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환의무를 진 실질적인 국가채무 규모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30%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의 재정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은 나쁜 수준이 아니지만 주의를 기울일 단계에 와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이창용 경제학부 교수 등은 국제재정학회(IIPF) 학술대회에 앞서 21일 사전배포한 '외환위기 전후의 한국 재정'이라는 공동 주제발표 보고서를 통해 "국가채무가 외환위기 이후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채로만 보면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3.0%이지만 예보채와 부실정리기금채 등 정부 보증으로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가 발행한 채권을 합하면 이 비율이 31.7%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1996년에는 이 비율이 5.7%였다.
그는 "아직은 국가채무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치보다는 낮지만 더 이상 특별히 낮은 수준의 국가는 아니다"면서 "외환위기가 재발할 경우 정부가 1998년처럼 재정자금을 동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1972∼2003년중 공식적인 예산적자 규모는 GDP 대비 평균 1.23%였지만 공기업과 기금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유사 재정활동을 포함하면 3.53%로 커진다면서 다만 이 차이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좁혀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해외 일부 학자들의 의심과는 달리 재정의 방만한 운용이나 우발채무가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 등도 사전 배포한 공동 주제발표 보고서에서 "한국의 정부 부채는 과거 건전한 재정운용으로 아직은 괜찮은 편이지만 예를 들면 40년이나 66년뒤의 미래는 장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나 교수는 "연금의 잠재적인 부실 가능성, 성장속도의 급격한 둔화 등을 참작할 때 정부 부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재정학회는 21일 총회에 이어 22일부터 25일까지 제주도에서 세계 재정학계의 최대 행사인 연례 학술대회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