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의 경기회복 조짐이 잇따르고 있으나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아직 본격적인 회복세로 들어서지 않았다고 진단하고 있어 주목된다.
백화점 매출과 자동차 판매 증가, 신규법인 증가, 소비자전망 개선, 부도업체 감소, 설비투자 자금 대출 증가 등의 경기회복 청신호들은 이미 작년말 경제전망 때부터 예견됐던 것으로 경기회복이 빨라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작년말 경제전망 때 민간소비가 지난 2년간의 마이너스에서 올해 1.8~3.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들은 또 현재의 경기회복 징후들은 설연휴, 연말 대기업 보너스 등 계절적인 요인들이 일부 반영돼 있는데다 2월에는 긴 연휴로 산업생산과 소비가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추세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경제연구소들은 경기가 바닥을 지나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있다.
◆경기회복 청신호들
경기회복 징후는 백화점 매출과 자동차 판매, 신규설립 법인 증가, 소비자전망, 부도업체 감소, 신용카드 매출 등 각 분야에서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은 작년 설 특수기간(1.14-22)을 제외한 1월과 올해 1월중 22일간을 비교한 결과 백화점은 지난달 8.9%, 할인점은 9.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백화점은 작년 3월 이후 10개월째 감소세를 보이던 여성정장 매출이 올들어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소비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판매는 지난달 원/달러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수출 호조와 일부 인기 차종의 내수판매 견인 등에 힘입어 39만8천132대를 기록, 작년 동월에 비해 43.6% 늘었다.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지난달 14조7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달의 12조8천억원에 비해 14.8%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신용카드 이용액은 2003년 기준으로 민간소비 지출액의 44% 가량을 차지했기 때 문에 신용카드 사용이 늘었다는 것은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은행 집계결과 설비확충에 투자되는 기업들의 시설자금 대출은 지난달 1조7천308억원으로 작년 같은 달 4천134억원의 4배를 넘어서고 있어 기업의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소비회복 지속성 여부가 경기회복 열쇠
연구소들은 현재의 경기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확신할 수 없으며 부진한 실물 지표, 가계부채, 수출증가세 둔화 등은 경기회복을 저해하는 요소들이어서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세는 2~3월까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연구소들은 작년 상용근로자 임금증가율은 명목임금이 5.4%로 전년 9.2%의 절반에도 못미쳤으며 실질임금은 1.7%로 전년 5.5%의 4분1 수준이어서 소비회복의 걸림돌인 가계부채 문제가 개선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작년 41만8천개의 일자리가 창출됐으나 정규직 일자리는 35만2천개가 감소하고 비정규직은(2004년 8월 기준) 78만8천명이 늘어나는 등 일자리의 질이 나빠짐으로써 고용불안이 심화돼 소비가 크게 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주력 수출분야인 정보기술(IT) 경기 둔화 등은 올해 수출증가율을 9%대로 떨어뜨릴 전망이고 원화강세는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등 경기회복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상무는 "IT경기가 처져있는데다 설연휴 등이 겹쳐 수출은 2~4월 둔화할 것으로 보이고 원화가치 상승으로 기업들의 수출단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 여부는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연구소의 황인성 연구위원은 "민간소비가 2002년 이전의 경우를 볼 경우 4~5%는 성장해야하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분위기는 좋지만 3월까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조기집행.종합투자 계획 차질없이 추진돼야
연구소들은 현재의 경기회복 분위기를 지속하려면 이미 발표한 재정조기집행과 종합투자계획 등 경기부양책들이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삼성연구소는 민간부문의 자생력 복원만으로는 경기회복을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정부가 추진중인 경기부양조치들을 차질 없이 시행함으로써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경기회복 징후들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또 국내경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금리상승에 동조하기 보다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연구위원은 "정부대책은 이미 다 나왔고 새로운 대책을 찾기 힘들다"고 전제하고 "재정조기집행, 종합투자계획의 차질 없는 추진과 함께 침체에 빠진 부동산경기를 부작용 없이 살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허찬국 거시경제센터 소장은 "정부가 경기를 더 확장적으로 운영해 민간 소비를 띄우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현재의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