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강남 대치동에 아파트를 구립하려고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은 김모(41)씨는 중개업자로부터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워낙 매물이 없는데다 거래도 안돼서 가격이 얼마인지는 저희도 몰라요"
시장에서는 '최근 얼마에 팔렸다더라', '호가보다 1억원이나 낮은 가격에 거래가 됐다더라' 등 소문만 무성해 수요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대치동의 J공인 관계자는 "부녀회가 '얼마 이하로는 거래하지 말라'는 등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중개업자들이 거래했다고 밝히는 가격도 실제 관청에 신고한 가격에 못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라고 귀띔했다.
◆ 실거래가 공개 정부가 나서라 = 실거래가가 가려져 있는 지금의 상황이 가져오는 시장 왜곡 현상은 심각하다.
소수의 매도자들은 '묻지마' 식으로 호가를 경쟁적으로 끌어올리며 일부 부동산 정보제공업체들은 이를 그대로 가격에 반영, 매도자들은 다시 이를 호가를 끌어올리는 근거로 사용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요자들은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아파트를 사야하는 웃지못할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집값이 크게 뛰고 있는 강남권과 성남 분당, 용인 등에는 호가와 매매가 차이가 최대 수억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말이 안되는 것은 이들 지역은 취.등록세를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하는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이미 해당 시.군.구청과 건교부에는 실거래가 자료가 있지만 과세 자료로만 사용할 뿐 시장에 공개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대치1동 동사무소 관계자는 "신고된 내용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문의가 들어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건교부 주택정책과 전덕수 주임은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신고된 실거래가 자료는 주택거래신고 시스템에 입력돼 전산 관리되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일반인에게 공개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내년 도입을 추진중인 부동산실거래가 신고제를 통해서도 실거래가는 공개되지 않는다. 역시 개인정보 유출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와 가격 안정 차원에서 거래일시와 평형, 가격 등을 제한적으로나마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으며 정부 일각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은 "현재의 혼란스런 상황은 사적 정보채널에 의한 시장 왜곡으로 야기된 측면이 강하다"면서 "실거래가 신고 사항중 개인 정보를 제외하고는 인터넷을 통해 게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에 계류중인 부동산실거래가 신고제도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의 잘못된 점을 비판하는 것 못지 않게 정부가 추진중인 부동산 개혁법안의 조속한 처리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 토지시장이 더 문제 = 정부가 아파트 실거래가를 공개한다 해도 토지에 있어서는 철저한 검증이 동반되지 않는 한 투기세력을 잡는다는 목표는 공염불이 될 수 있다.
지방의 경우 기준시가가 실거래가의 20-30% 밖에 되지 않는 곳이 적지 않은데다 땅은 아파트처럼 비교 대상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실거래가 파악 자체가 어렵다.
건교부는 다양한 변수를 넣은 검증시스템을 돌려 실거래가 신고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지만 주택과 달리 토지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만으로는 현장에서 실거래가 신고가 정착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조화롭게 사용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우선 실거래가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적발되면 세금을 당초 내야 할 세금보다 훨씬 중과해 내게 하는 것은 기본이며, 등기부등본에 실거래가를 표기하는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등기부등본에 실거래가를 표기하면 토지 매입자가 매수가를 결정하는데 판단 자료로 활용돼 기획부동산 등에 의해 개발 재료만 믿고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매수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토지를 매도할 때 양도차액도 정확하게 드러나 공정과세의 첫 걸음이 된다.
하지만 양도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매기면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보유 기간과 목적에 따라 적절한 세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JMK플래닝의 진명기 대표는 "다양한 양도세 경감조치가 이뤄져야만 실거래가 신고가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