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중 '대부(Godfather)'나 '언터처블(Untouchable)' 등을 보면 불법적 인일로 큰돈을 버는 마피아 모습이 잘 묘사돼 있다.
이들은 정부 허가 없이 몰래 술을 만들어 팔거나 마약 매춘 도박 등에 손을 대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이들 마피아가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곳을 이른바 '지하경제(Underground Economy)'라고 한다. 공식경제(Official Economy)와 달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에서 돈을 번다는 의미로 '지하'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지하경제는 '합법적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부가가치에 대한 조세포탈과 조세회피 부분'으로 정의한다.
여기에는 자영업자가 돈을 벌고도 신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고하는 행위, 무자료 거래, 높은 이자로 사채를 빌려주고 발생한 이득부분, 부동산투기, 분식회계를 통한 기업 비자금, 향락산업, 미등록업체, 종업원에 대한 원천징수액 축소, 이웃간 거래 등이 포함된다.
◆ 지하경제 규모 150조원=현재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2003년 국내총생산 (GDP) 대비 약 21% 수준인 150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88년 서울올림픽 후 성장세를 보인 지하경제 규모는 93년 GDP 대비 18.8%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그후 감소세로 돌아서 99년 GDP 대비 16.5%까지 떨어졌다.
99년까지 지하경제 규모가 감소한 것은 94년에 도입된 금융실명제로 인해 지하경제 자금이 공식경제로 유입된 데다 97년 외환위기로 유동성 부족을 겪으면서 지하경제 자금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또 99년 정보기술(IT) 벤처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정책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지하경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지하경제 규모를 축소시키는 구실을 했다.
감소세를 보이던 지하경제 규모는 2000년부터 정부가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단기적인 부양책을 펴면서 증가하기 시작해 2003년 GDP 대비 20.7%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50조원으로 사업비 18조4000억원이 들어가 건국 이래 최대 규모 사업으로 평가받은 고속철도를 8개나 더 지을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최고 7.7%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9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GDP 대비 16.6%고 미국 8.9%, 영국 13.0%, 독일 14.7% 등을 보이고 있다.
◆ 지하경제가 성장률 낮춰=최근 들어 지하경제가 비대해지면서 다양한 부정적인 영향을 낳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지하경제 증대는 부분적으로 소비를 늘리는 효과도 있지만 공식경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면서 경제성장률과 관련된 생산적인 부분으로 자금이 흐르는 것을 막는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쉽게 얘기해서 상점주인)가 물건을 팔아 소득을 얻었지만 이것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것은 탈세로 불리는 행위로, 자영업자로서는 소득이 늘어 소비를 조금 더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정당히 거둬들여야 할 세금을 걷지 못해 세수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해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지하경제 성장은 최근 국내 경제가 3%대 저성장 늪에 빠진 원인 중 하나가 된다는 분석이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4.8%로 추정되지만 지하경제를 감안할 때 이는 5.4%로 올라선다. 2003년에도 우리 경제는 3.1% 저성장을 보였지만 지하경제를 합하면 5%대로 훌쩍 뛴다.
지하경제로 인해 97년 이래 국내 경제성장률은 평균 1.4%포인트 축소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 종합투자계획을 통해 0.2 ~0.3%가량 경제성장률을 기대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하경제가 경제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성장률뿐만 아니라 지하경제로 인한 사회 양극화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일부 투기세력만 돈을 벌게 되자 이에 따른 빈부격차 확대가 심화된다는 주장이다.
윤여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을 이용해 투기를 하는 세력은 고도의 지식을 갖춘 이른바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만 갈수록 돈을 벌고 나머지 계층은 소외되는 현상이 계속되면 양극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