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몸이 패스워드가 되는 시대
생체인증으로 활용될 수 있는 우리 몸의 부위는 홍채, 망막, 정맥, 지문, 얼굴, 음성 등이 있다. 생체정보는 개인의 신체적 특징을 바탕으로 하기에 우리가 기존에 사용하던 인증수단들처럼 일일이 외우거나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또한 복잡한 체계로 이뤄져 있어 복제나 위조가 힘들다. 한마디로 내 몸이 곧 ‘복잡한 패스워드’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생체 인증은 보안성이나 편의성이 높다 보니 공인인증서와 패스워드의 최적의 대체수단으로 여겨진다.
■ 높은 보안성을 지닌 생체정보
생체정보의 장점은 보편성, 유일성, 불변성, 편의성에 있다. 이는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지만 형상적 특징이 개인별로 다르고,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다. 이 같은 이유로 생체인증의 보안성은 높이 평가받는다. 각 단계에서 위조나 정보 유출의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생체인증은 크게 4단계로 이뤄진다. 센서를 통해 생체정보를 얻는 입력, 입력된 정보에서 특징을 추려내는 추출, 특징을 소유자의 개인정보와 함께 보관하는 저장, 특징 정보가 새로 입력되면 저장된 정보와 비교·판독하는 인증이다. 입력과 추출 단계의 경우 개인의 고유한 생물학적 특징을 이용하기 때문에 복제가 어렵다. 또한 일부 특징만 추출해 이용하기 때문에 정보가 유출되더라도 홍채나 정맥을 100% 복제하기는 힘들다. 저장 단계에서는 암호화와 외부 서버 등을 이용해 해킹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홍채와 정맥은 기존에 사용하던 지문보다 식별성이 뛰어나고, 복잡한 구조로 인해 위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문에서는 30여 개의 특징을 뽑아낼 수 있지만, 홍채에서는 260여 개의 특징을 뽑아내 사람을 비교할 수 있다. 또한 본인을 타인으로 오인하거나 타인을 본인으로 오인해 인증을 거부하는 비율인 ‘본인거부율'과 ‘타인수락률'이 지문인증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 인식 기술 발달로 생체정보 상용화
생체정보인증 방식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인식기기의 크기 그리고 가격이다. 지문인식센서는 일찌감치 소형화되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 활용도가 높았다. 국내에서는 1975년부터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면서 지문정보를 수집했고 이 정보를 무인 민원증명서 발급과 경찰 수사에 활용했다. 하지만 홍채와 정맥 등의 생체정보는 인식 센서가 비싸고 소형화가 어려워 대중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출입국사무소 등에서 한정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 생체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센서의 소형화가 이뤄졌다. 특히 홍채 인식 센서가 내장된 스마트폰까지 출시돼 모바일기기 보유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생체정보 인식기술 보급이 급속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 금융권은 이미 생체인증 기기 사용
금융권에서는 이미 지문은 물론, 정맥, 얼굴 근육, 홍채를 인증에 활용하는 기술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롯데카드·하나카드 등은 삼성페이 등 생체인증 기술이 적용된 간편 결제 플랫폼을 통해 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얼굴근육 인증을 시범적용 중이고, KB국민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은 스마트폰의 홍채인식 기능을 이용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지난달 19일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정맥인증방식을 활용한 키오스크를 오픈했다. 해외 금융사들은 심전도와 심장박동, 음성까지 활용하고 있다. 미국 씨티그룹은 음성인식, 마스터카드는 스마트밴드를 활용한 심전도인식을 테스트 중이다. 재팬 포스트 뱅크, 메가 뱅크 등 일본의 은행들은 ATM 이용 시 손가락 및 손바닥 정맥으로 인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 100% 안전은 없다
생체인증이 높은 보안성을 장점으로 하지만 사이버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생체인증의 최대 취약점은 한 번 정보가 유출되면 대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비밀번호나 공인인증서는 변경이나 재발급이 가능하지만, 홍채나 정맥은 유출되더라도 바꿀 수가 없어 언제든 악용될 수 있다.
또한 이미 여러 위·변조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다. 지문인식을 채택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5와 애플의 아이폰6의 경우 2014년 해외 보안 전문가들이 위조 지문으로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올해에는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연구진이 일반 2D 프린터와 은(銀) 전도성 잉크로 만든 가짜 지문으로 최신 스마트폰의 지문 인증을 통과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4월 미국 연방인사관리처가 해커의 공격을 받아 전·현직 공무원 560만 명의 지문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출된 지문 정보는 향후 공무원 신분을 위장하는 데 사용될 수 있어 미 정부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홍채인식 역시 위조 사례가 있다. 2014년 독일의 해커단체 CCC가 고화질 사진과 3D 프린터를 이용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홍채를 복제해 공개했다. 홍채 역시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해 보인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현재 홍채인식 기기는 살아있는 눈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프린터로 복제된 홍채가 인증을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 충분한 검증 필요…다중 인증이 대안
이 같은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보안전문가들은 생체인증이 현재까지 나온 보안 수단 중에서는 가장 신뢰할 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안업체 하우리의 최상명 CERT(컴퓨터비상대응팀) 실장은 "현재로써 생체인증의 해킹 가능성은 작다”며 "홍채인식의 경우 눈에 띄는 유출 사고가 아직 보고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홍채인식 스마트폰을 출시한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보안 솔루션(KNOX) 내부에 트러스트 존(Trust Zone)이라는 별도의 저장 공간을 만들어 홍채 정보를 암호화한 뒤 저장하고 있다”며 “트러스트 존은 하드웨어 내 분리된 공간이라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해킹 가능성이 낮음을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보안업계 관계자는 "생체인증이 안전하다는 의미는 지금까지 알려진 공격에 저항성이 있다는 의미이지 미래의 안전성까지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상용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검증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안업계는 유출 사고에 대비하는 방법으로 다중 인증을 제시한다. 지문과 정맥, 홍채와 지문 등 생체정보를 다양하게 결합하거나 비밀번호와 공인인증서 등 기존 보안 수단과 함께 이용하면 위변조나 유출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생체인증의 장점인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보안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생체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기택 해커연합 HARU 대표는 "복제가 불가능한 보안 수단이라 하더라도 관리 시스템이 부실하다면 해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며 "정보를 어떻게 보관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체인증의 보안성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14일 홍채인증 ATM 시범운영을 시작한 IBK 기업은행 권선주 은행장이 홍채인증을 통한 거래를 직접 시연하고 있다(위). 인터넷 쇼핑 후 손바닥에 있는 지정맥을 통해 본인인증을 하고 결제하는 모습(아래).
세무사신문 제683호(201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