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과거 분식에 대한 집단소송 2년 유예가 오는 21일 열릴 국회 법사위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날 법사위 문턱을 넘어서도 25일 본회의 결의가 남아있긴 하지만, 법사위가 집단소송법 개정안 통과여부를 결정짓는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재천 법안심사소위원장(열린우리당)은 지난 2일 법사위에서 "정부가 마련한 수정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과거 분식에 대해서는 2년동안 해소할 시간을 주자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여당 의원들 일부는 견해를 달리하고 있긴하다.
이에 따라 관심은 정부가 제시한 과거분식 해소방법, 집단소송대상 제외행위에 쏠리고 있다.
◇유예기간중 재무제표에 일일이 분식해소분 반영안해도 돼
정부가 제출한 수정안에서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에서 유예되는 과거분식의 범위를 규정했다. 기업의 회계분식에 대해서는 당장이라도 증권거래법상 주주소송 등으로 대처할 수 있긴 하지만, 보다 강력한 새로운 법을 적용하기 전에 스스로 바로잡을 시간을 주자는 것이다.
정부 수정안은 간단하게 말해 유예기간 내에 분식을 해소해 나가되 해소 내용을 분기보고서나 사업보고서상 재무제표에 그때그때 일일이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즉 유예기간동안에는, 예컨대 2년 동안은 분기보고서나 반기보고서, 사업보고서 상으로 과거 분식이 그대로 존재할 수도 있는데, 유예기간이 만료되면 당연히 그동안 털어낸 분식내용을 모두 반영한 `클린 재무제표`를 내놓아야 한다.
정부의 수정안에는 집단소송 제외행위로 ▲과거 분식으로 인해 작성된 재무제표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과거 분식으로 계상된 금액을 실질에 맞는 방향으로 바로잡는 것 등으로 정했다. 과거분식이란 2004년까지를 말한다. 2005년부터 발생한 분식은 집단소송대상이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이 매입채무 누락, 자회사 지분법 평가익 부풀리기, 매출과대계상 등의 방법으로 분식을 했다고 하자.
만약 이번에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유예 1차연도인 2005년 결산에서는 매입채무 누락분을 먼저 해소한 뒤 이를 반영한 재무제표를 제출하고, 2차연도인 2006년 결산보고서를 낼 때 평가익과 매출과대계상까지 바로잡은 최종 재무재표를 내놓을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 공개되는 2005년도 결산재무제표에는 지분 평가익은 그대로 분식이 된 상태로 있긴 하지만, 이를 나중에 투자자가 알게 되더라도 `과거 분식을 가감없이 그대로 공시하는 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적어도 집단소송의 대상에서는 면탈하게 한다는 것.
물론 이 경우 투자자들이 2005년 결산재무제표에 분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증권거래법상 주주소송을 할 수는 있다.
◇참여연대 "전표조작만 `과거분식` `현재분식` 바꿀수 있어"
전기오류수정방식을 통해 분식을 해소하는 그때그때마다 과거 재무제표를 고치는 방식을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 분식 해소분이 있어도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가 유예기간 만료와 함께 최종 재무제표에 모두 반영해도 된다는 뜻이다.
만약 과거분식으로 계상된 금액을 새로운 분식으로 대체하거나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가감수정하는 행위 즉 역분식은 새로운 분식으로 간주돼 소송대상이 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개별기업들의 경우 분식항목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순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이같은 수정안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면서 "집단소송을 피하고 싶다면 기업이 이를 유예기간내 해소하고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2년 유예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과거분식`(2004년까지)과 `신규분식`(2005년 이후)을 회계상 구분하기도 어렵고, 과거 분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기오류수정`으로 처리하는 것이 기업회계기준에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A기업이 2004년 9월 B사로부터 5000원 어치 물품을 구매하고 12월에 분식으로 재무제표상 채무를 없앴다고 치자. 그리고 2005년 3월 5000원을 B사에 갚았다. 이어 다시 9월에 5000원 어치 물품을 구매한 뒤 12월에 분식으로 채무를 없앴다고 하자.
2005년 이 회사의 회계처리는 `신규분식`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 회사가 2005년 3월 갚은 돈이 나간 출금전표와 9월 물품구입 전표를 서로 상계한다면, 또는 3월 출금전표를 선급금으로 바꿔 9월 물품구입전표와 짜맞춘다면 이는 `과거분식`이 될 수 있다.
참여연대는 "이렇게 과거분식과 신규분식이 간단한 전표조작으로 왔다갔다 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분식에 대한 유예 허용은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과거 분식을 해소하려면 기업회계기준상 `전기오류수정`으로 처리하는 것만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