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감기업은 회계기준-비외감기업은 상법'은 문제
세법과 상법, 기업회계기준 등의 경제법들이 모두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정주체가 다른데다 제정주체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이 같은 경제법들이 경제현실을 반영하는 법률개정속도가 제각각인 것도 모순을 부추기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법제정기관은 물론 서로 다른 관련 학회들도 공동연구의 기회를 정기적으로 갖는 등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회계학회와 한국세무학회, 한국상사법학회는 28일 한국회계학회 창립 30주년 기념으로 한국회계연구원에서 '글로벌시대에서 회계규범간의 관계 재조명(회계기준·세법·상법의 조화문제)'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공동개최,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기업이 회계처리를 하기 위해선 세법과 상법, 기업회계기준이라는 세 가지 규범을 모두 따라야 하지만 세 규범이 서로 모순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세 규범의 합리적 조화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것.
이에 따라 이날 행사에선 관련법간의 상호모순 해결을 위해 법제정전 관련기관이 모두 모여 의견교환하는 것을 의무화한다거나, 기업회계기준의 근거법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아닌 상법으로 해야 한다는 많은 대안들이 쏟아졌다.
3개 학회에서 각각 세 가지 규범의 조화를 위해 대안으로 제시한 내용을 중심으로 이날 심포지엄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한국회계학회-회계적 입장
고려대학교 이만우·정석우·정규언 교수는 "현행의 세법과 기업회계기준과의 조화방안은 세법을 우선 적용하되 세법에 정하지 않은 것만 기업회계기준을 보충 적용하는 포지티브시스템을 취하고 있어, 세무조정에 많은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 등에 따르면 이 같은 구조에서는 기업회계를 세법이 인정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세법에 따른 회계처리를 기업에 요구, 기업회계정보를 왜곡하게 되고 세법과 기업회계기준의 세부적인 차이를 납세자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부담도 지게 된다.
아울러 새롭게 발생하는 거래에 대한 과세문제와 관련 구체적인 입법·명령·해석에 의한 세법대응이 지연되는 경우 애매한 상태로 있게 되는 문제도 야기한다는 것.
이에 따라 이 교수 등은 "이같은 시스템에선 세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사항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기업회계기준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며 "현행 포지티브시스템에서 일어나는 단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 등은 대안으로 "세법은 기업회계기준을 최대한 많이 수용해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회계기준 제정기관과 세법 제정기관 간에 정례적인 의사소통채널의 신설로 차이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 등은 이와 함께 "(세법과 기업회계기준의 차이조정 사항인)결산조정사항을 감소시켜 세무회계로 인한 기업회계정보의 왜곡을 줄여나가야 한다"며 "결산조정사항 중 상당부분은 신고조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세법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선 통칙·예규까지 동원해 기업회계기준과 다른 해석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기업회계존중의 원칙에 따라 회계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굳이 회계기준과 다른 적용을 하려면 법률개정을 통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회계와 상법과의 관계와 관련 이 교수 등은 "회사는 기업회계기준은 물론 상법을 준수해야 하는데, 상법과 회계기준은 제정목적과 적용대상이 달라 많은 차이가 있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 등에 따르면 자산 70억 이상의 회사는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로 위임된 기업회계기준을 따라야 하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는 상법에 따라 회계처리를 해야 하는데 상법과 회계기준이 너무 다르다.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외감법 적용을 받지 않는 회사들은 상법 회계규정이 아닌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회계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으며, 금융기관도 이들 회사에 대해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회계처리 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이 교수 등은 그 이유로 ▲상법의 회계규정은 진부한 내용이 많아 올바른 회계처리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많고, ▲상법에서 정하지 않은 내용은 회계기준을 보충적으로 따라야 하지만 부조화로 보충적 적용이 곤란한 점 등을 들었다.
이에 따라 이 교수 등은 "상법상 회계규정과 기업회계기준과의 차이를 해소하려면 기업회계기준의 근거를 외감법이 아닌 상법에 둬야 한다"며 "이를 통해 외감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따라야 할 회계규범이 마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