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제’ 매력없나?… 업자 “세금만 늘죠” 소비자 “됐어요”
17일 낮 서울 종로의 한 식당. 동료와 점심 식사를 한 회사원 김동현(32)씨가 식대 1만원을 현금으로 계산한 뒤 현금영수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종업원은 “지금은 바빠서…, 나중에 한가할 때 오시면 같이 끊어드릴게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식당에는 현금영수증 가맹점임을 알리는 스티커도 붙어 있지 않았다.
시행 두 달을 맞은 현금영수증 제도가 겉돌고 있다. 자영업자의 수입금액을 투명하게 하고 근로소득자-자영업자 간 세부담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도입된 제도이지만 업체들의 인식부족과 소극적인 태도로 정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중소규모 업소들은 매출액이 고스란히 드러나 세금이 늘 것을 우려해 영수증 발급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부산 동래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심모(여·49)씨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몇 천원짜리 메뉴 팔고 세금낼 것 다 내면 장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예 현금영수증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값을 깎아주는 편법도 활개치고 있다. 유모(34)씨는 지난 주말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17인치 LCD모니터를 33만원에 구입한 뒤 현금영수증을 요구하자 “세금문제도 있다. 2만원 빼드릴 테니 그냥 가시는 게 어떠냐”는 제의를 주인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면 가맹점도 발급금액의 1%를 세액공제받고 세무조사가 면제되는 혜택이 있지만 자영업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화여대 앞의 음악점 김모(44) 사장은 “1%의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요즘같이 어려울 때 일일이 다 영수증 떼어줄 상인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1월 말 기준으로 현금영수증 가맹점 수는 83만7137곳으로 가맹점 권장대상 113만 곳의 75% 수준이다. 그러나 한 달 동안 가맹점 1곳당 영수증 발행 건수는 평균 16건, 하루에 고작 0.5건씩을 발급한 셈이다.
현금영수증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부족하다. 17일 오후 서울 신촌에 위치한 그랜드마트 지하 2층 식품매장. 계산원들이 일일이 “현금영수증 받아가시겠습니까”라고 묻기까지 했지만 대부분 “됐다”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1시간 동안 38명이 5000원 이상을 현금으로 계산했지만 현금영수증을 받아간 손님은 불과 4명. 주부 최숙현(48)씨는 영수증을 받으려다가 계산원이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 번호를 달라”고 하자 “뭐, 그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나, 그냥 놔두세요”라고 했다. 인천 구월동에서 생선구이집을 운영하는 장순화(52)씨는 “현금영수증 발급을 위해 단말기를 마련했지만 실제로 영수증을 요구하는 손님은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했다. 회사원 박준용(31)씨는 “현금영수증을 적극적으로 챙기려고 하지만 아직 5만원밖에 못 모았다”며 “결국 자영업자 소득 투명성에 대한 책임을 유리지갑인 월급쟁이들이 지게 되는 꼴 아니냐”라고 말했다.
국세청 부가세과 양철호 계장은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현금영수증을 요구하고 이용하면 시장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제도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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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영수증제 어떻게 이용하나
현금영수증을 받으려면 수퍼마켓 등 가맹점에서 5000원 이상을 현금으로 계산하고 신용카드·적립식카드·멤버십카드 등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신분 확인을 위한 카드는 카드번호가 13~19자리여야 하며, 마그네틱선이 있어야 한다.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세청 현금영수증 홈페이지(www.현금영수증.kr)에 회원으로 등록해 카드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카드가 없으면 주민등록증이나 휴대전화 번호로도 가능하다. 연말정산을 위해 소비자가 현금영수증을 모아둘 필요는 없다. 현금영수증 거래내역이 홈페이지에 자동 저장되기 때문이다. 소득공제 관련 확인서도 홈페이지를 통해 받아볼 수 있다. 단, 상품권 구입비, 아파트 관리비 등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외 항목은 현금영수증 소득공제에서도 제외된다.
올해부터는 신용카드(현금영수증 포함) 소득공제 기준이 상향 조정돼 현금영수증을 잘 챙기지 않으면 연말정산 때 불이익을 볼 수 있다.
소득공제부터 살펴보자. 올해 연봉과 신용카드 사용액이 지난해와 같다고 가정할 때, 현금영수증을 전혀 받지 않으면 줄어드는 소득공제액은 연봉의 1%다. 소득공제 기준이 지난해 ‘연봉 10% 초과분의 20%’에서 올해부터는 ‘연봉 15% 초과분의 20%’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연봉이 4000만원이고 신용카드 사용액이 2000만원, 현금 사용액이 500만원인 근로소득자 A씨의 경우< 그래픽 참조 >, 현금영수증을 하나도 받지 않으면 올해 소득공제액은 28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0만원 줄어든다. A씨가 올해 현금영수증을 모두 받으면 소득공제액은 420만원으로 작년보다 100만원 늘어난다.
소득공제에 따른 세금절감액도 현금영수증을 하나도 받지 않으면 52만3600원으로 지난해보다 10만원 가량 줄어들지만, 현금영수증을 모두 챙기면 지난해보다 약 16만원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