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가 필요한 재산의 실소유주와 명의자가 다를 경우 명의자에게 재산이 증여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는 상속증여세법(상증법)상 증여의제 규정은 헌법원칙에 부합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7일 경기화학 전 대표이사 권모씨의 주식을 명의수탁했다가 상증법상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 1억4천500여만원이 부과된 이모(63)씨 등 3명이 동작ㆍ구로ㆍ양천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세회피를 위해 명의신탁을 악용하는 사람들은 재산명의를 다른 사람 앞으로 해뒀다가 과세관청에 포착되지 않은 채 조세 시효가 지나면 영구히 조세를 면탈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상증법 41조 2항의 증여의제 규정은 이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실질과세 원칙을 희생시킨 것이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조세회피자가 아닌, 명의 대여자에게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 되긴 하겠지만 조세회피 목적이 없을 경우 납세의무자 본인이 이를 입증하면 증여세가 면제되고 조세회피 목적이 인정되면 조세회피를 도와준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회사 채무를 연대보증했던 권씨가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주식을 명의신탁한 것일 뿐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14억여원의 증여세를 체납했던 권씨가 주식 명의신탁으로 체납 세금 납부의무와 각종 취득세ㆍ양도소득세 납부의무를 회피할 의도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권씨는 경기화학 주식 8만3천여주를 운전기사의 사촌형 이씨에게, 10만여주를 친구 권모(79)씨에게, 10만여주를 아들 친구의 동생 유모(43)씨에게 각각 명의신탁 했으며 세무서측은 이를 조세회피 목적으로 판단해 이씨에게 3천900여만원, 권씨에게 4천여만원, 유씨에게 6천500여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제 409호(2005.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