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껏 세무조사를 하라. 하지만 부실과세는 절대 안된다."
22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이주성 국세청장이 틈만 나면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국세청의 내부사기가 여느 청장 때와 달리 충천해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이 청장은 지난 97년 '세풍(稅風) 사건'으로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진 국세청에 '제2의 도약'을 가져올 사령관으로서 적임이라는 주변의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청장이 '강력한 세무조사-부실과세 제로'라는 이율배반적인 화두를 동시에 꺼내든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국세청의 본령은 누가 뭐래도 '납득가능한 과세를 위한 예외없는 세무조사' 라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지난 4월 실시한 음성탈루소득자에 대한 전례없는 일제조사나 외국계 펀드에 대한 사상 최초의 세무조사도 이 청장의 이러한 소신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세수 체납액이 4조9천여억원으로 사상최대였다는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국세청이 전례없이 강도높은 칼을 빼들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군인은 군인다워야 한다'는 금언처럼 "탈루가 있는 곳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게 이 청장의 생각이다.
그래서 참여정부 출범 직후 '혁신'에 놓여져 있던 국세청의 무게중심이 '이주성체제' 출범 이후엔 '조사'로 확연히 이동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청장이 조사에 방점을 찍은 배경에는 그가 75년 행정고시 합격 이후 30년간 국세청에만 몸담아 그 누구보다도 조사업무에 해박하다는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실과세에 대해 제도적인 제어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강도높은 세무조사의 후유증을 사전에 막겠다는게 이 청장의 구상이다.
이 청장이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독려하면서 "부실과세가 판명되면 담당자는 물론 부서의 책임자까지 문책, 인사조치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나 전직원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납세자의 불만은 국세청의 자화상"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부실과세에 대한 납세자의 불만을 빠뜨리지 않고 수렴해 '열린세정'을 구현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 청장의 이러한 '균형' 원칙은 조직개편에도 반영돼 조사국이 전담하던 세무조사 대상선정권이 법인.개인납세국으로 이관됐다.
이와 함께 이 청장은 국제적 감각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내년에 열릴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세청장 회의의 한국 유치를 성사시켜 외국계 펀드 세무조사 이후 "국제적 감각이 없다"는 일각의 폄훼를 일축했다.
지난 4월 열린 한-일 국세청장 회의에서 출국규제.명단공개 등 상습 체납자에 대한 제도적인 제재 기법을 전수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예로 꼽힌다.
다만, 외국계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충돌하는 등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지나친 의욕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또 최근들어 부동산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국세청이 어떤 성과를 얻느냐가 이 청장을 평가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