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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20]
제일은행 매각 과정과 전망
[경향 2005.1.11]

  제일은행이 5년 만에 새주인을 맞게 됐다.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B)는 10일 제일은행을 인수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세계 1위 미국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글로벌 플레이어’가 속속 국내 금융시장에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제일은행 인수까지=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이 투입된 제일은행은 2000년 1월 미국계 사모펀드인 뉴브리지캐피털이 5천억원을 출자, 지분 49.56%를 매입하면서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의 길을 걷게 됐다. 뉴브리지는 2003년부터 제일은행 매각을 위한 물밑작업을 지속적으로 벌여왔고, 이런 노력은 지난해 11월 진전을 보게 된다. 당시만 해도 제일은행의 새주인은 HSBC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시장을 교두보로 활용, 아시아 금융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모색해온 SCB가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매각작업은 혼조양상을 띠게 됐다. 지난달 24일 HSBC가 주당 1만3천5백원 안팎의 인수가를 최종적으로 제시했으나 뉴브리지측이 반응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HSBC 실사단이 홍콩으로 철수, 상황은 SCB가 제일은행의 새 대주주가 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제일은행 인수의 유력후보가 HSBC에서 SCB로 바뀐 결정적 이유는 매각가격이었다. 뉴브리지가 주당 1만7천원 안팎의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뉴브리지 얼마 벌었나=현재 제일은행 주식은 뉴브리지가 전체의 48.56%, 정부가 51.44%(예금보험공사 48.49%, 재경부 2.95%)를 갖고 있다. 정부는 99년 제일은행을 매각할 때 계약조건(드래그얼롱 조항)에 따라 뉴브리지가 보유지분의 30% 이상을 팔 경우 동일물량을 같은 가격에 함께 넘겨야 한다.

이에 따라 총매각대금 3조4천억원을 뉴브리지와 정부가 나눠 갖게 된다. 뉴브리지는 최초 인수대금 5천억원을 빼면 5년 사이에 1조2천억원의 차익을 얻게 됐다.

한편 정부는 제일은행에 17조6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5조3천억원을 회수하지 못할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가 회수한 돈은 뉴브리지로부터 받은 매각대금 5천억원, 유상감자 때 받은 1조5천억원, 자산을 매각해 받은 8조3천억원 등 모두 10조3천억원이다.

◇SCB와 시장영향=SCB는 산매금융에 역량을 집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개인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분야에서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CB는 그동안 기업금융 부문을 강화해왔으나 최근에는 세계 각국의 현지은행 지분인수를 통해 산매금융 영업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금융보다는 개인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에 주력해왔으며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잠재력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영업방식이 산매금융에 집중된 제일은행과 합칠 경우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CB의 카이 나골왈라 아시아지역 총괄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일은행 인수를 발판으로 아시아 금융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며 “한국시장에서 8~10%의 시장점유율을 목표로 모기지론과 중소기업 금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제일은행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그는 “현재 직원들의 나이가 경쟁사에 비해 많고 인사적체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후 신입 행원 채용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의 인력 구조조정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그는 또 “제일은행의 지점수를 늘리거나 줄이지는 않겠지만 고객접근성 차원에서 지점 위치를 옮기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더 낮은 이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 SCB의 큰 강점이다.

현대증권 김혜원 애널리스트는 “제일은행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하는 추세에서 SCB의 글로벌 네트워크, 금융상품 개발력 등이 결합하면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SCB의 제일은행 인수로 가계대출과 소비자금융 부문에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은행 인수에 실패한 HSBC는 오는 11월쯤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경쟁구도는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기존 4강에 한국씨티·제일·외환 등 외국계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대결양상으로 치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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