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분식회계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과거 분식회계를 한시적으로 집단소송에서 빼주는 내용의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을 놓고 재계와 시민단체가 치열한 논리대결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2일 수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수정안은 일단 재계가 요구하고 있는 `2년 유예안'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과거 분식회계를 기업 스스로 털어낼 수 있도록 2년이라는 시간적 여유를 두되, 그 대상과 해소방법을 구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법체계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선데다, 분식사실 자체를 공개하기 꺼리고 있는 기업들의 `정서'상 과거 분식 해소가 실효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 `역분식' 허용범위 구체화
수정안의 핵심은 과연 `역분식'(분식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회계기준 위반 행위)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분명히 한 점이다.
간단히 말해 재무제표에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전년도의 분식을 그대로 공시하거나, 분식된 금액을 `실질에 맞는 방향'으로 역분식을 하는 행위는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해주겠다는 것이다.
`실질에 맞는 방향'이란 과다 계상된 부분은 축소하고, 과소 계상된 부분은 확대하는 것을 뜻한다.
한 전문위원은 "쉽게 말해 부족한 부분은 채워넣고, 부풀려진 부분은 빼라는 얘기"라며 "이는 정당한 분식 해소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론 과거 분식을 해소한다는 명분 하에 새로운 분식을 하는 행위는 수용할 수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과거 분식을 엉뚱한 방향으로 조작하거나, 아니면 해소된 금액을 새로운 항목으로 대체하는 것은 새로운 분식행위로 집단소송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 감사인 면책.감리 면제 추진
수정안은 기업이 과거 분식을 해소하는 과정을 허용함에 따라 재무제표를 감사한 감사인에 대해 2년간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역분식도 분식행위의 하나인 만큼 감사인으로서는 별도의 `면책조항'이 없을 경우 당연히 문제를 삼을 수 밖에 없다는 현실론에 터잡은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감독당국은 기업들의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가 회계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작성됐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감리'까지 전면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누적된 과거분식을 자발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기업들이 `전기오류 수정' 방식으로 과거 분식행위 내용을 공시한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를 냈을 때 이를 근거로 감리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반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교수는 이 같은 정부의 수정안에 대해 "과거 분식에 대해 증권집단소송제는 물론 민형사 책임을 사실상 면제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재계의 과거 분식회계를 사실상 사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여연대 관계자는 "수정안 대로 하면 주주들로서는 과연 과거 분식에서 연유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분식에서 한 것인지를 구분해 소송대상을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기업 대다수는 과거 분식회계 행위 자체를 공개하기 꺼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 같은 분식해소 유도가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