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더 내도 좋으니 집값을 높게 매겨 주세요."
정부가 최근 단독주택 13만5000가구의 가격을 처음으로 공시하자 이처럼 가격을 올려 달라는 소유주가 뜻밖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교통부는 이들 가구에 대한 가격 평가를 끝낸 직후인 지난해 12월 10~18일 소유주들의 의견을 들었다. 건교부는 가격이 높으니 깎아 달라는 의견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의견을 낸 2788명 중 2276명(81.6%)은 집값을 내려 달라고 했으나 나머지 512명(18.4%)은 오히려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공시 후에도 건교부에는 집값을 올려 달라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건교부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들이 과세를 위해 집값을 매긴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런 줄 알았다. 집값을 올려봐야 취득세.등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 부담만 느니 평가 가격을 그대로 확정하자고 설득했으나 이들은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담보가치가 커진다. 똑같은 집을 담보로 은행 등에서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 금융기관이 공시가격을 근거로 대출 한도를 산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집값을 올리려는 속셈도 있다.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매가를 제시하면 집을 사려는 사람을 쉽게 설득할 수 있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평가한 것이어서 공신력이 있기 때문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비싼 집에 살고 있다는 자기 만족을 위해 가격을 올려 달라는 이들도 있는 듯하다"며 "정책을 시행하다 보면 이처럼 예상 밖의 현상이 꼭 나타난다"고 말했다.
?조정 절차=표준주택 가격은 이미 지난 14일을 전후로 소유자에게 우편으로 통보됐다. 또 시.군.구청의 세무과(세정과)에서 열람할 수 있다. 이의가 있는 주택 소유자나 이해관계인은 다음달 14일까지 이곳에 비치된 이의신청서를 작성해 건교부(주택시가평가팀)에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