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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003]
<기고>주식회사 이데올로기 - 주식회사는 주주의 것인가?

 
최초 출간된 지 10년이 넘은 이 책은 ‘주식회사가 과연 주주의 것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다. 과거 절대 권력자에 꾸준히 맞선 투쟁의 역사와 주식회사가 가진 문제를 비교하며 서술한다. 저자가 주장을 펼치는 최초의 방식은 재무제표의 구성을 꼬집는데 있다. 재무제표의 표현방식에 의하면 주주는 최대한 많이, 직원은 최대한 적게 가져가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고 한다. 재무제표는 주식회사의 무의식적인 심리 습관을 놀라운 정도로 잘 보여준다고 했다. 수치화한 리포트는 정보를 전달하고, 그 리포트의 목적에 따라 그 정보를 만드는 방법이 결정된다.
재무제표 중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만 보자. 재무상태표에는 직원에 대한 내용이 없고, 손익계산서에는 주주에 대한 내용이 없다. 손익계산서는 매출에서 각종 비용을 제한 이익을 보여준다. 그 이익은 재무상태표의 잉여금으로 쌓인다. 잉여금은 주주의 몫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봐도 회사의 전제는 ‘주주이익의 극대화'라고 적혀있다. 이 전제를 이루려면 잉여금을 많이 발생시켜야 한다. 직원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손익계산서에서 비용으로 집계되어, 잉여금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여기서 우리는 등식이 지닌 무의식적 힘을 보게 된다. 등식이 그 구조를 통해 내부자와 외부자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누구든 재료와 한데 묶이는 쪽은 상품이 된다. 즉 개념상 기업 밖에 위치한 사물이 돼, 가능한 한 낮은 가격에 사들여 내부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최대화하는데 쓰이게 된다. (중략) 하지만 등식을 표현하는 방식은 우리가 지닌 세계관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우리의 무의식은 그 세계관에 붙들어 놓는다. 현재의 방식으로 등식을 표현하는 것은 한 가지 선택을 상징한다. 그 선택은 자본 공급자를 기업 자체로, 노동을 상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저자의 핵심은 일하는 직원의 몫은 왜 줄여야 할 비용이고, 아무 일도 안하고 회사에서 보이지도 않는 주주에게 유리하게 운영해야 하느냐이다. 흔히 주주는 회사가 사업을 시작할 때 돈을 대니까 그에 대한 위험을 보상받을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가 살펴본 바에 따르면, 회사로 투입되는 자금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액의 1%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나머지 99%는 투기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째 챕터는 주식회사가 가진 거대한 권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찾아 나서는 내용이다. 이 책은 계몽적이다. 계몽적인 글은 다소 건방지거나 오만한 인상을 주기 쉽다. 전반적인 저자의 주장은 적어도 부(富)에 대한 반감의 표시는 아니다. 바로 동등을 강조한다. 너무나 어려운 말이다. 저자의 말을 잠시 들어보자.
‘모든 인간은 동등하게 태어났으므로 기업의 직원과 이들이 속한 공동체도 자본의 소유주와 똑같은 경제적 권리를 누린다. (중략) 어째서 일하는 사람의 권리가 부유한 사람의 권리보다 못한가? ’
도대체 어떤 걸 똑같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 너무 관념적인 얘기다. 그렇지만 마음에 닿는 말이 이어진다. 저자는 우리가 비난을 보내는 대상은 부자들이 아니라 빈부 차별의  가치 체계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핵심은 부를 내다 버리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설계를 바꾸어 부가 합당하지 못한 권력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이 모든 것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아닌 실마리를 제공할 뿐이라고 하며,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그 중 종업원 소유제를 먼저 보자. 지금의 스톡옵션과 같이 미미한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아닌 90%가 되기도 할 정도의 지분을 종업원이 소유하는 수준을 말한다. 신탁을 통해 몇 년에 걸쳐 직원들에게 주식의 소유권을 이전해 준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역시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바로 경제적 주권이 재산권을 따른다는 원칙, 재산을  소유한 자의 이익이 우선시된다는 원칙을 여전히 고수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제도의 장점은 정치적으로 거의 즉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한다.
주주는 대표이사를 선임하기도, 해임하기도 할 수 있다. 회사를 팔 수도 있고, 그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모두 할 수 있다. 반면 회사에 매일 출근하는 직원들은 이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종업원 대표체를 제시한다. 독일의 경우 기업의 주요한 의사 결정은 모두 종업원 평의회의 승인을 받아야한다고 한다. 오늘날 종업원은 노동조합을 통해 선택적 발언권을 갖는데, 그 정도가 아닌 주주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종업원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19세기 부의 원천이 토지에서 기업으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독립체인 기업들은 대개 주(州) 정부 차원에서 규제되었지만, 19세기 중반 대법원 판결에서 주식회사가 헌법의 보호를 받는 자연인이라고 규정하면서 규제 법령의 입법화에 제동이 걸렸다고 한다. 1950년 재판에서 주식회사는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를 개인과 동등하게 누릴 수 없다고 하여, 대법원은 주식회사가 자연인이라고 믿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법원이 기업의 법인격에 대한 이론화를 단념하고, 권리장전 상의 보호를 기업에 적용하기 위한 새로운 근거를 찾았다고 한다.
헌법 수정안이 제안되기도 했다고 한다. 매출이 2천만 달러 이상인 미국의 모든 주식회사는 20년마다 기업 설립 허가를 새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허가를 받으려면 기업은 자신이 보편의 이익에 부응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며, 그를 위해 5년마다 윤리적 영향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방법이다.
거대한 금융시스템에서 위기의 진짜 원인은 주가라고 하며, 엔론 사태를 언급한다. 회계부정으로 회사가 무너진 사건이다. 엔론의 주가는 1998년 40%, 1999년 60%, 2000년 90%로 엄청나게 치솟았다고 한다. 이러한 회계부정은 몇몇 CEO의 문제로 볼게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내몰리는 시스템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회사에 헌신했던 직원들을 자를 때나 공장 폐쇄로 지역 사회가 무너질 때는 신의를 깨뜨리는 것이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비정한 비즈니스 였다. 하지만 주주에 대한 신의를 깨뜨릴 때 그것은 범죄였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하늘이 내린 자본의 권리가 작동하는 것을 본다.
주가지수는 이제 기업뿐 아니라 국가에서도 매우 중요한 수치로 여긴다. 주가가 모든 것을 이야기해준다는 믿음은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광풍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엄청나게 비싼 ‘셈페르 아우구스투스'라는 품종의 튤립은 축구 경기장 6개 넓이의 땅과도 바꿀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림 속 경제학'(문소영著)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몇몇 사람들이 튤립을 팔러 내놨으나 오를 대로 오른 가격 때문에 더 이상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불안을 느낀 그들은 값을 낮추어서라도 팔려고 했다. 그들의 불안감이 순식간에 다른 튤립 거래자들에게도 퍼져나갔고, 너도나도 튤립을 내놓기 시작했다. 튤립 값은 마구 내려가 이틀만에 무려 95%나 폭락했다. 당황한 사람들은 투매를 시작했고, 덕분에 가격은 더욱더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685호(2016.10.04)
 [조회: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