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홍수지.이보미] ‘보건소’를 생각할 때 깜빡거리는 형광등과 허접한 시설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아직 ‘옛날 분’이다. 일반 병원 못지않은 시설에 다양한 서비스로 무장한 보건소를 그냥 지나치는 것은 세금 낸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각 보건소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서비스로 건강과 실속을 동시에 챙겨보자.
▶ 서울 용산구 보건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아기 마사지 교실.[김태성 기자]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보건소 5층 강당. 30명 정도의 주민들이 비파소리를 배경으로 울려퍼지는 "기세, 개합수, 운수"등의 구령에 따라 타이치 운동을 시작한다. 타이치는 중국에서 전래된 일종의 전통 체조. 태극권 스타일의 31가지 동작을 통해 모든 관절과 근육, 힘줄을 부드럽게 풀어주도록 구성돼 있다. 수술을 권유받을 정도로 관절염이 심했다는 박영자(59.서울 장충동)씨는 "운동 시작 10개월 만에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증세가 호전됐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보건소 4층 보건교육실. 동장군의 기승에도 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들이 속속 도착했다. 아기마사지 교실 수강생들이다. 1999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필리핀인 요나(37)는 "마사지하고 예뻐지자"며 4개월 된 딸 하나를 연신 주무른다.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강의 내용을 완전히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선생님이 친절하고 무료여서 참 좋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경기도 의왕보건소는 이달 초부터 6~13살 어린이 300명을 대상으로 어금니 등 치아의 홈을 무료로 메워주고 있다. 또 관내 일부 경로당을 매주 한 차례 찾아가 포크댄스, 요실금 예방체조, 치매예방을 위한 칼라믹스 공예 등을 가르쳐주고 있다.
전국 보건소 중 한방진료실을 앞서 만든 경기도 양주시보건소는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이 개발한 사상체질진단 서비스를 해준다. 이곳을 방문하는 시민들은 한 시간 내에 체질을 진단받고, 건강관리를 위한 주의사항을 듣고 돌아간다.
대전시내 3개구(동.중.서구)보건소는 건강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60~100평 규모의 공간에 ▶기초체력측정 기구(폐활량 측정기.체성분 분석기.전신반응 측정기 등) ▶유산소 운동 및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러닝머신.상하체 단련 기구.복부단련 기구 등) ▶운동 부하 검사기 등 35가지 장비를 갖추고 주민들에게 운동 처방을 해준다. 강원도 강릉시보건소는 비타민 등 5대 영양소를 고루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내용을 뮤지컬로 만들어 6~8세된 어린이에게 공연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 치매·골밀도·비만 검사 병원보다 보건소 가세요
꼼꼼히 따져보면 보건소가 병원보다 좋은 점도 적지 않다. 보건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쏠쏠한 서비스가 꽤 있었다.
우선 임산부의 경우 보건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산전 및 산후관리로는 ▶기초혈액검사 ▶ 임신반응 ▶복부초음파 ▶선천성대사이상검사 ▶뇨검사 ▶영양제공급 등이 있다. 영유아 건강검진, 기본예방접종도 공짜다. 일반 병원에 가면 40만원 정도를 내야한다. 골다공증의 유무 확인 및 치료를 해주는 골밀도 검사는 병원에서는 1만원이지만 보건소에서는 절반 수준인 6700원이면 된다. 50세 이상으로 치아가 불편하다면 덴탈클럽을 찾아보자. 연회비 2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연간 두차례에 걸쳐 스케일링, 불소치료와 구강건강상담까지 받을 수 있다. 치매상담센터를 이용하면 무료로 치매진단을 해주고 환자간호방법 등도 가르쳐 준다. 뚱뚱한 자녀를 둔 부모는 비만클리닉을 찾아보자. 초기 검사비용 1600원을 내면 체지방량과 체수분량, 체성분 분포도와 비만도 등을 측정해주고 운동 및 식단 처방까지 받을 수 있다. 병원에 가면 70만~90만원을 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