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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122]
<기고>근로자 절반이 세금 안내는 ‘면세공화국'

 

             조 슬 기

        SBSCNBC 경제부 기자

 

 미국의 국부(國父)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죽음처럼 세금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세금 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내기 싫다고 해서 안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이 같은 명제가 통용되려면 과세의 공정성과 형평성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국책 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은 우리나라 근로자 가운데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중이 무려 48%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전체 근로자 1668만 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802만 명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미국(35.8%), 캐나다(33.5%), 호주(25.1%)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입니다.
 그야말로 모든 국민에게 납세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헌법 정신이 무색할 ‘열외(列外)' 비율입니다.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 데는 앞서 두 차례에 걸친 세제 개편의 영향이 컸습니다.
 제작년 세법개정 당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고 지난해 연말정산 파동으로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세금을 깎아준 결과,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면세자 비율은 불과 2년 만에 50%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습니다.
 중산층 이하 전 근로자의 세금 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공제 혜택을 늘린 결과입니다.
 과세 방식을 바꾸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세심한 검토와 충분한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이뤄진 세제 개편은 근로자의 절반을 면세자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공평 과세라는 조세 정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고 조세의 중요한 역할인 소득 재분배 기능마저 떨어뜨렸습니다. 
 근로자의 절반이 면세자인 지금과 같은 상황은 지극히 비정상적입니다. 문제는 이런 폐해를 알면서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후보자였던 지난 1월 인사청문회 때부터 면세자 축소에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정치권도 서민 증세라는 반발을 의식해 비정상적인 구조를 뜯어 고치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근로자의 절반이 내지 않는 세금이라면 그런 세금을 내는 다른 근로자에게 징벌이나 다름없습니다. 액수가 많든 적든 소득 있는 사람은 모두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게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지름길입니다. 중산층이 튼튼해야 건강한 사회를 기대할 수 있듯 과세구조 역시 중간납세 계층이 두터워야 합니다.
 더욱이 복지 수요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면세자를 줄여 과세 기반을 넓히는 일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율이 48%나 되는 지금의 세제는 한마디로 기형입니다.
납세 대상자의 거의 절반이 면세되는 세금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납세 의식을 해치는 만큼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반쪽 납세' 구조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의 반감을 살 만한 증세 논란을 피하려는 정부와 표를 의식해 소득세 감면에만 눈먼 정치권의 각성도 필요하지만 납세 의무를 지는 근로자들도 무임승차는 안 된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세무사신문 제682호(2016.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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