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디지털 세상을 살아간다. 디지털 세대인 현대인에게 손 글씨보다 키보드가 더 친숙하다. 그런데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명문장이나 명시를 직접 손으로 옮겨 적는 필사가 유행이다.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필사의 매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편집자 주>
요새 국내 모든 연령층에서 필사가 주목받고 있다. 필사는 본래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지식전수 방법이었다. 이후 필사는 보통 시험을 대비하거나 문장력을 기르는 등의 학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러한 필사가 최근 들어 취미로써 각광 받고 있다. 학습수단에만 그쳤던 필사가 취미로 주목받는 이유를 알아보자.

사색의 여유와 치유효과
현대인은 수많은 정보와 인간관계의 홍수 속에 살아간다. 이러한 가운데 정작 자신을 살피는 건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수많은 관계에 지친 이들이 스스로 혼자를 택하며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자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이상 한국인 중 56.8%는 여가 시간을 주로 혼자서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가 시간을 혼자서 보내는 비율은 지난 2007년 조사와 비교할 때 12%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반면 친구와 여가를 보내는 비율은 2007년 34.5%에서 8.3%로, 7년 사이에 26.2%포인트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혼자만의 여가시간을 갖는 이들에게 필사는 매력적인 취미가 된다. 필사가 빠르게 변하는 속도의 시대에 여유를 갖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필사를 통해 사색의 여유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고 그 과정을 스스로 주도하는 데서 스트레스 감소와 치유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필사동호회원인 서승오(29)씨는 “필사를 시작한 이후 일상을 바라보는 생각의 깊이가 깊어졌다”면서 “손 글씨를 쓰며 사색하다 보면 바쁜 일상 속에서 만나지 못했던 진짜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뇌기능 향상과 정신질환 예방
필사는 뇌기능의 향상에 도움이 된다. 특히 인지능력, 사고력, 학습능력의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미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손으로 직접 글씨를 쓰는 것이 자판을 치는 것보다 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필사는 감정표출과 감정정화 효과를 낳는다. 필사가 그 순간의 감정, 에너지, 의지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되는 이유에서다. 손으로 좋은 구절들을 따라 쓰다보면 감정이입으로 감동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필사는 정신질환 예방과도 관련이 있다. 특히 필사는 치매예방에 효과적인데 손으로 글씨를 쓰는 동작은 뇌에 자극을 줘 언어기능을 관장하는 전두엽, 두정엽 등을 활성화시킨다.
박경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필사는 자폐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 행동교정에 활용된다”며 “필사가 치매 환자 재활 등 다양한 정신장애 환자의 보조적 치료방법이 된다” 고 덧붙였다.
필사를 즐기는 요령
필사하기 좋은 글은 무엇보다도 재밌어야 한다. 자신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이라면 어떤 글이든 괜찮다. 단 하나의 기준만 고른다면 문장이다. 간결하면서 울림을 주는 문장이 베껴 적는 즐거움을 준다. 소설가 김훈의 작품, 피천득의 수필, 명사들의 잠언집 등이 필사하기 좋은 글로 인기가 많다.
또한 필사에 사용하는 펜의 촉은 딱딱해야 편하다. 펜에서 잉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손은 방향만 잡아주어야 편안하게 필사할 수 있다. 연필을 사용하는 경우 나무와 흑연이 주는 부드러운 필기감을 느낄 수 있다. 노트의 경우 접합면을 완전히 펼칠 수 있는 구조가 편리하다.
그리고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베껴야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 없다. 글의 첫 문장만 적거나, 재미있는 부분만 골라서 적어도 무방하다. 또한 필사에 예쁜 글씨만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옮겨 적다가 글자가 틀려도 수정하지 않아도 된다. 필사자체의 즐거움이 예쁘고 깔끔한 글씨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유에서다.
현대인이 살아가는 디지털 환경은 빠르게 돌아간다. 이런 환경 속에서 빠른 것만을 최우선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다. 하지만 자신을 살피는 여유조차 이 빠름의 기준 속에 잊고 사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현대인의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안이 자신을 살피는 여유의 부재로 발생되는 이유에서다.
자신을 살피는 여유를 필사를 통해 되찾길 추천한다. 펜을 쥔 손으로 종이 위 글자를 적는 순간 그동안 지칠 대로 지친 자신을 향한 위로와 치유가 시작될 것이다.

≪ 빠르게 돌아가는 디지털 환경에 지친 현대인에게 자신을 살피는 여유를 전하는 필사의 유행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세무사신문 제680호(2016.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