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2003년부터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부진, 올 상반기까지 3% 대의 저성장 기조를 유지하다가 하반기에는 연 5% 성장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우리경제 부진의 원인이었던 카드문제와 가계대출 등의 큰 덩어리가 상반기 중에 해결돼 하반기부터는 가계부문에서 탄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콜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박 총재는 "올 하반기부터 물가가 불안해질 우려가 있는데다 마이너스 장기실질금리와 내외금리 역전 등 금리구조 왜곡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금리를 내리면 경기개선보다 역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각종 공공요금이 올랐고, 하반기부터 소비가 살아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클 것을 우려한 것이다. 물가 안정이 첫번째 목표인 한국은행입장에선 물가에 신경을 쓰지 않을수 없다는 얘기다.
박 총재도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이 시작된다고 볼 때 시중 유동성이 구매력화 할 수 있어, 물가에 대한 배려를 게을리 할 수 없으며 금리왜곡은 1~2년 뒤 자산거품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와 시중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금리인상에 대해서도 "금리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는 향후 경제동향에 달려있다"며 "현 단계에서는 금리 인상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하지만 그는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이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보다 손해를 보도록 해서는 안된다면서, 만일 그러한(손해보는) 일이 생긴다면 중앙은행의 정책적인 책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현재와 같이 금융권의 이자가 낮고, 사실상 실질적인 금리가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향후 금리인상에 대한 여지도 내비쳤다.
금통위, 새해 첫 콜 금리 동결
한편 새해 첫 콜금리는 동결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1월중 콜금리 운용목표를 현재의 연 3.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박승 총재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언급했듯이, 금통위가 콜 금리를 동결한 것은 현재와 같이 금융시장에서의 금리가 낮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콜 금리를 내릴 경우 이에 따른 부작용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금통위의 콜금리 동결로, 그동안 정부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고 종합투자계획도 앞당겨 추진하면서 '경제살리기'에 나선 정부입장에선 당혹스럽게 됐다. 특히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그동안 공공연히 경기 부양을 위해선 한은의 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일부에선 콜금리 동결에 따른 재경부와 한은간 갈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이 부총리는 최근 올해 경제운용방향을 밝히면서, 금리정책을 탄력적으로 활용해 경기를 진작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 재정의 조기집행과 콜 금리 인하 등으로 경기부양을 높이겠다는 재경부의 의도는 일단 빗나간 셈이 됐다.
하지만 국내외 주요 금융기관들은 한은에서 올 1분기 안으로 콜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마냥 외면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재경부와 한은 갈등 우려도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통위 입장에선 1월부터 콜 금리를 내릴 경우, 앞으로 수개월동안 금리인하 카드를 쓰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것"이라며 "정부가 상반기 중에 재정을 조기집행하고 종합투자계획을 본격화할 즈음에 맞춰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또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두차례(8월, 11월)에 걸쳐 콜금리를 0.5% 인하했지만 시중의 통화 증가율은 작년말 기준으로 6% 내외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작년말 기준으로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도 1개월 전과 비교해 6조2000억원이 줄었다. 가계로 나간 대출도 1조원이 늘어난 것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시중에 돈이 잘 유통되지 않는 등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작년부터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추세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27개국 가운데 13개국이 작년에 금리를 올렸다. 금리를 내린 국가는 8개 나라에 불과했다. 재정적자가 날로 커지고 있는 미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리를 인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고, 유럽 각국도 하반기부터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한은은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따른 정책적 조율과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회의론 사이에 향후 한은의 금리 정책방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