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펄드 리먼브러더스 회장에 듣는다◆
미국 투자회사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펄드 회장은 "한국은 세계적인 금융 중 심지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펄드 회장은 지난 2일 남종원 매일경제신문 증권부장(부국 장)과의 대담에서 "한국에 규제가 많아 '한국의 금융 중심지 도약'에 대한 부 정적인 의견이 있지만, 어느 국가나 규제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걸림돌이 되 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외국계 기관 중 처음으로 한국에서 포괄적 장외파생금융상품 허가를 취득해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리먼브러더스는 한 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가 4%대 초반 성장(GDP 기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펄드 회장은 "이 같은 전망은 보수적인 것"이라며 "한국 경제는 올해 5% 내외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 경제의 넛 크래커(nut cracker)'에 대한 염려에 대해 "한국은 과거 경제위기 상황에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개혁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며 "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성이 높은 만큼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짓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는 최고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곳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 이라며 "여기서 중요한 열쇠는 '전자적 연결성(electronic connectivity)'인 만큼 한국 금융산업도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먼브러더스는 지난 90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후 2002년 4월에 한국지사를 개 설했다. 우리금융그룹과의 합작법인 설립, LG그룹의 LG반도체 매각 자문, SK텔 레콤과 한국통신의 31억달러어치 주식교환 자문 등의 한국 거래실적을 갖고 있 다. 다음은 남종원 부국장과의 일문일답.
-한국 경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내외 많은 경제학자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4~4.2%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너무 보수적인 시각이다. 우리는 더 높은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시장에서의 신뢰를 이끌어내기 위해 일련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 이러한 흐름은 긍정적인 것으로 올해 한국은 5% 내외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 으로 보고 있다."
-한국 경제가 앞으로 '넛 크래커' 처지에 빠지지 않느냐에 대한 걱정이 많다.
"한국이 일본과 중국의 중간에 짓눌린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한국 시장은 신뢰 성이 높다. 한국은 과거 문제를 정확히 파악했고 문제를 확산시키지 않는 방법 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계획을 신속히 실행에 옮겼다. 과거 문제들이 얼마나 빨리 반전됐는지를 고려해보면 그 자체 가 거대한 신뢰를 창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이제 '서울이 세계 주 요 시장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음 조치를 어떻게 취할 것인가 '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서울은 전세계 금융센터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금융 허브 도약을 가로막는 규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어느 시장에나 규제가 있기 마련이다. 한국의 경쟁국으로 홍콩이 거론되고 있 지만 홍콩 역시도 규제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기업지배구조, 공정하고 보편적 인 모범사례(best practice) 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여러 시장들이 해답을 찾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그러한 움직임이 너무 심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투명한 시장을 만 들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여기서 중요한 열쇠는 '전자적 연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왜 투자자들이 15%, 20%, 25%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시장으로 자 산을 옮길 수 있는데 자기나라에서 5%, 6%, 8%, 11%의 수익률에 만족해야 하느냐.
앞으로는 전세계적으로 최고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곳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전자적 연결성'을 추구해야 한 다. 한국의 금융산업도 그러한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확신한다."
-최근 들어 '한국 국수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거대한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는 현상은 그만큼 한국시장이 신뢰받고 있다는 증거다. 만약 한국이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 중 하나로 도약하기를 원한 다면 외국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돈을 벌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안전한 투자처란 회계구조, 법적구조, 기업지배구조가 정착된 곳을 의미 한다. 투자자들이 투명한 방식으로 운영하기에 안전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투자자들 또한 참여할 수 있는 안전하고 공정한 플랫폼을 어떻게 조성하느냐가 도전 과제다."
-사모전문투자회사(PEF)가 한국에 도입됐다. PEF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는 무엇인가.
"리먼브러더스는 PEF에서 투자자의 자금을 70억달러 정도 모집해 관리하고 있 다. 고객들과의 이해상충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가 직접 투자를 하는 것 때문에 고객들과 갈등을 일으킨다면 고객과의 관계를 깨뜨릴 수 있다. 간단히 말해 고객이 우선이다. 고객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서 투자하고 싶지 않다."
-한국 증권사들은 차별된 성장전략이 없다.
"똑같은 전략을 추구하는 증권사들이 많기 때문에 수수료를 내려야 하는 압박 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분야 를 선별하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스스로의 시장을 확보하는 것인 관건이다. "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리먼브러더스의 독특한 비결은 무엇인가.
"내가 한 일 중 중요한 한 가지는 무엇보다 뛰어난 팀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회사의 경영위원회는 나를 포함해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성공 은 경영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되는가에 달려 있다. 이는 우리 회사 사람들이 어 떻게 '하나의 회사'로 뭉쳐 가는가와 관련돼 있다.
우리의 기치는 '하나의 회사(One Firm)'이고 이것이 우리 기업 문화의 가치이 자 힘이다. 리먼브러더스 직원들은 회사 주식의 약 3분의 1가량(80억달러 상당 )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회사의 주인처럼 행동한다.
이것이 경쟁사들과 다른 정신이다. 즉 리먼브러더스의 핵심은 고객중심 전략을 통해서 회사가 통합된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자의 손익 때문에 다 툼이 없다. 어떤 회사들은 시장이 활황이면 고용을 재빨리 늘리다가 시장이 저 조하면 직원들을 해고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는 고객과 함께 성장하지, 시장환경에 따라 성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