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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412]
국제부 기자가 본 2004 지구촌- 출렁이는 환율시장
[한겨레 2004.12.27]

 

미 약달러정책, 독인가 약인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재선의 최대 피해자는 이라크 팔루자와 외환시장’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달러 약세’는 올해 국제경제의 주요 화두였다.

전세계가 들떠 있던 성탄절 전야를 틈타 24일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이어 1유로당 1.35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3549달러까지 치솟아 1.36달러도 내다보게 됐다. 달러 가치는 올해에만 유로에 대해 7.5% 급락했고, 일본 엔에 대해선 2.4% 떨어졌다. 내년 1분기에 달러-유로 환율은 1.40달러를 넘어서고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100엔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상적자와 재정적자, 즉 ‘쌍둥이 적자’가 달러 약세의 큰 원인이자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미국의 경상적자는 4758억달러로, 올해 전체로는 5천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2004회계연도 재정적자는 4130억달러였다. 둘 다 미 역대 사상 최고치다.

미국은 달러 약세가 자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여 경상적자 폭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문제는 과연 그게 가능할까하는 것이다. 경제전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과도한 소비성향이 있는 데다 저금리 정책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으며, 아시아와 유럽 소비자들의 소비가 지금 이상으로 살아날지 의문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출경쟁력높여 미 적자폭 감소 겨냥
미 국채매각 부를땐 폭락 악수솬 우려

따라서 진짜 문제는 재정적자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 매달 58억달러의 전비를 쏟아부으면서 거의 홀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04회계연도 총 재정지출 중 국방비는 4555억달러로 재정지출 항목 중 2번째로 높은 순위다. 게다가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대표적 정치상품인 ‘감세정책’ 역시 포기하지 않을 태세다. 이라크는 안개 속이고, 재정수입은 줄면 줄었지 늘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재정적자 신기록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 약세 가속화가 대세라고 판단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 국채를 팔기 시작한다면 ‘폭락의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현재 1조달러에 이르는 미국 재무부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에선 이미 팔기 시작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 붕괴가 채권시장 몰락으로 이어지면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릴 것이다.

채무자가 빚을 적게 진 경우,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는 이른바 ‘갑’과 ‘을’의 관계다. 을이 갑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빚이 ‘정도’를 넘게 되면, 둘의 관계는 역전된다. 채무자가 ‘어디 마음대로 해보라’며 채권자를 협박하고, 채권자가 채무자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시키지도 않은 전쟁을 벌인 미국이 자국민의 세금은 줄이고 남의 돈을 빌려 펑펑 쓰더니 이제 와서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읊조리며 전세계에 비용 공동부담을 요구한다면? 달러 약세 문제도 결국은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과 그 연장선 위에 있는 이라크침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쌍둥이 적자와 달러 약세의 이면에 이라크가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라크 팔루자와 외환시장이 ‘최대 피해자’라는 한울타리에 묶여 사람들 입에 함께 오르내려도 어색할 게 없다.

 [조회: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