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서설
지금 우리 경제의 화두인 국제화(globalization)는 개별기업의 전략이 국제적인 사고와 규모를 가지고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국제화된 기업과 거래의 중심에는 다국적 기업이 위치하고, 그 전략의 일환으로 이전가격세제(transfer pricing)가 문제되어 왔다. 기개발국들은 이미 OECD와 EU를 중심으로 시장의 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이전가격세제의 조화를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근 3월 23일과 24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국제상업회의소(ICC;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의 조세분과위원회와 상공업자문위원회(BIAC: Business Industry Advisory Committee)의 회의, 그리고 25일 및 26일 양일에 걸쳐 제네바에서는 OECD 조세위원회 제6작업반(Working Party no. 6)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들 회의는 이전가격세제에서의 새로운 규범형성의 논의를 확정하기 위한 일련의 모임으로 그 의의를 규정할 수 있다. 1995년 이래의 논의가 결실을 맺어 최종안을 공포할 단계에 와 있는 만큼 그 내용에 대하여 우리 조세전문인들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지만 필자가 이들 일련의 회의에 참가한 소감으로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규범의 형성과정에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표하여야 할 여건의 형성이 절실한 단계에 이른 것 같다.
Ⅱ. 금융업에 대한 이전가격 세제의 논의
이번의 이전가격회의들의 논의의 초점은 특히 종전의 제조업을 비롯한 금융서비스 이외의 분야에 적용되던 원칙들이 파생금융상품을 비롯한 금융업분야에서도 무리없이 적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국제조세에서 중심주제로 이전가격세제, 과소자본세제 그리고 조세피난처세제의 3가지를 들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과세실무상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전가격과세문제이다.
이번 일련의 회의에서는 이전가격에 대한 논의는 초기의 유형재화의 문제에서 금융서비스의 문제로 옮겨지고 있음이 파악되었다. 이전가격세제의 논의 초기에는 주로 국제무역의 중심인 재화의 이동에 따른 제조업분야에서 논의되었다. 특히 세계의 주요 소비시장인 미국의 통상법과 관련하여 미국관세법상 수퍼 301조와 미 내국세법상 이전가격의 정상가격산정방법과 OECD의 정상가격 산정방법의 조화에 관하여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의 논의에서는 그동안 실무상 문제가 많았던 무형의 재화 및 용역 특히 금융용역에 대한 이전가격에 대한 국제적 과세원칙이 주제였다. 이는 선진자본시장 이외의 자본시장에 대한 자본투자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제거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의 논의와 관련하여 국제상업회의소는 이전가격세제와 관련하여 서류의 작성 및 보관(documen tation)에 대한 기업의 우려를 제거하기 위한 일반적인 표준의 작성과 각국 정부에 대한 건의를 합의하였다. 주목할 만한 내용으로는 관련 거래의 서류의 목록과 양식의 정형화와 이를 구비한 기업에 대하여는 가산세의 부과와 조세범 처벌의 면제 등을 건의하고 있다.
그리고 OECD조세위원회의 논의는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정상가격의 판정기준으로 이익분할법을 주로 적용하는데 합의하고, 이익을 고정사업장에 어떻게 귀속시키느냐에 논의가 집중되었다. 즉 현행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와 같이 비교가능제3자법, 재판매가격법 및 원가가산법 등의 정상가격 산정방법 이외에 최적 방법의 선택을 위하여 보완적으로 선택하게 하고 있는 방식의 하나인 이익분할법으로 결론짓는 것 같다.
다만 고정사업장(PE; Permanent Establishment)에 귀속시킬 이익의 산정에 고려할 구체적 요인에는 당해 회의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뚜렷한 기준을 설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정상가격 즉 독립의 제3자가격(arm's length price)이 원래 추상적인 가격이므로 이의 발견은 이미 법률가의 손을 떠나 경제분석가(economist)의 손에 넘어 가 있다.
따라서 각 금융상품의 개별 특성을 감안하여 이익을 배분 귀속한다면 개별적 사례별 접근이 되어 정상가격의 결정은 결국 국세청과의 이전가격사전합의(APA: Advance Pricing Agreement)를 통하는 수 밖에 없다고 판단된다(이에 대한 상세한 소개는 필요하면 다른 기회로 미룬다).
Ⅲ.국제조세에서의 규범형성격
다음으로 이러한 결론보다도 필자가 관심을 두고 관찰한 것은 국제조세에서의 규범의 형성과정이었다. 우선 “필요는 수요를 창출한다” 라고 하듯이 국제 펀드 특히 헤지 펀드를 구성(design), 관리(management)하고 실제로 거래(trading)하는 일련의 이해관계 전문가 집단이 새로운 펀드에 필요한 새로이 규범을 형성하여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금융자본에 관한 이전가격세제는 영향력 있는 조세전문가(tax specialist)들 간의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을 바탕으로 국제기구인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조세협회(Interna tional Fiscal Associa tion), 경제기업자문회의와 OECD조세위원회 등의 수많은 공식적인 공청회 모임(public consultations)을 통하여 이해를 조정하면서 때로는 정부기관과 비정부 부문의 대표들이, 때로는 조세전문인과 교수 그리고 기업부문의 대표들이 모여 의견을 개진하면서 새로이 규범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의 면면이 주로 자본을 투자하는 입장의 것이라 일본을 비롯한 투자대상국의 의견은 제대로 개진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재정경제부의 파견관(attache)을 중심으로 OECD조세위원회 제6작업반이 제시한 초안에 대하여 논의의 시작부터 그 추이와 동향을 점검하여 왔다.
그 외에도 한국국제조세협회(IFA, Korea)와 전국은행연합회는 제2부(은행업)초안과 제3부(국제적 금융거래수단)초안에 대하여 독자적인 의견서를 제출하고 의견진술과 청취를 위하여 대표를 파견하는 등 민간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왔다.
그러나 인적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부분과 민간부분이 서로 별개로 활동하고 연계적인 움직임이 없어 아쉬움이 많다. 앞으로 보다 많은 조세전문인 단체들의 대표들과 정부 및 학회 등의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관련 주제를 논의하여 우리의 의견을 이들 국제위원회의 규범형성과정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제 387호 (2004.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