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뭐든 다 되는 세상이다. 얼굴을 마주 하지 않아도 온라인이라는 공간을 통해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얘기를 나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도 있다. 과거 온라인 공간에 남긴 게시글, 댓글 등의 디지털 콘텐츠가 추후 입시, 채용, 결혼 등에서 개인평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경우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 온라인상에서 본인이 직접 수정·삭제가 불가능한 개인 디지털 콘텐츠에 ‘잊혀질 권리’의 도입 움직임이 분주하다. 세무사신문은 ‘잊혀질 권리’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지우고 싶은 개인 디지털 콘텐츠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편집자주>
■ 디지털 콘텐츠의 '잊혀질 권리'
개인이 웹사이트, SNS 등을 통해 자신의 디지털 콘텐츠를 온라인에 기록하는 것이 일상화 된지 오래다. 개인 디지털 콘텐츠는 온라인에 남겨지는 개인과 관련한 게시글, 댓글, 사진 등의 모든 정보를 의미한다.
온라인상의 개인 디지털 콘텐츠는 인터넷 활성화와 스마트폰 보급으로 순식간에 퍼져 다수에게 노출된다. 이러한 개인 디지털 콘텐츠에 긍정적인 정보만이 담긴다면 문제될 것 없지만 만약 사생활, 평판 등의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다면 문제가 된다. 개인에 관한 민감하고 부정적인 정보가 온라인에서 다수에게 순식간에 퍼지는 순간 개인의 이미지 악화는 물론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공간에 남는 개인 디지털 콘텐츠의 ‘잊혀질 권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책 ‘Delete’에서 온라인상의 개인 디지털 콘텐츠가 ‘지워지지 않는 기록’이 될 때 문제점을 지적하고, ‘잊혀질 권리’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잊혀질 권리’란 개인이 원하지 않는 정보나 글을 온라인에서 수정·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며, ‘잊혀질 권리’를 온라인 공간속에서 개인 디지털 콘텐츠의 관리 일부분으로 봐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온라인상의 개인 디지털 콘텐츠의 수정·삭제할 수 있는 권리. 이른바 ‘잊혀질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자.
■ 본인이 직접 '잊혀질 권리' 행사
지난 6월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을 도입중이다. 본인이 직접 인터넷 사업자에게 자신의 디지털 콘텐츠에 관한 ‘잊혀질 권리’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은 통제권이 상실된 자신의 인터넷 게시물을 검색에서 차단하거나 블라인드 처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시행으로 인터넷 사업자는 이용자 본인이 요청하면 직접 수정·삭제가 불가능한 개인 디지털 콘텐츠를 검색차단 또는 블라인드 처리해야 한다. 그동안 인터넷 사업자가 본인 요청에 따라 개인 디지털 콘텐츠를 수정·삭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규정은 전무했다.
개인 디지털 콘텐츠 수정·삭제 요청 절차는 우선 이용자 본인이 게시판 관리자에게 해당 콘테츠의 삭제를 요청하거나 검색서비스 사업자에게 검색목록에서 해당 콘텐츠를 배제해 줄 것을 요청한다.
이후 본인요청을 받은 게시판 관리자는 블라인드 처리 방법으로 해당 콘텐츠의 접근배제 조치를 하고, 검색서비스 사업자는 검색목록에서 해당 콘텐츠의 배제 조치를 시행한다. 그리고 요청에 따른 조치결과는 요청인 본인에게 통지된다.
보통 개인 디지털 콘텐츠의 수정·삭제에 걸리는 시간은 인터넷 사업자의 협조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디지털 콘텐츠가 블라인드 처리 또는 검색목록에서 배제되기까지 인터넷 사업자가 얼마나 협조하는지에 따라 콘텐츠마다 수초에서 수개월까지 제 각기 다른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개인 디지털 콘텐츠를 블라인드 처리하는 경우 일정기간 제3자의 이의신청이 없을 때 게시물은 삭제된다. 제3자의 이의신청이란 제3자가 블라인드 처리된 콘텐츠가 자신이 게시한 것임을 주장해 해당 콘텐츠의 접근개제를 신청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인터넷 사업자는 해당 콘텐츠의 소유권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조정절차를 진행한다.
또한 본인이 직접 인터넷 사업자에게 개인 디지털 콘텐츠 수정·삭제 요청을 했음에도 받아들이지 않거나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에 다시 관련 요청을 할 수 있다.
■ 대행을 통한 잊혀질 권리 행사
개인 디지털 콘텐츠의 ‘잊혀질 권리’의 행사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방법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개인 디지털 콘텐츠의 수정·삭제를 전문적으로 맡아 수행하는 역할로 ‘디지털 장의사’가 있다. 디지털 장의사란 온라인 공간에서 개인이 남기고 싶지 않은 디지털 콘텐츠를 대신 수정·삭제하는 대행업체를 뜻한다. 현재 국내에서 30여개의 관련 업체가 운영 중이다.
국내 최초 디지털 장의사업체인 ‘산타크루즈컴퍼니’ 김우진 대표는 “개인 디지털 콘텐츠 수정·삭제에 관한 의뢰가 재작년 1천487건에서 지난해 1천827건으로 1년 새 22.9% 증가했다”면서 “사이버평판관리가 날로 중요해짐에 따라 디지털 장의사에 대한 수요도 늘 것이다”고 말했다.
개인 디지털 콘텐츠의 관리 대행 절차는 우선 고객은 전문 디지털 장의사업체를 선정하고 해당 디지털 콘텐츠의삭제·수정서비스를 의뢰해야 한다.
이후 의뢰요청을 접수한 업체는 자체 개발한 검색프로그램을 통해 의뢰인이 그동안 온라인에 남긴 모든 게시물들을 취합한다. 취합이 끝나면 업체는 의뢰인에게 계약여부를 결정하도록 수정․삭제범위, 작업소요기간, 비용 등을 전한다. 통상적으로 비용은 개인 디지털 콘텐츠의 삭제·수정에 관한 난이도와 소요시간을 기준하여 책정된다.
비용책정을 결정하는 난이도 기준에는 해당 콘텐츠에 사진과 동영상의 포함 여부, 해외사이트 확산 여부 두 가지가 있다. 두 가지 기준에 해당될 경우 해당되지 않는 단순 콘텐츠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책정된다. 단순 콘텐츠에 비해 많은 수고와 숙련된 처리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계약체결 후 업체는 수정·삭제 대상 개인 디지털 콘텐츠가 게시된 게시판 관리자 또는 검색서비스 사업자와의 연결을 시도해 해당 콘텐츠의 수정·삭제를 진행한다.
누구에게나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다. 다행히 그 과거를 일기장에 옮겨 적었다면 지우개를 이용해 지우면 그만이나 온라인상의 개인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얘기가 다르다. 개인 디지털 콘텐츠가 온라인 공간에서 다수에게 공유되면 삭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온라인 환경을 개선하고자 개인 디지털 콘텐츠의 ‘잊혀질 권리’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 도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혹시 지우고 싶은 과거가 담긴 디지털 콘텐츠로 인해 불안과 고충을 겪는다면 주저 말고 해당 콘텐츠의 ‘잊혀질 권리’를 행사하기를 권한다.
세무사신문 제682호(2016.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