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520만 시대
통계청에서 지난해 말 발표한 ‘2015 인구조사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약 1천900만 가구 중 1인 가구는 520만으로 27.2%나 된다. 2인 가구(26.1%), 3인 가구(21.5%), 4인 가구(18.8%)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1인 가구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우리나라 인구통계 집계 이후 최초다. 증가속도도 빠르다. 1990년 전체 가구의 9% 정도였던 1인 가구 비율은 10여년 사이 3배 이상 상승했다. 90년대부터
현재까지 5년마다 100만개의 1인가구가 생겨난 꼴이다.
당초 통계청 및 전문가들은 2020년은 넘어야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5년이나 앞서 현실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2030년이 되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4%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더 이른 시기에 달성될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강력한 소비주체 ‘1인 가구’
1인 가구 증가는 단순히 가구구조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통계청이 조사한 가구별 소비성향을 보면 1인 가구의 소비 성향(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80.5%로 전체 평균(73.6%)보다 높다. 또한 가구원수별 1인당 소비 규모 역시 1인 가구가 92만원으로 가장 높다. 이를 증명하듯 2006년 16조원에 불과하던 1인 가구의 소비지출 규모는 2010년 60조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추세라면 2030년쯤에는 200조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된다.
1인 가구로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이제 시장에서 강력한 소비주체가 된 것이다. 10년 사이 100조 이상의 가치가 창출될 이 변화에 기업들도 빠르게 대응하며 1인 가구를 위한 제품, 서비스를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 이렇게 1인 가구는 단순한 가구 구조의 변화가 아닌 시장, 산업 전반의 구조를 뒤바꾸고 있으며 이를 두고 ‘파워 솔로’ 혹은 ‘솔로 이코노미’ 현상이라고 한다.
1인가구의 소비특징 4S
1인 가구의 소비행태는 기존 4인 가구체제에서 살던 사람들의 모습과는 다른 면을 보인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4S’와 ‘SOLO’이다. NH투자중권 한슬기 연구원은 1인가구의 소비행태를 4S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4S는 ‘나를 위한(Selfish)', 작고(Small)', 똑똑한(Smart),
새로운 서비스(Service)를 선호하는 소비행태를 의미한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1인가구의 소비행태를 SOLO라고 분석한다. 이는 Self(자기 지향성 소비), Online(온라인 소비), Low-Price(저가 지향성 소비), One-Stop(편리성 지향 소비)를 일컫는다.
두 가지 분석법은 서로 다른 키워드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 ‘나에게 가치 있는 것을 편리한 방법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 한다’는 공통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
1인 가구시대 불황을 모르는 편의점
이런 1인 가구 소비성향의 최대 수혜 업종 중 대표적인 것이 편의점이다. 특히 늘어난 ‘혼밥’(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신조어)족을 겨냥한 도시락 사업은 편의점 매출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국내 최대 점포를 보유한 편의점 C*의 도시락 매출은 2014년 10%, 2015년 65% 증가했고, 지난해는 무려 191% 가량 상승했다. 이 밖에도 소량의 간단한 식음료 제품의 구입이 용이하고 일반의약품 구매부터 ATM, 택배, 세금납부, 렌터카 등 다양한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도 마실 수 있는 복합적 생활편의시설이란 장점이 1인 가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국세청이 발표한 2015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창업시장에서 자영업자가 3년 이상 사업을 운영하는 비율은 전체 창업자 가운데 약 30%에 그친 반면 편의점 사업은 창업자의 약 77%가 3년 이상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4년 서울 소상공인지도 통계(3년간 생존율)를 살펴보면 PC방 33%, 카페 47%, 제과점 59%에 비해 편의점 생존율은 85%로 다른 업종에 비해 뛰어난 안정성을 보였다.
눈치볼 것 없이 자기관리·자기계발 … ‘나 혼자 산다’
또 다른 1인가구의 소비 특징은 ‘나를 위한’ 소비에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여행, 운동, 건강, 자기관리 등이다. 2014년 상공회의소는 1인 가구가 지출을 늘리고 싶은 항목에 대해 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1위는 여행, 2위 자기계발, 3위 레저, 4위 건강, 5위 취미활동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상공회의소는 이를 두고 1인 가구 시대에는 “나를 위한 자기지향성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세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생활밀접업종 현황분석 자료를 보면 커피전문점, 피부관리업, 헬스클럽 등의 업종들이 최근 가장 높은 사업자 증가율을 보였다. 전문가들의 분석대로 여가활용, 자기관리, 자기계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행업체인 하나**는 1인 여행객이 지난 2013년 7만8천명에서 2015년 20만6천명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며 관련 상품 역시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크고 비싼 건 필요 없어
또한 물건을 구매할 때는 보다 작고 편리한 것을 선호하는 특징을 보인다. 주택시장에는 소형주택 및 주거용 오피스텔 등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가정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해 그 규모가 2조 원대로 커졌다. 가구 업계는 크고 단순한 디자인을 강조한 가구보단 소형주택에 거주하는 1인세대의
특성에 맞게 좁은 공간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앞세워 마케팅을 펼친다. 가전업계 역시 1인용 제습기, 김치냉장고, 밥솥 등 크게 자리를 차지 않는 소형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여성이나 노인이 혼자 사는 집도 늘어나며 보안업체와 보험업체들도 시장 개척에 노력하고 있다.
경제·행정적 정책대응 필요
향후 1인 가구의 증가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국토정보공사가 발표한 ‘대한민국 2050 미래항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가구분화는 더욱 심해져 1인가구는 35%까지 오를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반면 4인가구는 현재 19%에서 13%까지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 밝힌다.
이제 1인 가구 시대를 대비하고 그들의 소비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정부나 기업이 거시적 경제를 예측하는 필수과제가 됐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1인 가구는 선진국형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특성이지만 이는 저성장, 실업, 빈부격차, 고령화, 출산율 저하 등의 사회문제를 수반하고 있다”며 “기업은 1인 가구의 소비특성을 파악해 새로운 마케팅, 영업 전략들을 새워야하며 정부는 1인 가구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정책적 변화를 줘야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세무사신문 제693호(20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