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민 종
문화일보 기자
올해 수출과 내수의 동반 침체, 주력 산업의 붕괴, 청년실업률 악화, 저성장 구조 진입 등 온갖 악재가 지속하면서 한국경제의 행보를 둘러싼 어두운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유독 돋보이는 게 하나 있으니 바로 세수(稅收)다. 오히려 잘 걷히고 있기 때문이다. 세수가 잘 걷히면 경기가 호황이고 향후 재정운용을 하는 데 어려움도 없을 것이란 인식을 하는 게 보편타당하다.
반면 문제는 전술한 경기상황과는 거꾸로 간다는 데서 다들 의아함을 표시하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모두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왜 세수만 잘 걷히나. 올해 1∼7월까지 국세청이 걷은 세수는 약 150조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조1000억 원이나 늘었다. 국세청이 표현하는 세수 진도비는 67.2%로 예년보다 4.8%포인트나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미스터리’라고 표현할 정도다.
기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상반기부터 입이 무겁기로 익히 유명한 국세청 관계자들만 만나면 ‘세수 호조의 배경’을 묻곤 했다. 일선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징수담당자나 고위 간부들의 전언으로는 "경기가 좋지 않아도 신고 세수는 늘어 날 수 있다. 수출이 줄면서 환급이 감소했고, 부동산거래 역시 늘었다. 법인 세수 역시 증가했다. 임원 퇴직금 중간정산 금지에 따른 일시 경비처리 등도 배경으로 보고 있다”는 짧은 설명을 들었다.
이달 7일 열린 국세청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세청은 약간 더 구체적인 세수 증가 원인을 내놓았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4.9% 성장했고, 법인 영업실적이 개선됐으며, 민간소비가 증가한 긍정적인 경제요인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의 12월 말 결산법인 세전순이익은 2014년 말 53조4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63조3000억 원으로 증가했고, 민간소비는 올해 1분기에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2%, 올해 2분기에는 3.3%로 늘었다고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비과세 및 공제·감면 정비와 함께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제도 시행 등 세법개정 효과도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 법인 영업실적이 늘었다니,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로 인한 세수 증가분이 얼마나 된다고 등의 의문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국감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라 "쥐어짜 기식 세무조사, 압박성 고지서 때문에 세금이 더 걷힌 것 아니냐”, "불시 세무조사가 많아지고 영세자영업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과세품질이 좋지 않아 심판청구 패소로 인한 환급액이 많아지고 있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됐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건수로 줄었다고 해도 불복 대응이 늘고 잘못 거뒀다가 소송 끝에 돌려주는 환급규모역시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서 부실·과도 논란이 나오는 것도 맞다. 그러나 세무조사로 인한 추징액은 통상 매년 6조∼7조 원 대 수준이어서 단순하게 과잉·압박 세무조사로 세수가 호조를 보였다고 단정을 짓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마리가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의 두툼한 보고서를 접하고는 일부 풀렸다. 올해 1분기(1~3월) 중 국세청 소관 세수를 포함한 국세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조8000억 원 늘었다는데 이는 2015년 말 부동산거래 증가, 2015년 법인 영업실적 개선, 부가가치세 환급 감소 등의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후 4~8월에도 자산시장 호조세 지속, 법인 실적 개선으로 6조7000억 원이 더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올해부터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가 부활하고 대출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예상에 따라 부동산거래가 급증하고 가격이 뛰면서 양도소득세가 늘었다. 법인세는 기업 매출액은 줄었지만,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 원가절감에 힘입어 늘었다. 특히 수입 비중이 높은 기초소재업체들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부가가치세와 관세도 1분기 중 수출 부진에 따른 환급감소로 일시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기자가 국세청 산하 6개 지방청의 세수 호조 배경을 분석해 봤더니 예외 없이 부동산경기, 환급감소에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반영된 점이 눈에 띄었다. 심지어 매년 세수 증가율이 높지 않았던 A 지방청 조차 무려 30%가 넘는 세수 실적을 보였다. 이 역시 공공기관 혁신도시 전입에 따른 법인세 증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 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종합해 보면 세수 호조는 정상적인 경기호조와는 무관하고 1분기 중 항구적인 아닌 일시적인 특이요인이 두드러지게 작용한 데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린 점, 유가 등 해외 외생변수로 인한 영업이익률 개선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외견상 세수 호조야 반길 수 있겠지만 ‘학점’으로 따지면 우수 성적을 매길 형편이 결코 아닌 셈이다. 더구나 이런 흐름조차 앞으로 끊길 가능성이 높다. 내수와 대외부문의 회복세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시장 호조의 ‘단발’요인이 국세 수입 호조를 연속해서 이끌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동산경기로 내수를 떠받쳐온 정부도 최근 과열 조짐을 보이자 어쩔 수 없이 대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금리가 오르고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법인 수익이 악화하거나 가계부채로 소비를 억누를 수밖에 없게 되면 국세수입은 급제동이 걸릴 개연성이 높다.
최근 경기상황은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산업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하고 콘트롤 타워도 보이지 않는다. 소비심리도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았다. 내년 성장률은 잘해야 2%대 후반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런 형국에서 앞으로 세수가 비정상적 궤도로 가면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살림은 더 위축될 것이다. 세수 변동 추이에 대해 면밀하면서도 신중하고 꼼꼼한 접근을 통해 내야 할 세금은 성실히 신고하도록 독려하고, 사각지대에 묻혀 지하경제로 흘러들고 음성화하는 탈세·탈루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처해야만 올해 벌어진 세수를 둘러싼 이런 논란도 수그러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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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686호(201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