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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오렌지족에서 혼밥, 혼술까지-사회상을 반영한 시대별 신조어

‘혼밥’, ‘혼술’ 혼자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신다는 뜻으로 올해 국립국어원이 새로 등록한 신조어다. 이는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과거와 달리 일상적인 행동들을 혼자서 하는 것에 익숙해져가는 현재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이처럼 신조어는 표준어로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그 당시 사회모습을 나타내는 중요한 자료로서 의미를 가진다. 본지는 국립국어원이 지정한 시대별 신조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왔는지 살펴보고 신조어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지 알아본다. <편집자>
 
◆ 1980's - 부동산 투기 열풍의 주역 ‘복부인’

1980년대에는 우리나라의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대규모 부동산 개발과 함께 투기세력이 넘쳐난 시기다. 강남개발이 본격화됐고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서울 올림픽 준비로 선수촌 아파트 등의 주택건설과 관광객 유치를 대비한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건설이 이뤄졌다. 이런 현상으로 나타난 대표적 신조어가 ‘복부인’이다. 복부인은 부동산 투기로 금전적 이익을 꾀한 가정부인을 속되게 일컫는 말이다.
복부인이란 용어는 1975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분양을 시작으로 강남 일대에 아파트가 투기 대상으로 바뀌며 이를 중개한 가정주부들이 투기세력의 대명사로 자리 잡으며 등장한다. 복부인은 당시 땅 투기로 이름을 날린 고위층 부인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빨간 바지를 입고 다녔다 하여 ‘빨간 바지’라고도 불렸다.

◆ 1990's초 - 향락적 소비문화에 빠진 경제 황금기 수혜자

1990년대 초반을 흔히 한국 경제의 황금기라 부른다. 이에 부모들이 축적한 경제력을 등에 업고 온갖 문화적 혜택을 누리며 유학을 경험한 2세대들의 향락적 문화가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을 지칭한 대표적인 용어가 오렌지족, 야타족 등이다.
‘오렌지족’은 부모의 부를 바탕으로 서울 강남 일대에서 향락적 소비문화를 즐기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이며 ‘야타족’은 고급승용차를 몰며 젊은 여성이 지나가면 “야, 타!”를 외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오렌지족은 오렌지처럼 연하고 밝고 나긋나긋한 것을 좋아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이들은 사려 깊게 생각한다거나 주의·주장을 갖는 것과는 거리가 멀며 씀씀이에 구애받지 않으며 철저한 개인주의, 향락적 소비문화에 익숙하다. 한편 기성세대가 축적한 부를 즐기지만 그들의 가치관은 부정하며 자유분방하게 생활한다. 오렌지족과 야타족 같은 말은 정치·사회적 개방과 기성세대의 한풀이 소비 욕구에다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가 한데 어우러진 상황에서 등장했다고 사회학자들은 분석한다.

◆ 1990's말 - 경제 암흑기의 시작,‘퇴직’에 시름하는 한국사회
황금기를 누리던 우리 경제는 98년 IMF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며 급격하게 암흑기로 접어든다. 모든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많은 직장인들이 이른 나이에 강제적으로 회사에 쫓겨나던 암울한 시기였다. 이 당시 신조어들은 대부분 퇴직을 의미했다. ‘동태족’은 한겨울에 명예퇴직을 당한 사람이며 ‘황태족’은 황당하게 퇴직 당한 사람, ‘생태족’은 해고 대신 타부서로 전출되며 퇴직을 간접적으로 강요당한 사람들을 말한다. 이 같은 사회상은 2000년대 까지 이어져 직장에서 38세를 넘기기 힘들다는 뜻의 ‘삼팔선’, 직장을 찾아 떠도는 사람을 말하는 ‘갤러리 족’,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 등의 신조어들이 만들어 졌다.

◆ 2000's - 엄마 따라 강남 간 아이들 … 사교육 열풍

2000년대부터 우리사회에는 이른바 ‘사교육 열풍’이 불었다. 사교육의 최고 중심지는 강남이다. 강남 대치동을 중심으로 많은 학원들이 생기고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이 엄마 손에 이끌려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이에 사람들은 강남을 두고 ‘교육특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또한 사회문제에 민감하지 않던 엄마들이 자녀교육에 관한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분노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이런 엄마들을 ‘앵그리맘’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한편 사교육이 과열로 치달으면서 자식의 교육과 인생계획까지 설계를 하는 등 자녀의 자립의지를 약화시키는 부모들을 행태를 비꼬며 이런 부모에게 자란 아이들을 ‘강남 키즈’라고 일컫게 됐다. 

◆ 2010's - 취업난과 양극화의 심화… 절벽에 선 청년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사회문제는 청년 실업과 양극화다.
청년실업의 장기화로 지금의 청년들은 ‘포기할 것’이 많아진 세대로 표현된다. 대표적인 것이 ‘삼포세대’다. 취업실패에 따른 생활고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라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5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집, 인간관계)를 거쳐 ‘7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꿈, 희망)’라는 용어로 확장됐고  최근에는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의 ‘N포세대’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졌다. 
취업난을 넘어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에게는 임금절벽, 주거절벽, 창업절벽이 기다린다. ‘절벽’은 집값은 날이 갈수록 치솟고 그에 비해 임금은 오르지 않으며 창업을 해도 돈을 벌기는 쉽지 않아 막다른 곳에 내몰린 청년들의 절박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중산층의 몰락’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극심한 우리사회의 양극화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신조어는 ‘금수저’, ‘흙수저’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에서 유래된 ‘금수저’란 단어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부를 대물림 받으며 자란 사람을 의미하며 반대로 ‘흙수저’는 가난한 부모에게 태어나 평생 고생을 하며 자란 사람들을 비유한 단어다. 
 
◆ 사회상 나타낸 신조어 … 표준어 되기도 해
이밖에도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로 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유머러스하고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자를 가리켜 부르는 말), 핵꿀잼(매우 많이 재미있다는 뜻),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 돌싱(돌아온 싱글의 줄임말로 이혼한 여성이나 남성을 이르는 말) 등의 신조어가 최근 유행하고 있다.
이같이 국립국어원은 당시 유행하는 신조어를 분석하기 위해 매년 100여 개의 언론매체를 모니터링 해 새로운 개념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표현한 어휘를 찾아 등록한다. 이 중 5년 이상 오랜 기간 사용돼 국민들에게 일반화된 단어들은 종종 표준어로 등록돼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네비게이션, 몰래카메라, 비밀번호, 피시방 등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신조어는 그 당시 우리 사회가 어떤 문제와 고민을 안고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되며 표준어 지정 여부는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보완 심의회’의 심사를 통해 이뤄진다”고 전했다.  
이어 “신조어가 자칫 한글파괴, 세대 간의 대화 단절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선도 있다”며 “남녀차별 혹은 소수인권을 무시하는 등 사회 분위기를 저해하는 단어들은 가급적 사용을 피하는 국민들의 순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무사신문 제685호(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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