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미리 작성한 유서에서 아파트를 자신에게 넘겨주기로 해놓고 의붓어머니에게 양도했다는 이유로 딸이 아버지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한차례 이혼 후 30여년 전 재혼한 A씨(60대)는 지난 2000년 자신의 신병을 비관하던 중 ‘미리 적어보는 유서의 글’을 통해 따로 살고 있는 전처 소생 3남매에게 자신의 부동산을 배분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A씨는 셋째인 딸에게 주기로 했던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채를 후처에게 소유권이전 등기해 줬고, 이에 딸은 “이 아파트를 나에게 증여 또는 사인증여(증여자의 사망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했음에도 새어머니에게 양도한 것은 무효”라며 아버지와 의붓어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이 제기되자 아버지 A씨는 유언서 내의 의사표시를 전부 철회한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3남매에게 발송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민사7부는 지난달 30일 딸이 아버지 A씨 부부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에서 “편지의 내용, 작성경위와 방법, 편지의 마지막에 유서라고 기재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 편지는 유언의 의사로 교부한 것으로 보이므로 편지를 통해 계약이 성립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판부는 “증여 또는 사인증여를 원인으로 한 딸의 소유권이전 등기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A씨의 전처소생 두 아들이 “편지에서 주기로 한 부동산을 아버지가 처분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낸 가처분 이의 소송에서도 같은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제 406호 (2005.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