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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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533]
꼬끼오! 붉은 닭의 해가 밝았습니다!
닭은 12간지 동물 중 유일한 날짐승으로 예부터 어둠을 뚫고 아침을 여는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영물로 여겨졌다. 2017년은 을유(乙酉), 정유(丁酉), 기유(己酉), 신유(辛酉), 계유(癸酉) 순으로 순행하는 육십갑자 중 ‘정유년’에 해당하며 이때 ‘정(丁)’은 ‘붉음’을 상징한다. 본지는 과거 정유년에 발생한 역사적 사건에서부터 최근 AI파동에 이르기까지 닭에 대한 의미를 1인칭 시점으로 꾸며봤다.<편집자>

내 이름은 꼬기야. 사람들은 나를 닭이라 부르지. 까불거리는 원숭이 녀석이 지난해 주인공이었다면 2017년 올해는 바로 내가 주인공이지. 몇몇 무뢰한들은 아직도 나를 ‘닭대가리’라는 비속어로 멍청하다 놀리지만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이야기야. 내 자랑 같아서 하지 않으려 했지만 지난 2014년 미국의 유명 과학 월간지 ‘Scientific American’은 똑똑한 새로 바로 나, 닭을 선정한 바 있어. 우리가 24가지나 되는 다양한 울음소리로 의사소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나를 무식하다 놀린다면 우리나라에 분포한 1억6,500마리 동료들이 가만있지 않을 걸? 꼬끼오!

■ 조선시대 시계역할과 입신양명의 상징
시계가 없던 시절, 우리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리는 역할을 했어. 특히 과거에는 조상을 모시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내 울음소리를 기준으로 제사를 지냈지. 이렇다 보니 내가 제때 울지 않거나 울 때가 아닌데 울면 불길하다고 여겼어. 내가 초저녁에 울면 재수가 없고, 해가 진후에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였으니 말야.
특히 조선시대 수험생들 사이에서 내 그림은 인기절정이었는데 내 볏이 벼슬을 상징하는 관을 쓴 모양과 같았기 때문이지. 또 내 그림에는 맨드라미를 함께 그렸어. 맨드라미는 내 볏과 모습이 비슷해 관 위에 관 하나를 더하는 것으로 최고의 입신출세를 상징했거든!

■ 정유재란, 민족의 기지로 극복
   대한제국, 황제국가임을 만방에 선포
지금으로부터 420년 전, 1597년 8월의 더운 여름 날 일본과의 임진왜란 정전회담이 결렬돼 왜구가 조선을 다시 침입했지. 인간들은 이를 정유년에 다시 일어난 전쟁이라 해 ‘정유재란’이라 부르더군. 당시 삼복더위라 힘들었지만 한민족이 전국 각지에서 너나없이 들고 일어나 국토를 수호할 수 있었어. 사명대사 유정 스님이 울산에서 승병을 일으켰고 이순신 장군도 남해에서 왜구를 소탕했지. 절체절명의 위기를 한민족의 기개로 극복할 수 있었던 인상 깊었던 해였어.
그로부터 300년이 흐른 1897년 정유년에는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했어. 이때부터 1910년 한일합병 전까지 우리나라는 대한제국으로 불리며 고종의 지휘 하에 대대적인 개혁을 펼쳤지. 이를 사람들은 광무개혁이라 하는데 이때 우리나라 최초의 헌법인 대한국제(大韓國制)가 반포되기도 했어. 오늘날 대한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이때 사용된 ‘대한’이라는 명칭은 대한민국 국호의 근간이 됐지.

■ 대한민국 ‘3대 느님’이라 불려…국내 육류소비량 중 2위!
혹시 대한민국 3대 느님(‘하느님’에서 파생돼 존경하는 사람을 일컫는 유행어)이 누군지 아나? 국민MC 유재석, 피겨여왕 김연아, 그리고 치킨. 이 셋을 일컬어 유느님, 연느님, 치느님이라 부르지. 내 인기를 내 입으로 하려니 조금 민망하지만 사실이야.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연간 1인당 육류소비량 51.3kg 중 닭고기가 15.4kg을 차지하며 소고기(11.6kg)를 제치고 돼지고기(24.4kg) 다음으로 많이 소비되는 영예를 안았어. 이런 나의 인기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데 1년에 닭고기는 약 1억 톤, 달걀은 약 1조개가 소비되고 있지. 물론 그 인기만큼 동료들의 희생이 따랐으니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주길 바라.

■ AI는 인재(人災)…국가적 로드맵 구축해야
최근 난 매우 슬퍼. 지난 11월 우리나라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살처분 된 닭이 2,800만 마리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야. 이런 확산세가 계속되면 앞으로 5,000만 마리가 살처분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와 침통하기 그지없어.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사육농가가 밀집해 전염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하지만 난 이걸 단순히 바이러스에 의한 자연재해라고 생각하지 않아. 2003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AI가 발발한 이후 국가 차원의 로드맵이 구축되지 않은 게 화근인 거지. 전문가들이 달라붙어 예방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담당 공무원은 2년마다 바뀌니 해마다 AI가 되풀이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아니겠어?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도 방역체계가 무너져 AI바이러스가 중국·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처럼 상재화될 가능성도 크다는 거야. 이제부터는 제발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 줘.

■ 닭이 울면 어둠이 걷히고 ‘빛의 시간’이 온다
나는 지난 수세기 동안 새벽녘 어둠을 가르고 길게 울음을 토해 내며 새벽을, 빛의 도래를 예고했어. 태양의 새인 내가 여명을 틈타 목청 높여 홰를 치면 도깨비나 귀신들이 일제히 자취를 감춰버리곤 했거든. 이처럼 길조로 여겨진 나는 건국신화나 영웅의 탄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한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 왔어. 하지만 오랫동안 인간 곁에서 가축으로 살아온 나도 지난해 우리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바라보자니 가슴이 답답하더군. 부디 새해에는 부정한 것을 물리치는 내 상서로운 기운을 등에 업고 보다 밝은 사회를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할게. 꼬끼오!!!


세무사신문 제691호(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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