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위협받고 있다.
노동과 자본의 성장 기여도는 갈수록 떨어지는 가운데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력의 감소, 투자환경 악화, 양극화 등 구조적인 문제점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12일 창립 19주년 기념 '한국경제 희망찾기 세미나'를 열고 우리 경제의 중장기 과제와 탈출구를 제시했다.
다음은 이 연구원의 오문석 상무, 김주형 상무, 신민영 연구위원 등 3명이 발표한 주제발표 내용.
◆경제 침체 구조적인 문제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2000년 8월이후 올해 2월까지 4년이상 추세적인 하락세를 잇고 있다.
통계청이 경기 지수를 지난 70년대 도입한 이래 가장 긴 경기 하강국면이다.
2002년 하반기와 2004년 상반기에 일시 상승 시도는 있었지만 재차 더 하락하면서 '장기불황'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민영 연구위원은 "일단 올 2.4분기에 저점을 찍겠지만 일시 반등에 그칠 가능성도 상존한다"며 "만일 이번 반등 시도도 무산된다면 장기불황에 대해 이론을 제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불황이 구조적인데 있다는 것이다.
연평균 7.6% 성장했던 1980년대 자본투입의 성장기여도는 4.2%포인트였으나 연평균 5.6%로 성장하는 2000년대들어서는 2.4%포인트로 떨어졌으며 노동투입의 성장기여도 역시 1980년대 2.9%포인트에서 2000년대에는 1.3%포인트로 하락했다.
다만 같은 기간 총요소생산성은 0.5%포인트에서 1.9%로 상승,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 관건이 될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설비투자 증가율은 1970년대 20%대에 달했으나 2001∼2004년에는 0.3%에 그쳤으며 자본의 한계수익률이 저하되고 투자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노동인력 투입을 통한 성장은 갈수록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청 추계로 15∼64세의 생산 가능인구에 대한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인 노인부양비가 올해 12.6%에서 2030년에는 37.3%, 2050년에는 69.4%로 높아지게 된다.
결국 현재는 생산가능인구 7.9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면 되지만 2030년에는 2.6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한다.
노인부양비를 유엔의 인구 추계와 비교해보면 2030년에 유럽, 북미,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선진국 평균인 36.3%를 따돌리게 되고 2050년에는 프랑스(47.5%), 이탈리아(69.2%) 등보다 높아질뿐 아니라 미국(33.3%)의 2배 수준에 달하게 된다.
아울러 시장개방 등에 따른 경제 양극화로 인해 설비투자 부진, 저소득층의 인적자본 축적 저조 등 현상도 성장 잠재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탈출구는 있어
이에 대해 오문석 상무는 IT, 신성장 서비스, 지식자산, 기업가정신, 신흥시장 등을 탈출구로 제시했다.
IT의 경우 이미 인프라 등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받고 있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회장이 유비쿼터스 환경이 가장 먼저 구현될 나라라고 말할 정도로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오 상무는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등 새로운 시장이 2010년을 전후로 급격히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이 취약하지만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는 신성장 서비스업의 잠재력도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미 통신, 사업서비스, 오락문화 등은 생산이나 취업자 증가율 등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적인 교육열에 더해 연구.개발(R&D)투자의 활성화 등 지식 자산의 경쟁력 향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오 상무는 "인구대비 미국 특허 승인건수로 볼때 지난 10년간 한국은 연평균 15.8%씩 늘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장기업과 코스닥 등록기업중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이 3%를 넘는 기업이 2000년 8.8%에서 2003년 15.9%로 급증하는 등 기업가들의 정신이 아직은 살아있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도 아직 창업 등 기업가 활동이 활발한 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예를 들어 최근 3년간 매출액 증가율이 평균 20%이상이고 R&D투자비율이 2%를 상회하는 기업중 대부분이 IT 부문의 중견기업으로 우수한 혁신기업들이 많이 출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중국 등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리라는 우려도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을 통해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오 상무는 평가했다.
김주형 상무는 "15∼16세기의 베네치아나 산업혁명시기의 영국 등은 기득권에 안주하고 변화에 대한 적응을 거부하면서 후발주자에게 추월당하고 결국 쇠락했다"며 "우리 경제는 개발독재의 고도성장과 민주화시기의 시장경제화,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새로운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이제 한국 경제는 모방의 단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며 혁신주도형 성장과 선택과 집중 등을 향후 성공원칙으로 제시했다.
이어 "대통령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사람을 잘 키우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교육시스템의 혁신을 통해 성장동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장진입과 퇴출을 원활하게 하는 금융시스템, 노사갈등 조정, 사회안전망 보완 등 경제의 틀을 재편하고 자유시장 경제의 원칙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