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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898]
[기고] 경제학 카페-허용석 재정경제부 세제총괄심의관

 

 

 

유시민 의원 〓 대통령과 재경부장관은 허공에서 돈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정부가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마련이고, 그 비용을 짊어져야 하는 것은 결국 국민입니다.
유럽 선진국 국민이 그처럼 풍부한 공공서비스를 제공받는 대가로 소득의 절반가량을 국가에 ‘빼앗긴다’ 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교육과 의료, 도로교통과 재해방지, 치안과 국방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정부를 질타하면서, 국민의 세부담 경감을 주장하는 정치인과 언론인, 경제전문가는 바보 아니면 사기꾼입니다. 그런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부는 지구상에 없습니다.

 

허용석 세제총괄심의관 〓 같은 생각입니다.
외국의 경우 예외 없이 경제ㆍ사회ㆍ복지ㆍ후생 측면에서 수준이 높아지면서 세부담이 늘어났습니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0% 내외입니다.
미국ㆍ독일이 21∼22%, 프랑스ㆍ영국이 28∼30%입니다. 일본이 17%인데 일본은 만성적인 재정적자 국가니까 비율에 큰 의미가 없겠지요. OECD 평균이 27%대입니다. 그런데 이들 숫자를 좀 더 들여다 볼까요?


예컨대, 미국ㆍ독일과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보장 수준은 어떻습니까? 누구나 우리가 열악하다고 생각하겠죠. 우리의 경우 명목 조세부담률은 이들 국가와 비교해서 분명히 낮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조세부담률 역시 낮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체감 조세부담률을 낮추려면 재정지출에서 사회보장비지출이 커야 되는데 사회보장비지출 비중이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의 20∼30% 수준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방비, SOC, 경제개발을 위해 많은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보장비 지출을 늘려 체감조세부담률을 낮추는데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유의원 〓 시장경제는 여러 약점을 가진 시스템인데, 소득분배를 불평등하게 만드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 사회정의를 높은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은 조세제도를 통해서 시장이 만든 소득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간접세 비중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조세체계가 사회정의에 역행한다고 주장합니다. 좋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조세체계가 잘못되어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못하는 게 문제라기보다는 현행 조세제도에 따라 당연히 거둬야 할 세금조차 제대로 거두지 못한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지요.

 

심의관〓 먼저 소득재분배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소득재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우리나라는 시장소득 기준으로 1982년에는 0.303, 2003년에는 0.306입니다.
지니계수가 지난 20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겁니다. 선진국은 우리보다 지니계수가 더 높습니다. 미국이 0.513, 영국이 0.530, 일본이 0.441입니다.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세제가 선진국 못지않은 수준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조세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볼까요.


소득재분배 상태를 측정하는 소득개념에는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시장소득이고 다른 하나는 가처분소득입니다.
가처분소득은 시장소득에 보조금 같은 사회보장소득을 더하고 세금하고 의료보험ㆍ고용보험료 같은 사회보장기여금은 뺀 겁니다.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여도는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지니계수와 시장소득에서 세금을 뺀 소득의 지니계수를 비교해서 얼마나 개선됐느냐에 따라 측정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시장소득 지니계수와 시장소득에서 세금을 뺀 소득의 지니계수간의 변동률은 우리나라와 선진국간에 큰 차이가 없다고 나왔습니다. 연구에서는 세금에 기여금을 포함시켰습니다.


모두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우리의 경우 아직 사회보장지출규모가 작아서 사회보장소득까지 고려한 가처분소득의 지니계수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개선도가 떨어집니다. 이 부분이 선진국 수준까지 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가 간접세 비중이 높다는 건 사실과 다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직접세 비중은 53%입니다. ’98∼’02년 5년간 평균 직접세 비중이 51% 수준이니까 소폭이나마 진전이 있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미국ㆍ일본의 직접세 비중이 70%대인 것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부가가치세제를 채택하고 있는 유럽국가와는 비슷합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직ㆍ간접세 중심적 생각에 학계 등에서 변화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02년 오닐 美재무장관은 지금까지 미국 세제를 지배해 온 누진세율구조에 기초한 법인세ㆍ소득세 등 직접세 중심세제를 비례세율과 부가가치세ㆍ연방판매세 등 간접세 중심세제로 개혁하는 방안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우선 파이를 키운다』는 성장을 강조하는 즉, 형평보다는 효율을 강조하는 공급경제학적인 정책적 전환의 모색이 있었습니다만, 현실적으로는 누진세율구조하에서는 저축과 투자의 촉진이 어렵고, 각국이 경쟁적으로 법인세율ㆍ소득세율을 인하하여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해서 듀퐁ㆍ인텔 등 미국의 유수기업이 속속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는데 따른 위기감이 있었습니다.

