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들썩이고 있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투기 과열의 뇌관이 될 수 있는 판교신도시에서 중대형 평형 아파트 분양가를 평당 1천5백만원선에 묶을 것이라고 공언한 데 이어 청약통장 불법거래와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책 타깃은 강남·판교=정부 관계자는 11일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국세청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강남 재건축지역 아파트 가격동향을 점검키로 했다”면서 “판교 신도시 아파트 분양시 선순위로 청약할 수 있는 통장의 불법거래에 대해서도 실태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오후에 김광림 재경부 차관 주재로 열린 1급 이상 긴급 간부회의에서 부동산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지 않는 것은 물론, 기존의 투기억제 대책도 완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주부터 이들 지역에 대해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필요하면 투기혐의자에 대해 자금출처 조사와 함께 세무조사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조치들의 목표는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 집값 상승의 불씨를 제거하려는 데 있다. 특히 정책의 타깃이 강남과 판교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가격이 강남·판교발(發) 폭풍에 흔들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이 11일 발표한 ‘1월 중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집값은 1월에 0.3% 떨어지며 작년 6월 이후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면서 하락폭은 전월(-0.4%)에 비해 소폭 둔화됐다.
또 판교신도시의 중대형 평형이 2천만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주변 분당과 용인의 중대형 평형 집값도 상승세를 보였다.
◇계속되는 ‘규제의 재생산’=이같은 정부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하겠지만 시장을 왜곡시키는 정책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규제와 단속이 합법적인 거래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면서 “투기수요의 준동을 차단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개입이 이득만 낳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규제로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또다시 규제와 단속을 펴야 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분양가 규제로 중대형 평형에 대한 시세차익 기대폭이 커지는 만큼 판교 청약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면서 “청약통장 거래와 같은 불법·편법거래가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도 “택지개발지구 분양가 폭등으로 개발이익을 주택업체가 독점하는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내놓은 정책이 시장에 역행하는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라면서 “분양가를 1천5백만원으로 규제한 데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기능을 왜곡시키는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