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이주성 청장 취임 이후 외국계 펀드를 비롯해 기획부동산, 고분양가 건설업체 등 전방위에 걸쳐 세무조사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고 있다. 사회ㆍ경제적으로 현안 분야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세무조사 진행 여부도 확인해주지 않던 과거와 달리 세무조사 배경까지 설명해 `세무조사 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신임 청장이 지난달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 탈세혐의자 270명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을 밝히며 `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국내외 자본을 불문하고 부실과세의 혐의가 있으면 세무조사라는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이 같은 세무조사는 신임 이 청장이 국세청 차장,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수뇌부를 `조사통`으로 전면 개편하고 추진한다는 점에서 국세청의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지만, 경제부총리와 금융감독위원장까지 국세청의 세무조사 당위성을 거들고 나서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5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치사를 통해 "국세청이 국가재정 수입을 확보하고 부동산시장 안정 등 주요 정책을 지원하는 데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참여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조세개혁에 앞장서 달라"고 국세청의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탈세를 찾아내는 세무조사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할 사안을 세무조사라는 칼을 동원해 해결하는 것은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립대 임주영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 있는 곳에 세무조사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직도 세무조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다"며 "역대 세무조사를 봤을 때 정권의 틀에서 과세대상을 길들이기 위해 세무당국을 동원하는 면이 없지 않았는데 이런 과오는 다시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세무조사 태풍 거세다=이주성 청장 체제가 들어선 후 국세청이 매섭게 `세무조사`에 나서고 있다. 첫 작품은 국내에서 탈세한 자금으로 해외부동산을 구입한 사람 등 고액 탈세혐의자 270명에 대한 종합세무조사. 국세청은 전산망과 부동산거래 자료, 외환거래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탈세 혐의가 명확한 이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세무조사의 칼 끝은 론스타 등 외국계 사모펀드(PEF)로 돌려졌다. 국세청이 외국계 펀드에 대해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두 번째이다. 일부 외국계 펀드가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해 막대한 투자 차익을 거두고 매각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던 시점에서 들이댄 세무조사의 칼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국세청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 청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펀드는 국내에서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에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해외자본이라도 번 돈 만큼 세금을 내고 또 세무조사에도 떳떳하게 응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대형 주택건설업체인 대림산업에 대한 세무조사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는 최근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대규모 차익을 거뒀다는 수사발표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값을 급등시킨 주범으로 지목되는 건설업계 전체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세무조사의 명암 제대로 인식해야=국세청 한상률 조사국장은 "국내 부동산과 해외펀드에 대한 세무조사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론에 입각한 것으로 공평과세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봐달라"면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윤 금감위원장도 외국계 펀드 세무조사와 관련, "이는 조세 주권의 문제"라며 "외국 자본에 대한 세무조사는 과세원칙에 따라 하는 것이므로 규정과 법에 따라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세 정의를 위한 도구로서의 세무조사 당위성을 인정하더라도 실행에 있어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노영훈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의 세무당국은 경제 뉴스, 이슈가 생겼을 때 세무조사를 해서 호들갑을 떠는 일이 없다"며 "정해진 기준에 따라서 하면 되는데 경기가 어려울 때는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이슈가 있을 때는 세무조사에 들어가면 납세자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택정책의 경우 건교부가 책임을 지고 있는데 세정당국이 기본적 기능을 외면하고 주택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 임 교수는 "외국인 세무조사를 봤을 때 기술적 법적 근거와 노하우를 확보하지 않고 무조건 세무조사하겠다, 털다 보면 뭔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덤비는 측면이 많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국세행정의 기본은 경제정책 일환인데 경제의 기본인 기업의 이윤창출 행위를 권장하지는 못할지언정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