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에버랜드 등기이사를 사임한 데 대해 시민단체는 "재벌개혁에 역행하고 도전하는 심각히 우려되는 행위"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은 21일 "재벌총수가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등재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책임경영을 하자는 취지였는데 이 회장의 사임은 국민적인 합의로 이뤄진 이러한 원칙에 도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소장은 "참여정부가 국민의 정부 재벌개혁 원칙(지배주주 및 경영자의 책임성 강화 등)을 계승한다면 이 회장의 도전을 은근슬쩍 넘어가서는 안된다"며 "명확히 입장을 밝혀 중단없는 재벌개혁 의지를 재확인하지 않으면 삼성에 꺾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소장은 "지금 추세라면 삼성은 정부와 국민의 요구인 재벌개혁 의지를 폐기했다고 보면 된다"며 "이 회장은 상법상 '사실상 이사제도'에 따라 등기이사 사임으로 계열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 소장은 "이 회장의 계열사 등기이사 사임이 아들인 이재용 상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사전작업이라고 한다면 국내 최고 그룹으로서 편법승계에 대한 문제를 스스로 매듭짓는 게 선행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소장은 "삼성그룹의 위법사항은 이미 어느정도 드러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등기이사를 사임해 집단소송의 책임을 면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위평량 국장은 "계열사 등기이사를 사임한다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는 반개혁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위 국장은 "등기이사 사임이 불법은 아니지만 이 회장은 일단 사임했으면 계열사의 경영에 절대 개입하지 않아야 하며 만약 일말의 개입 사실이라도 드러나면 정부는 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측도 "에버랜드가 사실상 지주회사인데 등기이사를 사임한다는 것은 이재용 상무에게 상속을 가속하려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과연 서류상 이사를 사임했다고 해서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실질적인 경영지배를 하려면 굳이 등기이사를 사임하려는 의도는 무엇인가"라며 "영향력은 유지한 채 책임만을 면하려고 한다면 비난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비난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전혀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경영권 승계작업과 연관짓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삼성측은 기업의 등기이사로 있을 경우 법적인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집단소송제 시행 등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회장이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소송에 대비한 보험을 들어놨기 때문에 이와 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