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이번 세무사법 개정의 경과와 의미
다행히도 세무업무 분야에 전문자격자의 시대가 다가온다는 역사 흐름의 진행 방향을 비교적 적시에 감지한 선각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에 의하여,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처음으로 추진될 무렵에, 이미 세무사제도가 법제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세무사’라는 이름표를 달 수 있는 길이 너무 여러 가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세무사 자격시험이 아닌 다른 자격시험을 거쳐서도 세무사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변칙적인 통로를 마련하여 두었던 것입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가 되는 자격자와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하여 공인회계사가 되는 자격자들에게 덤으로 세무사 자격을 얹어주는 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하나의 시험으로 두 개의 자격을 얻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우리보다 앞서가는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의 세리사(稅理士) 제도를 배워오면서 그 원래의 내용을 분식(分蝕)하여 기득권자인 변호사나 공인회계사에게 그러한 덤을 조건없이 무제한으로 향유하도록 고친 법규정이었습니다. 즉 일본(日本)처럼 자동자격을 주면서 세무사업무는 세무사회에 들어와서 회비를 내고 떳떳이 하라는 식이 아니라 회 밖에서 부담없이 세무사간판을 내거는 ‘무소속 세무사’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는 대부분의 자격시험제도가 채택하는 ‘1시험 1자격’이라는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제도적인 파행을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세무사에게는 그들 자격시험과 관계지워 전혀 상응하는 혜택을 주지 않는 일방적인 특전이므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규정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불공평한 제도가 되고 말았습니다.
또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무소속 세무사도 세무사시험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거침으로써 세법지식에 관한 한 자질을 제대로 갖춘 세무사들이 주로 모여 있는 한국세무사회의 정규회원인 세무사들과 혼동하므로 시험합격자와 자동자격자 사이의 차별성이 확보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파행적이고 불공평한 제도가 40여년이나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그것을 고치자는 주장만 하였지 단 한번도 국회에 법개정을 상정조차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세무사회의 일꾼들이 갑자기 젊어지면서 그야말로 ‘발로 뛰는’ 저돌적인 일추진의 계기가 급작스럽게 조성되었습니다.
원래 개혁이란 잘못된 것이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도록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도전받지 않고 진행된 적은 인류역사에 일찌기 없었습니다. 그것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반발을 무력이 아니라 순리로 다스려야 하므로 ‘혁명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위한 세무사법 개정이 단번에 이번만큼이라도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대단한 의미를 갖습니다.
대략 80%의 승리는 된다고 봅니다만 그래도 자못 획기적인 쾌거라 할 것입니다.
특히 변호사자격을 가진 선량들이 대부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여 성사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개정의 진정한 의미는 ‘힘이 정의’인 시대에 잘못 오도된 불합리가 ‘정의가 힘’이 되는 합리성을 회복하는 전기를 맞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순리에 따라 균형을 살리려는 정의의 투사가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 상징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세무사 업계는 질적인 면에서 제2기 시대로 접어드는 신호탄이 쏘아올려진 셈입니다. 또한 겉만 보고 판단하는 국민성 때문에 세무사라는 직역(職域)에 주목하지 않았던 대중들에게 세무사의 존재를 분명하게 확인시키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도 이해됩니다.
Ⅱ. ‘세무사명칭 사용금지’의 효과
이번의 세무사법 개정은 변호사와 공인회계사가 누리는 자동자격의 완전폐지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자동자격은 가지되 세무사 깃발만은 내걸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불완전 폐지’입니다. 더구나 변호사법이나 공인회계사법에 근거하여 그들이 세무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권리는 여전히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개정은 여러 가지 면에서 효과를 보게 될 것입니다.
첫째, 세무사 위상 제고의 효과가 기대됩니다. 세무사로서의 독점적인 명칭 사용이 가능하여짐에 따라 차츰 기존의 세무사들은 전보다 격상된 예우를 받게 될 것이며, 세무사시험에 도전하는 응시생의 자질은 높아질 것입니다.
둘째, 일반 국민의 오해불식 효과가 클 것입니다. 세무사의 격이 떨어지는 것 같은 막연한 오해가 비교적 급격히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로써 세무사의 위상은 반사적으로 드높여질 것입니다.
셋째, 세무사 업무영역의 확대 효과가 기대됩니다. 조세전문가에 관한 비대칭적인 판단정보가 시정되어 세무사와 변호사 및 공인회계사와의 사이에 존재하여 왔던 불공정 경쟁이 완화되어 가면서 세무사의 업무수임은 점차 보다 수월하여지고 많아질 것입니다. 과세당국의 세무사제도 활용에 관한 인식과 자세가 달라져서 국가차원의 전문성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새로운 각도의 업무창출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세무사 업계가 향후 어떻게 단결된 모습을 보이느냐에 달린 일이기도 합니다.
Ⅲ. 세무사업계에 미칠 향후 전망
“역사는 직선적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고 누군가가 말하였습니다만, 자동자격의 취득을 인정하면서도 명칭의 표면적인 사용만은 금한다는 자못 상식에 어긋나는 법리를 놓고 앞으로 논쟁이 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무사회의 울타리 안에 들어와 회원이 되어 오순도순 어울리기 싫은 변호사나 공인회계사가 그리는 못하겠다고 하면서 ‘개정법은 위헌’이라는 식으로 사법부에 호소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논쟁이나 법정투쟁은 세무사 업계로서는 두려워할 일이 아니며, 오히려 바람직한 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역사는 그 흐름이 지연될 수 있을지언정 결코 거꾸로 흐르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향후의 그러한 논쟁이나 투쟁은 자동자격의 부여행위 자체를 차단하는 완전 폐지로 가는 촉매제가 될 따름이며, 결단코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일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이 곧 순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사태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일만이 중요합니다.
속담은 “첫술에 배부르랴” 하고 말합니다만, 첫술에 배부를 필요도 없습니다. 아쉬울 것도 바쁠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목전의 이익에 급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반대로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의 이치를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자동자격자가 종래처럼 세무사로 군림하는 것은 지금까지 인정하였던 바이므로 앞으로도 당분간 참을 수 있다고 치부하면 될입니다. 그러나 만약 이번 정도의 법개정이라도 없었다면, 세무사시험의 경우보다 합격자가 훨씬 많이 양산되는 변호사ㆍ공인회계사들이 떼지어 ‘무소속 세무사’로 당당히 깃발을 내거는 상황이 벌어졌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위기예방효과는 매우 크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수적인 면에서 전개되는 인해전술(人海戰術)을 놓고서 중과부적(衆寡不敵)이라고 선현들은 설명하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세무사라면 모름지기 정도(正道)를 추구하면서 현실에 충실하는 세무사상(稅務士像)을 그리는 자세를 새삼 가다듬어야 한다고 봅니다. 즉 조세정의(租稅正義)의 구현을 추구하는 보다 성실한 매개자이며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중간(中間)이 지니는 생산성과 창조성’ 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새삼 세무사의 시대적 사명감이 강조되어야 할 때입니다. 역사의 가르침은 “변화를 주도하고 자신의 시대적 사명을 정립하고 실천한 주체는 강성하고 그렇지 못한 자는 결국 약자로 전락하고 만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제 383호 (2004.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