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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물단지가 보물단지로…공중전화의 이유 있는 변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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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도 모르는 다음 사람에게 남겨준 몇 십 원과 전화기 위에 올려진 수화기. “여보세요”만 해도 70원이 떨어지던 야속함. 1만원을 구매하면 1천원을 더 충전해 주던 카드. 이제는 추억이 돼 버린 공중전화에 대한 단상이다. 1999년 15만 여대를 정점으로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 공중전화는 지난해 7만대 수준으로 그 명맥을 간신히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공중전화가 새로운 변신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꾀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공중전화의 변천사를 통해 시대의 추억과 변화의 접점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 이동과 통신의 자유 동시구현 1962년 9월. 관리·감독하는 사람이 붙어있지 않은 무인 공중전화가 우리나라에 처음 설치됐다. 당시 서울시청 앞과 화신백화점 앞 등 10곳에 설치됐다. 공중전화 도입 이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이나 사무실 등 특정 건물 내부에서 전화를 걸고 받았다. 집과 사무실 밖의 열린 공간에서는 통신이 불가능했다. 즉, 이동의 자유가 통신의 자유와 온전히 결합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공중전화도 통신을 위해선 가던 길을 멈추고 부스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한계는 있었다. 그러나 분명 공중전화의 도입으로 굳이 거리에 나간 사람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도 통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기념비적이었다. 바야흐로 현대인의 유동적 삶이 그 서막을 알리기 시작했다.
■ 치솟는 인기만큼 천태만상으로 고역 이후 공중전화 설치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1999년 수신만 가능한 삐삐(무선호출기)가 유행할 때는 약 15만3,000대로 그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한정된 서비스를 선착순으로 독점 사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온갖 일들이 공중전화부스에서 일어났다. 앞사람은 눈치를 보며 통화를 이어가고, 뒷사람은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미묘한 관계 속에 중재인이 없는 무인운영의 삼박자까지 더해져 폭행시비가 잇달았다. 실제로 1990년에는 통화시간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 실명을 하거나 사망을 하는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는데 당시 일부 언론은 개인주의 만연과 인명경시 풍조를 그 원인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또 전화부스 자체가 혹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담배꽁초나 음료수 캔을 버리거나 침을 뱉는가하면 웬만한 성인이 발로 차도 깨지지 않는 단단한 유리를 술을 마시고 기를 쓰고 깨부수면서 도시의 흉물이 되기도 했다.
■ 현재 약 7만대 개설 중…통신복지 위해 적자에도 운영 멀리 떨어진 이들을 이어주던 공중전화도 수신만 가능한 삐삐의 시대가 저물고 수신과 발신 모두가 되는 휴대전화 시대로 넘어오며 그 인기가 식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에 사용가능한 공중전화는 약 7만대로 추산된다. KT의 공중전화 위탁 운영회사인 KT 링커스측은 “공중전화 유지·보수에 대당 월 7만원을 쓰지만 공중전화 한 대에서 올리는 평균매출은 월 5만 5,800원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비효율적 구조를 가진 공중전화는 왜 아직도 우리 공간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공중전화가 군인과 저소득층 등 일시적 상황이나 경제적 이유로 통신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도 동전 몇 개를 가지고 전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익성 때문이다. 실제로 수익성이 현격히 떨어진 2007년의 엠브레인의 설문조사에서도 60% 이상의 사람들이 공중전화를 없애서는 안 된다고 응답한 사실은 공중전화의 상징적 힘을 잘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공중전화는 휴대전화 배터리가 나가거나 지진과 같은 재난 시 응급통신수단으로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 진화하는 공중전화, 죽어가던 사람도 살려 한 해에만 유지·보수비로 100억원 이상 들어도 없앨 수는 없고 그냥 두자니 적자만 쌓여가는 천덕꾸러기 공중전화가 공간의 다변화를 통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6월의 한낮, 빛조차 들지 않는 맨홀 안에서 낡은 수도관 교체 작업을 하던 50대 인부가 사고를 당했다. 수도관에서 터져나온 수돗물이 순식간에 맨홀을 가득 채우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인부는 심정지 상태에 놓인다. 지난해 실제로 일어난 이 사건은 평소 인접한 공중전화 부스에 심장충격기가 설치돼 있다는 것을 떠올린 시민이 기지를 발휘해 비극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길을 걷다 심심치 않게 설치돼 있는 공중전화 심장충격기를 눈여겨보자. 전국 약 1,500대의 공중전화 심장충격기를 통해 긴급 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홈페이지(e-gen.or.kr) 접속 후 ‘E-Gen’ > 자동심장충격지(AED)를 클릭하면 전국에 분포된 자동심장충격기의 위치와 사용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 또각! 또각! 또각! 인적이 드문 야심한 골목길. 여자의 절박한 구두소리와 이를 뒤쫓는 검은 그림자. 아찔한 순간, 여성은 가까스로 공중전화부스로 몸을 피하고 다급히 비상벨을 누른다. 이때 부스 안 슬라이드 문은 굳게 닫히고 점멸등이 켜진다. 요란한 사이렌이 울려 퍼진 사이 112로 신고하면 된다. 더욱이 부스 안과 밖은 CCTV까지 있어 범인이 함부로 다가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범죄의 증거자료로 쓰일 수 있다. 바로 공중전화를 활용한 ‘안심부스’다. 안심부스는 서울시 16대를 비롯해 전국에 모두 160대가 설치돼 있어 치안을 지키는 데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 다양한 혜택과 환경보호를 위해 전기차를 구매한 택시기사. 하지만 이를 영업용으로 종일 운전하기 위해선 하루 4번 정도의 충전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기차 충전을 공중전화부스에서도 할 수 있다. 충전에는 25∼30분이 걸리며 요금은 kW당 313.1원이다. 현재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공중전화부스는 서울과 대구에 각각 3곳, 순천 2곳, 경기도 1곳으로 총 9곳에 불과하지만 환경부는 매년 20곳 이상씩 확대·설치할 계획이다. 전기차충전이 가능한 공중전화부스의 위치는 환경부 통합포털(ev.or.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통화는 늘 아쉬움을 남기고 끝났다. 이런 아련한 향수 때문에 우리는 공중전화에 기계 이상의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일 테다. 오늘날 시대의 그리움을 안고 변화에 발맞춰 즐거운 변화를 시작한 공중전화의 변신을 기대해 본다.
<사진으로 보는 공중전화>
 
세무사신문 제698호(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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