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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24]
환율 900원대 초읽기 돌입
[edaily (2005.01.27)]

  원화 환율이 900원대를 향한 잰걸음을 하고 있다. 환율은 27일 7년2개월만에 1달러당 1020원대로 떨어졌다.

외화결제가 많은 기업들에겐 급격한 환율 하락이 당장 발등의 불이다. 그렇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 대다수 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외환시장 개입능력이 떨어진 정부에 기댈 수도 없고, 설사 환위험 헤지를 하려고 해도 절차 등 걸림돌이 너무 많아서다.

특히 환율 하락의 충격에 알몸으로 노출된 중소기업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상 대세..환율 아래쪽에 민감

27일 86개월만에 1020원대로 떨어진 달러/원 환율은 장중 내내 이렇다할 반등을 해 보지 못했다. 달러/엔 환율이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도 1030원선으로 올라가지 못했고 오후들어 오히려 낙폭을 키웠다. 환율하락을 재촉한 것은 위안화 절상 가능성의 부각이다. 그동안 미국과 유로권의 끈질긴 압력에도 `만만디`로 일관하던 중국이 G7 재무회담에서 위안화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달러매도세를 부르고 있다.

"위안화 페그제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던 중국은 전날 "재무장관이 G7 재무회담에 참석, 위안화 환율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태도를 180" 바꿨다.

그러자 104엔대로 급등했던 달러/엔 환율은 밤사이 102엔선까지 떨어지며 중국의 입장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달러/원 환율도 1040원선이 무너진 지 한달만에 1030원대마저 붕괴됐다.

G7회담, 세자리수 환율 관문될까.."이번 아니면 다음에"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다음달 4~5일 열릴 G7 재무회담에서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을 시사할 경우 달러/원의 세자리대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원 환율이 이미 1000엔 하래로 떨어진 터라 달러/엔이 비록 100엔대를 지킨다 해도 달러/원은 9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내수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데다 주가가 호조세를 보이는 점도 환율 하락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당국의 개입 강도가 완화될 수 있는 데다 외국인 주식매수분이 외환시장에 달러매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단기간내 위안화 절상을 하지 않더라도 달러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미국 부시2기 행정부가 쌍둥이 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전에는 중국 등 대외 교역국 통화 절상 압력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시 대통령이 전날 "미국이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도록 중국을 비롯한 각국들은 환율을 시장에 맡겨둬야 한다"고 발언한 점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심지어 위안화 절상조차 달러약세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달러/원이 G7 회담이후 단기간내 900원대로 진입하지 못하더라도 연말까지는 세자리수로 들어설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외국계은행 한 딜러는 "위안화 평가절상이 이뤄지더라도 경상적자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며 "위안화 절상 시점이 환율 바닥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3개월 달러/원 전망치를 1000원으로 설정하고 있는 씨티글로벌마켓(CGM)은 전날 12개월 전망치를 기존 980원에서 95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미국 정책 비판도 `솔솔`..달러강세 전환은 `글쎄`

일부에서는 최근 각국에서 쏟아지고 있는 미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비판이 글로벌 달러약세에 대한 견제장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약달러 정책은 제조업 설비 가동률만 높일 뿐 효율성이 없는 만큼 대외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직접투자(FDI) 유입 확대와 세제 개편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이노코미스트는 "지금 미국의 경제정책은 제정신이 아니다"고까지 혹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부터 스위스에서 개최되고 있는 다보스포럼에서도 가파른 달러가치 하락세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우리당국 역시 미국의 약달러 정책이 지속되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다. 진동수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은 최근 한 설명회에서 "최근 미 재정적자를 보전해주는 국가 중앙은행들이 달러보유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적자보전을 위해 금리를 상당폭 인상할 경우 흐름이 어떻게 될 지 상당히 불확실하다"며 "미국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등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너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진 차관보는 "중국은 미국의 경상-재정수지 적자가 달러약세나 위안화 절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비판에도 불구, 이라크 침공을 감행했던 부시 행정부가 주변국 눈치를 보고 약달러 정책을 포기할 것으로 보는 학자들은 많지 않다.

기업, "당국 못 믿겠다"..은행 절차완화 시급

연내 환율 세자리대 진입이 기정 사실화되고 있으나, 수출기업들은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해 발을 구르는 모습이다. 지난해 4분기이후 외환당국의 개입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기댈 언덕마저 잃은 실정이다.

기업은행이 391개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수출을 중단해야 할 환율 수준으로 평균 1005원을 꼽았다. 굴지의 대기업인 LG전자조차 올 연평균 사업기준 환율을 970~980원으로 제시하며 영업에 부담이 될 것임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금리급등 영향으로 외환시장안정용국고채(환시채)를 줄이기로 한 상태라 당국의 적극적인 방어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재정경제부는 다음달 환시채를 2조원 발행키로 했으나, 차환발행분 7000억원을 제외하면 환율전쟁에서 사용 가능한 실탄은 많지 않은 형편이다.

재경부는 내달 국채발행계획을 발표하며 의례적으로 사용하던 "환시채는 외환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발행할 수 있다"는 표현을 삭제해 가급적 국채 발행규모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환율에 비상이 걸릴 경우 한은에서 발권력을 동원해 개입할 수 있으나, 지난해 통안증권 발행잔액이 140조원을 넘어선 상태라 지난해 상반기와 같은 공격적인 개입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기업 외환 담당자는 "면피성 개입에 치중하고 있는 당국에 대한 기대는 진작에 접었다"며 "환시채 발행조차 외환시장에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 1000원선이 지켜진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야 1~2년 고생하면 다시 재기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아야 하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은행권에 대한 원망도 늘어나고 있다. 환율 변화가 급격하나, 은행들의 컨설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환위험 관리를 위한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중 한 곳만이 환위험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담당자는 "은행가서 선물환 한번 해보려 해도 기본적인 담보에서부터 증거금조로 거래금액의 20~30%를 예금으로 넣어야 하는 등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며 "몇개월씩 돈을 묻어놓고 경영할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되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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