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태어나 눈 감을 때까지의 삶 전반에서 여러 사람을 겪고 대하는 ‘연결’의 관계에 놓인다.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가족원, 직장 일원, 모임멤버 등 여러 신분과 역할을 동시에 거치는 가운데 자신의 말과 행동을 타인에게 내보이고 이를 통해 상대와 소통과 교감을 한다. 이런 소통과 교감의 결과는 화음 혹은 불협화음을 낳는데 이를 결정짓는 건 매 순간 ‘매너’와 ‘예절’을 발휘하는지의 여부다. 이번호에서는 상대와의 소통과 교감에 화음을 불러일으키는 데 빠져서는 안 될 ‘매너’와 ‘예절’에 대해 살펴본다.<편집자>
경계해야 할 도(道)가 지나친 관심과 궁금증
상대와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는 데상대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이 빠질 수 없다. 상대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이들과 관계는 남남과 다름없는 형식적인 관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도가 지나친 관심과 궁금증은 오히려 관계를 망가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누구나 그다지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프라이버시가 있다. 굳이 알려야 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알려져 좋을 것이 없는 민감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상대의 프라이버시를 캐묻는 언행을 보인다면 상대는 불쾌감을 느끼고 어느샌가 당신과의 관계에 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
명심하자. 당신이 묻지 않아도 상대는 밝힐 수 있는 근황 또는 자랑거리 등을 알아서 풀어놓게 마련이다. 상대와 친밀한 관계를 기대한다면 상대가 밝히는 근황 또는 자랑거리에 한해 축하, 공감 등으로 맞장구를 쳐주면 그만이다.
여고 동창 모임에 참석한 ‘한궁금’은 자신과 절친한 ‘나예민’이 지난 모임에 사정이 생겨 불참했으나 이번 모임에는 참석해 반가움이 앞선다.
‘한궁금’은 ‘나예민’이 지난 모임에 불참석한 사유가 친정에 생긴 안 좋은 일 때문이라는 설명을 듣자 안타까운 마음에 절친 ‘나예민’에게 말을 건넨다.
▣ 잘못된 예
“친정에 무슨 일이 생긴 건데? 친정 부모님이 편찮으셔? 뭔데 얘기해봐. 너희 친정은 자식이 몇인데 거리가 먼 곳에 사는 딸인 네가 직접 들여다봐야 했니? 얘 저번 모임에 네가 없으니까 내가 얼마나 심심한 줄 아니?”
▣ 옳은 예
“얘 걱정거리 없고 편안하기만 한 집이 어디 있겠니. 그래도 네가 이번 모임에 나온 걸 보니 걱정을 한시름 놓은 것 같아 다행이구나. 그래도 네가 효녀다 효녀. 거리가 먼 데도 친정을 방문하고 말이지. 오늘 모임은 지난번에 못 푼 회포까지 더 해 즐겁게 보내자”
과한 친절과 배려는 득 아닌 독!
친절과 배려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일까? 단언컨대 ‘NO’다. 친절과 배려에도 정도가 있고 요령이 필요하다. 상대의 의사에 상관없이 베푸는 친절과 배려는 금물이다. 또, 베푼 친절과 배려를 상대가 알아줄 것이란 기대 역시 갖지 말 것을 당부한다.
친절과 배려 최상의 결과는 상대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감사함과 동시에 호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 상황인지를 인지하고, 이어 베풀 친절과 배려의 정도를 가늠해 자연스럽게 전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결혼한 지 6개월에 접어든 ‘김새댁’은 요새 고민거리가 생겼다.
맞벌이하는 아들내외를 위해 집안일을 해주고 있는 시어머니 ‘한참견’ 때문이다.
시어머니 ‘한참견’은 몇 달 전 며느리 ‘김새댁’에게 잠금장치 번호를 알려달라고 해 알아간 뒤 수시로 신혼집을 들락거리며 집안일을 해주고 있다.