또 독점적 위치에 있는 기업은 법인세 부담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어 법인세가 사실상 간접세처럼 운용되는 경우도 있고,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도 식품ㆍ주택 등 기초 생필품에 대해 면세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율이 10% 단일 세율인데 비해 유럽국가의 부가가치세율은 재화의 가격ㆍ용도 등에 따라 세율을 차등하는 복수세율로 운영하고 있지요.

거둬야할 세금을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 문제는 과세당국이 풀어야 할 큰 숙제입니다.
신용카드 사용이 확대되면서 과표현실화율이 많이 높아졌습니다만, 민간소비지출중 60%가량이 아직 현금거래입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현금영수증제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국민의 납세의식도 더 높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영국에 세금을 거두는 세리와 납세자의 관계를 『의처증 심한 남편』과 『바람기 있는 아내』의 관계로 비유한 속담이 있습니다만, 교회나 사찰 같은 종교단체에 기부하고 소득공제 받는 금액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컴퓨터와 인쇄기술의 발달로 원본보다 더 정교한 허위증빙이 난무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유의원〓 소득세는 누진세 구조를 갖습니다. 그래서 고액소득자들은 불평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소득세가 시장이 만든 분배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정의로운 세금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득을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하는 것입니다. 특히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과 더불어 이자와 배당 등 금융소득도 함께 얻는 경우 이를 모두 합친 종합소득에 과세하여야 마땅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론적으로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실무적으로도 아무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IMF 경제위기를 빌미삼아 예정되어 있던 금융소득종합과세 실시를 슬그머니 연기해 버린 것은 고위 경제관료와 국회의원 등 정책결정권을 행사하는 사람들 자신이 금융소득분리과세로 득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심의관 〓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소득이 있는 그대로 파악된다는 전제하에서만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는 제도입니다.
1993년부터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서 각종 금융소득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터잡아 ’94년도에 소득세법을 개정하여 ’96년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시행하였습니다. IMF이후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잠시 유보했다가 2001년부터 다시 시행하고 있습니다.

 

유의원 〓 공정한 조세부담이라는 당위적 요구에 비추어 보면 소득세가 제일 낮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간접세 비중이 높습니다. 따라서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간접세 비중을 낮추고 직접세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득세 비중을 높이게 되면 조세정의가 실현될까요?


부자들에게 더 큰 부담이 간다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직하거나 멍청해서 소득을 숨기지 못하는 부자나 그렇고 소득을 숨기는데 성공한 부자는 지금보다 더 큰 이득을 볼 겁니다.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을 획기적으로 올리지 못한다면 소득세의 비중 증가가 곧 조세정의의 실현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해야 할 겁니다.

 

심의관 〓 결국 유의원께서 말씀하시는 조세정의는 누진구조를 갖는 소득세제를 통해서 실현된다는 말씀입니다.
다만,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가 모두 과세대상에 들어와야 한다는 거지요. 우연의 일치이긴 합니다만, 자영업자 과표현실화율이 30%(사실 여기에 대한 정확한 조사결과는 없다)라고 하셨는데 근로소득자도 자기 소득의 30%정도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전체 급여소득중 70%가 각종 공제 등으로 과세되고 있지 않거든요. 우리나라 소득세 부담은 주요 외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GDP대비 소득세비중을 보면 미국ㆍ영국이 12∼13%, 일본 5.5%, 프랑스 8.0% 등 OECD평균이 10%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3%도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세 비중을 늘리기 위해 소득세 부담을 높이는 것은 중산ㆍ서민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매년 근로소득세를 경감하고 있는 입법환경을 감안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에 세제당국의 고민이 있습니다.

 

 

제 395호 (2004.08.16)

 [조회: 3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