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053000)지주회사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작년 순이익이 사상최대 규모인 1조9967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2조원 순익의 주 요인인 `7067억원`이란 갑작스런 추가 이익에 관심이 적지 않게 쏠리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권 전문가들은 당초 1조원을 웃도는 수준에서 우리은행의 작년 순익이 결정되고, 충당금 적립 규모에 따라 순이익이 이보다 소폭 더 늘어날 정도라만 예측했었다.
하지만 전날 실적 발표에서는 무려 7067억원이란 추가 이익이 한꺼번에 발생하자, 과연 이것이 단순한 회계상의 `숫자 노름`에 불과한 것인지, 실제로 은행의 주식가치를 높이는 것인지에 대해 해석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추가 이익은 `이연 법인세 차`란 회계 처리에서 나온 것으로, 7067억원 규모의 현금이 유입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당장에 은행으로 현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회사가 낼 법인세중 7067억원 만큼은 과거에 미리 냈기 때문에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가량 우리은행이 앞으로 10년간 3조원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면 이중 7067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조2933억원만 세무서에 주면 된다.
이는 기업회계와 세무회계가 대손상각과 유가증권 평가손실이란 회계항목을 놓고 비용으로 인식하는 방법이 다른 데서 나오는 차이를 메꿔주기 위해 지난 98년 기업회계기준(GAAP)이 개정되면서 적용됐다.
통상 은행의 경우 영업수익에서 영업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이 나오는데 이때 재무회계에서는 유가증권 평가손실이든, 인건비이든 모두 비용으로 인식해 영업이익을 산출한다.
하지만 은행이 직접 법인세를 낼 때 기준이 되는 세무회계에서는 다르다. 인건비 등은 모두 비용으로 인정되지만 유가증권 평가손실이나 대손상각(감독당국으로부터 비용 인정을 받지 못한 부문)의 경우에는 손실이 발생한 당해연도에는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미래에 유가증권 매각 등으로 손실이 확정되는 시점에 비용으로 계상한다.
때문에 재무회계 상으로는 동일한 영업수익(1000원)과 영업비용(600원)이 나오는 회사라면 그 기업의 비용항목이 유가증권 평가손실이건, 인건비이건 간에 모두 영업이익은 400원으로 계상되고, 여기에 법인세율(30% 기준)을 곱해 120원의 법인세가 나가는 것으로 회계처리가 끝난다. 이로 인해 세후 순이익은 비용의 종류과 관계없이 영업이익 400원에서 법인세 120원을 제한 280원이 된다.
하지만 실제 세금을 낼 때 쓰는 세무회계에서는 비용이 어떤 항목인지 따라 법인세 납부규모가 달라진다. 비용이 유가증권 평가손실인 경우(A)에는 세무회계상으로는 이를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법인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영업이익은 영업수익(1000원)에서 영업비용(0)을 뺀 1000원. 여기에다 세율(30%)을 곱해 300원을 법인세로 내야 한다.
반면 인건비만이 비용인 경우(B)에는 인건비가 세무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됨으로 영업수익(1000원)에서 영업비용(600원)을 뺀 400원의 영업이익에다 세율(30%)을 곱한 120원의 법인세를 내게 된다.
결과적으로 A와 B의 경우는 재무회계상으로 동일하게 회계처리돼 법인세가 같은 규모(120원)로 회계처리되지만 실제로 세무서에 내는 법인세는 유가증권 평가손실과 인건비에 대한 비용 인식 차이로 인해 그해에 A 경우는 300원을, B는 120원을 각각 법인세로 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유가증권 평가손실은 미래에 손실이 확정되는 시점에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A사는 나중에 280원(300원-120원)만큼의 법인세를 덜 내도 돼 장기적으로 내는 법인세 전체 규모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유가증권 평가손실을 계상한 당해연도에는 이런 재무회계와 세무회계 상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때문에 이를 주주 등 이해 관계자들은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이연 법인세 차`란 항목을 표시해 `과거에 미리 세금을 이 만큼 냈기 때문에 손실 확정 시점에서는 그 만큼 덜 내도 된다`고 설명해주는 것이다.
결국 7067억원의 추가 이익은 우리은행이 지난 2000년부터 발생한 대손상각(1조원)과 출자전환 주식을 비롯한 유가증권의 평가손실(1조6000억원) 등 총 2조6000억원을 세무회계상 비용으로 인식하지 못한 부분에 법인세율 28%를 곱해 `이연 법인세 차`란 자산으로 계상한 것이다.
당초 이연 법인세 차는 매 회계연도에 발생한 평가손실에 대해 각각 계상해야 하지만, 우리은행의 경우에는 지난 2000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3년간 이를 묵혀두고 있다가 작년 회계연도에 한꺼번에 올려 이처럼 대규모 이익으로 나타난 것이다.
회계기준상 결손이 발생한 후 5년간은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이 기간중에 결손을 모두 메워 3년 연속 흑자를 이어갈 경우에 유가증권 평가손실에 대해 이익으로 계상할 수 있는데 우리은행이 4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면서 이같은 회계처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의도적이지는 않았더라도 오랜 기간 쌓아둔 유가증권 평가손실 등에 대한 회계처리를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회계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영업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이 아닌데다 그 규모도 전체 순이익의 36%를 차지할 만큼 크기 때문에 자칫 분식회계란 오해를 받을 소지도 있었다.
이런 탓에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에 이번 회계처리에 대한 해석을 의뢰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아 2조원이란 사상 최대 이익을 발표했고, 전날 이사회에도 회의 전까지 `숨겨진 7067억원`이란 이익발생 요인에 대해 통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7067억원이란 추가 이익에 대해 LG카드를 인수할 있는 자금이 갑자기 나타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LG카드 매각가격이 1조5000억원 수준이면 우리은행의 현 지분(10.3%)을 고려할 때 정부 눈치를 덜 보고 인수를 노려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2조원이란 사상최대의 실적과 함께 나온 7000억원이란 추가 이익이 앞으로 우리은행에 어떤 힘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