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의]
갑은 몇 차례 거래관계가 있었던 을로부터 ‘세금처리를 위한 영수증이 필요하면 내가 약 3억원 상당의 매출전표를 구해 줄 수 있으니 나에게 약간의 수수료를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갑은 그렇지 않아도 비용처리에 필요한 영수증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을에게 금 3,000만원을 주고 을로부터 매출전표를 받았으나, 후에 알고보니 을이 가져다 준 매출전표는 허위의 매출전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이 취할 수 있는 조치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 수 있는지요.
[답 변]
첫째, 갑이 을에게 지급했던 금 3,000만원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해 보면, 갑이 을에게 금 3,000만원을 지급한 이유는 을이 세금처리에 필요한 매출전표를 마련해 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는 을이 전해준 매출전표가 허위의 매출전표이었기 때문에 갑은 위 매출전표를 사용하지도 못했고 결국 을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갑으로부터 금 3,000만원을 지급받은 결과가 된다. 이러한 경우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한지 문제된다.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란 법적 권한이 없이 이득을 취한 경우 손해를 본 상대방이 이익을 얻은 자를 상대로 이득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본 사안의 경우 을은 정상적으로 발행된 매출전표를 갑에게 마련해 주는 조건으로 금 3,000만원을 받은 것이나 실제로는 갑에게 허위의 매출전표를 전해 주었으므로 을이 받은 위 금 3,000만원은 부당이득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민법은 모든 부당이득의 반환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불법적인 원인으로 지급된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불법원인 급여’라는 이유로 부당이득의 반환청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본 사안에서도 갑이 을에게 금 3,000만원을 지급한 이유가 실제로 존재했던 매출이 아니고 허위의 매출자료를 통해 세금을 적게 납부할 불법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갑이 을에게 지급한 위 금 3,000만원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
다만, 불법원인급여라 할지라도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그것보다 현저히 크고 그에 비하면 급여자의 불법성은 미약한 경우에도 급여자의 반환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공평에 반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민법 제746조 본문의 적용이 배제되어 급여자의 반환 청구는 허용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므로 만약 을이 처음부터 갑에게 허위의 매출전표를 발급해 줄 생각이었다면 이러한 경우는 수익자인 을의 불법성이 갑의 불법성보다 현저히 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므로 갑의 청구가 인정될 여지도 일부 있다고 보인다(대법원 1993. 12. 10. 선고 93다12947 판결 참조).
둘째, 을의 행위가 형사적으로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만약 을이 처음에는 진정한 매출전표를 구해주려고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해 허위의 매출전표를 구해준 경우라면 조세에 관련된 형사책임은 별론으로 할 경우 별다른 범죄행위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으나, 만약 처음부터 허위의 매출전표를 작성할 계획하에서 갑을 기망하여 진정한 매출전표를 마련해 주겠다고 한 경우라면 을은 사기죄가 인정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갑은 을의 의사에 따라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되고, 을의 형사책임은 처음부터 갑을 기망하여 금원을 편취할 의사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403호 (2004.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