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발전대책을 놓고 중앙정부와 경기도가 심각한 갈등양상을 빚고 있다.
행정도시 건설 및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공동화 현상'이 우려되는 수도권을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데는 서로 간에 이견이 없지만 그 시기와 범위에 있어서는 큰 입장차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이견은 잠재적 대권 후보로 꼽히는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손학규(孫鶴圭) 경기기사의 회의 석상에서의 설전으로 이어져 향후 수도권 발전대책을 둘러싼 갈등은 증폭될 전망이다.
8일 국무조정실과 경기도에 따르면 정부는 7일 오전 중앙청사에서 이해찬 총리 주재로 '수도권 발전대책 협의회' 3차 회의를 열어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손 지사가 회의 운영방식과 내용에 근본 문제를 제기하면서 중도퇴장,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경기도측이 8일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손 지사는 "우리 경제는 이미 국제경쟁력을 놓고 다퉈야 하므로 이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며 국내 첨단대기업 공장의 수도권 신.증설 허용 범위를 '25개+α' 업종으로 확대하고 외투기업과 같은 시기에 규제를 완화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이희범(李熙範) 산자장관은 "외투기업과의 역차별 방지를 고려할 때 허용범위를 25개 업종으로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또한 "국내 6개 대기업이 3조6천억원의 투자를 대기하고 있는 만큼 외투기업과 동시에 허용, 5월중 허용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반면 추병직(秋秉直) 건교장관은 "첨단대기업의 신.증설을 전폭적으로 허용하는 경우 지방기업도시 발전정책을 무산시킬 우려가 있으며 지방의 반발로 역풍이 불 수 있다"며 "수도권에는 지방에 갈 수 없는 업종에 한정,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성경륭(成炅隆) 국가균형발전위원장도 "국내 대기업에 대한 신.증설 허용은 중대한 정책변화로, 지방과 함께 가자는 참여정부의 정책기조와 어긋난다"며 "규제완화는 점진적으로 가야하며 허용하더라도 아주 좁은 범위내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회의 참석자간 상반된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자 이 총리는 "외투기업 허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며 "국내 대기업에 대해서는 허용 범위 및 시기 등의 관점이 현저히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실무적인 차원에서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중재'에 나섰다.
그러자 손 시자는 "외투기업 허용만을 결론 낸다면 내가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전제, "대통령이 수도권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언급했음에도 결론을 내지 않는다면 정부의 의지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첨단대기업의 신.증설 허용은 중요한 정부의 바로미터"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국내 첨단 대기업의 수도권 신.증설 허용문제에 대한 실무적 논의를 거듭 주장했으며 손 지사는 "이미 무수한 실무논의가 있었으므로 이제는 이 자리에서 결론을 내는 것만 남았다"며 결론 도출을 주문, 회의는 이 총리와 손 지사간 설전으로 이어졌다.
손 지사는 "대통령이 최근 일본 특사에게 '이제는 말로만 말고 실천을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처럼 이제 정부가 실천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물러서지 않았으며 이 총리도 "국내 첨단 대기업 허용문제는 오늘 내일 당장 결정해야 할 절박한 사안은 아니다"며 "수도권 규제완화는 질적 전환을 하자는 것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손 지사는 외투기업 및 국내 첨단 대기업 신.증설의 동시 허용 및 '25개+α'의 허용범위를 재차 제안했으며 이 총리는 "그 제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나는 이제 더이상 바랄 것이 없는 사람으로, 대통령이 시킨다 하더라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첨단 대기업 허용은 시기나 방법에 있어 설득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오는 21일 4차 회의에서의 추가 논의를 선언했으며 이 과정에서 추 건교장관도 "경기도만 도이냐"고 거들었다.
이에 손 지사는 "총리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 상황에서 내가 이 자리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 뒤 "나는 그동안 대승적 차원에서 국가발전과 화합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정부가 논의를 원점에서 머무르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중간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손 지사는 정부의 입장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 수도권 발전대책협의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한편 손 지사는 8일 '기만적인 수도권 정책, 이대로는 안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국가발전보다는 정치적인 이해관계만을 바탕으로 한 노무현 정부의 균형발전정책과 수도권 정책은 이제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 정부의 기만적인 수도권 정책에 대해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