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액면단위변경(리디노미네이션)과 고액권 발행, 위조지폐 방지 기능 보강 등 3가지 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전개됐던 화폐제도개선 문제가 위폐방지 기능을 강화한 새 도안의 은행권을 도입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액면단위변경과 고액권 발행은 사실상 무산됐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을 통해 "화폐액면단위변경과 고액권 발행을 하지 않기로 정부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다.
한 부총리는 그러나 "한국은행과 협의해 위조방지를 위한 화폐 개선을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화폐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액면단위변경과 고액권 발행, 위폐방지 기능 보강 등 3가지를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화폐제도에 관한 정책결정권을 가진 재경부의 수장이 액면단위변경과 고액권 발행의 불가방침을 분명히 함으로써 오로지 위폐방지 방안 1가지만 추진하게 된 셈이다.
한 부총리가 비록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으나 위조방지를 위한 화폐개선은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은행권의 새 도안을 도입하는 문제는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는 지금까지 위폐방지를 위한 새 도안의 은행권 도입 문제에 대해서도 뚜렷한 입장이 밝히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최근 5천원권 위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한은은 마냥 재경부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따라서 재경부의 입장이 정해진 이상 한은은 재경부와 본격적인 협의를 통해 위폐방지를 위한 새 은행권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재경부와 협의과정에서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겠지만 현재의 은행권 도안의 부분교체로는 근본적인 위폐방지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은행권 도안의 전면적인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1만원, 5천원, 1천원권 지폐의 기본도안은 도입된 지 20년이 넘는데다 그동안 요판인쇄를 통한 점자, 은선 등 부분적으로 위.변조 방지 기능을 땜질식으로 덧붙임에 따라 홀로그램 등과 같은 첨단 위.변조 기능을 추가할 여백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한은은 주장했다.
따라서 현재의 은행권 도안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한은은 이와 함께 현재의 은행권 사이즈가 외국지폐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편이고 낭비적 요소가 없지 않다면서 새로 도입될 은행권은 전반적으로 크기를 줄이고 각 권종간 가로 세로의 크기를 달리하면서 사용의 편리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변조 방지 기능 가운데는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과 무늬가 달라지는 홀로그램 장치와 레이저를 이용, 지폐에 미세한 구멍을 내 특정 무늬나 액면금액을 세기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현재 은행권의 도안 인물을 여성이나 과학자, 독도와 같은 지형물 등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인물 도안의 변경 여부도 관심사다.
정부와 한은이 새 은행권 도입에 합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합의안이 통과되면 1-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새 은행권이 통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현금자동입출금기와 자동판매기의 센서교체 작업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