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정기총회 이후 5월 말경에 본회 연구이사로 임명되었으니 본회의 회무를 맡은지도 어느덧 3개월이 경과되었다.
연구이사로 임명되면서 당시에 우리회의 주요현안은 외부조정계산서 대상범위의 복원(법인 5억 미만)과 간편납세제도에 관한 사항이었다.
이중 간편납세제도와 관련하여 우리 회가 접한 공식적인 정보는 재정경제부 조세개혁실무기획단에서 발표한 보도자료가 전부였고, 재정경제부도 구체적인 윤곽없이 외부에 연구용역을 맡기는 단계였으므로 정부안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연구이사로서도 당면현안으로 부각되었던 외부조정계산서 대상범위의 복원문제에 매달리게 되었으며, 간편납세제도에 대하여 주도면밀한 고민을 좀더 빨리 하지 못하였다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간편납세제도에 관한 관련자료 및 진행상황을 파악하여 구체적으로 대응하게 되면서 느끼게 된 점에 대하여 이 지면을 빌어 술회하고자 한다.
수많은 대책회의와 조세법 관련 교수들과의 논의를 통해 간편납세제도의 도입에 대한 반대논리를 개발하고 회장 및 임원들이 관계부처를 수차례 방문하여 제도의 부당성을 강변하고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우리회의 입장을 때로는 간곡하게, 때로는 다소 강력하게 전달하고자 노력을 하였다.
그 결과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간편납세제도가 우리 회원들이 우려했던 바와 같이 매출액에 일반사업자 보다 낮은 차등세율(단순세율)을 적용하여 세액을 계산하는 방식은 철회가 되었다. 그러나 일정규모(매출액 기준) 이하의 영세한 납세자 중에서 성실성과 투명성이 인정되는 납세자(전자장부로 투명성이 검증된 자)를 대상으로 하는 형태로 그 방향이 바뀌게 된 것이다.
물론 회원들이 우려했던 방식은 철회가 되었으나 간편납세제도의 도입이 완전히 철회가 되지 아니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점에 대하여 우리 업계의 현실적 문제를 떠나서라도 다음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이상 이를 묵과할 수 없다고 본다.
첫째, 영세사업자는 아직도 현금거래수수가 일반화되어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거래 투명성 또는 납세성실성을 전제로 하는 간편납세제도의 도입은 투명한 세정을 목표로 하는 조세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둘째, 매출액 기준의 간편납세제도는 일종의 과세(간소화)특례제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부가가치세법상 간이과세제도와 같이 세금 탈루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세째, 간편납세제도의 매개수단이 되는 전자장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실체가 없어 상법 및 기업회계기준에 의한 재무제표를 대체할 수 있는 가에 의문이 있으며, 간편 및 비용절감 여부에 대한 실효성도 전혀 검증된 바 없다.
넷째, 현재 복식부기에 의한 기장의무로 인하여 근거과세가 담보되고 있는 법인에게까지 간편납세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근거과세를 포기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섯째, 납세자의 성실성은 납세자 스스로 건전한 납세풍토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과세인프라 구축여부에 달린 것이지 결코 소득금액 및 세액계산의 간소화를 추구하는 전자장부로 담보되어질 수 없다는 점이다.
한편 최근 정부가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에서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에 주력하는 한편 간이과세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여 이를 축소 또는 폐지한다고 하면서도 ‘간편납세제도'와 같은 또다른 형태의 특례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국가조세정책의 일관성에 의구심만 더하게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체불명의 제도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 가에 대하여 많은 의문이 있을 줄로 보여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가 지난 8월 26일 발표한 세제개편안 중 간편납세제도에 대하여 우리 회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재정경제부와의 절충점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자칫 우리 회가 간편납세제도를 수용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는 어떠한 형태의 대안도 우리가 지금까지 제시하여온 논리적 근거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제시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정부는 입법예고의 절차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한 후 9월말쯤이면 국회에 관련 개정안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는 우리 회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회가 조세전문가단체에서 이익단체로 변질되어 국민들에게 마치 ‘밥그릇 지키기'로 왜곡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조세제도개혁과 연관하여 논리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 회원들 모두가 간편납세제도 관련 법안이 철회될 수 있도록 지혜와 역량을 모아 적극 동참하여 주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세무사신문 제 420호(2005. 9. 1)