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협의이혼과 관련해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는 반드시 가정법원이 정한 상담위원이나 상담기관의 상담을 받도록 강제하고, ‘숙려기간’을 두는 등 그동안 쉽게 이뤄져 온 협의이혼을 제한하기로 했다. 법원은 또 이혼 뒤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부부 한쪽의 수입을 원천징수하거나 신용기관에 양육비 연체 사실을 통보하는 등 양육비 지급명령을 강제로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가정법원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개혁위·위원장 한명숙 의원)는 27일 3차 전체회의를 열어, 그동안 논란이 된 이혼제도 개선방안 등에 대해 이렇게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법조·언론·여성계 인사 등 39명이 참여한 개혁위는 지난 7월 발족한 뒤, 3개 분과로 나눠 재판이혼과 협의이혼, 청소년범죄와 가정폭력 등 주요안건을 논의해 왔으며 전체회의에서 의결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개혁위는 이날 의결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입법안을 마련해 내년 4~5월 대법원과 청와대에 보고할 예정이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이혼제도 개선과 관련해, 개혁위는 현행 협의이혼 제도를 유지하되 일정한 제한을 두는 방향으로 최종의견을 정리했다. 개혁위는 숙려기간·상담제도 도입을 의결하고, 숙려기간을 얼마로 할 것인지와 상담의무화 대상이 되는 미성년 자녀의 나이를 얼마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법원 실무연구팀에 위임해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개혁위는 숙려기간이나 상담으로 인해 피해가 생길 우려가 있으면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다.
개혁위는 이날 양육비를 받아내기 위한 집행수단으로 △여권발부를 거부하거나 발급된 여권을 철회·제한하는 방안 △소득세 환급금에서 연체된 양육비를 삭감하고 지급하는 방안 등을 내놨다. 지금까지 부부의 연령·재산상황 등을 검토해 법원 재량으로 결정하던 양육비 산정방식도 법원규칙이나 내규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개혁위는 또 주거침입 및 퇴거불응죄를 가정폭력범죄로 추가하는 등 피해자의 권리를 확대하고 보호처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정폭력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선방안도 내놨다.
김선종 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는 “협의이혼이 전체 이혼의 80%를 차지하는데, 그동안 당사자간의 합의를 존중하기 위해 너무 쉬운 절차로 이혼결정을 내려 문제였다”며 “국가가 어느 정도 이혼에 관여해 후견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