‘김새댁’은 시어머니 ‘한참견’의 친절과 배려는 이해하나 엄연히 독립돼야 할 부부공간에 시도 때도 없는 출입에 부담감과 불쾌감을 느낀다.
‘김새댁’은 이번 주말 시댁을 방문해 시어머니 ‘한참견’에게 더 이상 신혼집 출입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려고 하지만 시어머니 ‘한참견’의 반응이 걱정된다.
▣ 잘못된 예
“얘 요새 나 같은 시어머니가 어디 있니. 너희 부부가 퇴근해 녹초가 된 몸으로 어디 저녁 식사라도 제대로 차려 먹겠니. 그래도 내가 집안일과 살림을 도맡아 주는 덕에 편할 수 있는 거지. 내 희생은 몰라주고 인제 와서 신혼집에 출입하지 말라고? 나 무지 섭섭하다”
▣ 옳은 예
“음 네가 그런 고민이 있었구나. 내가 마음대로 신혼집에 출입하면 너희 내외가 좋아할 수 없지. 내 딴에는 너희들 편하게 해주려고 했던 것인데 내 생각만 했던 것 아닌가 싶구나. 그래도 이렇게 네 생각을 솔직하게 전해주니 나로서는 며느리 속앓이 시키는 나쁜 시어머니가 안 될 수 있어 고맙구나”
따뜻한 말 한마디의 실천
보통 타인에게 자신에게만큼 따뜻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에 상대에게 비난과 힐난 등 시퍼렇게 날 선 말을 전함에 주저 없다.
또, 상대를 위함이라는 핑계로 전하는 조언과 충고는 더 거리낌 없이 쉽게 이뤄진다.
하지만 막상 비난과 힐난 그리고 조언과 충고 등 상대를 비판하거나 변화를 기대해 전하는 말에 매너와 예절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아무리 상대를 위해서일지라도 그 말을 전함에 있어 매너와 예절을 놓친다면 상대에게 언짢은 기분만을 들게 해 서로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이다.
상대에게 따뜻한 말을 통해 전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에게 자신이 누구로부터 부족하거나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는 느낌을 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나미쳐’는 둘째 아들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둘째 아들 ‘나한량’은 대학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아버지 입장에서 아들 ‘나한량’을 볼 때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지가 않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가운데 느긋해 보이는 아들의 수험생활을 지켜보고 있자니 불안해 미칠 노릇이다. 더욱이 대학 졸업과 동시에 당당히 대기업에 입사한 큰아들과 둘째 아들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느 날 밤 자정에 가까운 무렵 아들 ‘나한량’은 술이 거나하게 취한 채 귀가했다. ‘나미쳐’는 다음 날 아침 아들 ‘나한량’을 타일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 잘못된 예
“넌 수험생이냐 아니면 한량이냐? 지금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데 그따위 해이한 정신 상태로 수험생활을 한다면 넌 보나 마나 시험에 떨어질 거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공부해!”
▣ 옳은 예
“아들아 어제 한잔한 것 같던데 혹시 용돈이 부족한 건 아니냐? 갈수록 높아져만 가는 공무원시험 경쟁률을 접하니까 스트레스가 심하겠지.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믿는다! 지금 힘든 거 잘 안다만 더욱더 노력해줬으면 한다. 그리되면 아들이 원하는 합격에 더 가까워질 것이야. 힘내도록 하렴”
세상이 삭막해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말과 행동에 ‘매너’와 ‘예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 ‘매너’와 ‘예절’의 실천은 거창한 것이 아닌 한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바로 자신의 말과 행동을 상대의 입장에서 돌아보고 상대의 기분과 감정을 상하게 하는지 아니면 좋게 하는지를 가늠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크고 작은 말과 행동에 ‘매너’와 ‘예절’의 힘을 북돋워 상대와의 소통과 교감에서 화음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세무사신문 제694호(2017.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