 성장해 나갈 것이니 국세청 직원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10년 전에도 국세청 직원들은 같은 말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과연 진정한 선진 전자세정이라 불릴 수 있는 날은 언제 도래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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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676호(2016.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