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채권금리 급등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섰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장기 실질금리 마이너스를 걱정하던 표정이 "이제는 금리가 너무 빨리 오른다"는 쪽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는 정부와 한은의 채권시장 안정대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고 예상하고 있다. 내달 국채발행규모를 크게 줄인다는 소식에 반색하면서도 금리가 다시 하향안정 추세로 돌아서기는 힘들다는 시각이다. 콜금리 인하 기대감은 약화된 반면 경기 회복을 위한 국채발행 증가와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이동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정부 "금리 급등 막자"..10년물 축소이어 내달 국채발행도 줄여
정부는 지난주 이례적으로 이미 예고됐던 10년물 발행 규모를 줄인 데 이어 24일에는 올들어 처음으로 금융정책협의회를 긴급 소집해 다음달 국채발행규모를 대폭 축소키로 했다. 내달 발행규모를 올해 월평균 발행액 미만으로 하기로 함에 따라 이달보다 3조원 이상 줄어든 5조원 미만의 국채가 발행될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정부가 금리급등 방어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자 채권금리는 큰 폭 하락하고 있다. 24일 오전중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주말보다 10bp 이상 떨어진 3.83%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고3년 금리는 지난해말 3.27% 수준이었으나, 올들어 콜금리 추가인하 가능성 약화와 시중자금의 증시 이동 우려 등으로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주말에는 edaily를 통해 통안증권 발행 확대 소식이 전해지자 4%에 근접하는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한은-재경부 한목소리..환율보다 금리
금리 급등을 막기위해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가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경부와 한은은 이날 금정협을 열어 국채규모 축소를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지속적인 금리안정을 위해 국고채 수급 안정을 위한 협의체를 따로 발족키로 했다.
향후 금리정책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공조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최근 콜금리 결정을 앞두고 대립각을 세우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최근 금리 급등세가 비정상적이라는 점에 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금리가 금정협 대책발표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정부는 "10bp 가량 하락은 예상하고 있었다"며 추가 하락을 유도하는 모습이다. 한은 김재천 금융시장국장도 "채권금리가 지난해 두차례 콜금리 인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으나, 속도에 문제가 있고 절대수준도 콜금리와 비교해 높다"는 입장을 밝히고 국채 단순매입 등 추가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환율 하락세 방어는 차치하고 금리 급등부터 막자는 분위기다. 지난주 환율이 1030원선까지 떨어지며 7년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재경부는 다음달 외환시장안정용국고채(환시채) 발행규모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 환시채 규모가 전체 국채발행규모 8조2000억원의 절반을 넘는 5조원에 달하며 금리급등의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콜금리 인하 기대 어렵고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이날 정부의 강력한 제동으로 금리 급등세가 진정되고 있으나, 시장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가 수급조절을 통해 일시적인 금리 오름세를 막을 수는 있으나, 결국 국채발행이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올 상반기 100조원 규모의 재정을 조기투입키로 한 만큼 국채발행 역시 상반기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4조~5조원 가량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예측하는 기관도 나타나고 있다.
콜금리 인하 기대감이 희석된 점도 채권 매도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기 이달 콜금리를 동결하면서 향후 인하 여지마저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승 한은 총재가 하반기 경기 회복론과 함께 자산거품론까지 제기한 이후 채권시장에서는 추가 금리인하가 물건너 갔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다.
최근 증시는 활황을 맞고 있어 시중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증시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화증권 최석원 채권분석팀장은 "정책기조는 여전히 저금리이나,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보다는 급등만을 막자는 쪽으로 돌아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지난해 통화정책 대신 올해 증시로의 자금이동을 부추기고 있는 정부가 효과도 불분명한 금리인하를 통해 경제 악화를 자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팀장은 "전체 채권시장의 절반에 달하는 국채와 통안증권 발행분이 조절되면 금리가 안정될 수 있으나, 한은의 발권력을 이용한 국채 직매입은 시중 유동성 확대를 통해 금리인하 기대감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며 "외국인이 정책 기대감을 이용, 선물을 통한 공격을 하더라도 1분기 3.6% 아래로 크게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단기간내 콜금리 인하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채권 금리 급등이 아닌 급락세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리서치팀장은 "한은이 금리를 결정하나, 소비회복이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힘보다 수출증가율 하락이 경기를 악화시키는 힘이 클 것으로 보여 1분기 콜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콜금리가 인하될 경우 3년물 금리는 3.4 ~3.5% 수준까지 떨어질 여지 충분히 있으나, 3.2%를 깰 정도의 장기적 강세 분위기는 크게 완화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